각 기업 이해관계 아닌 AI 산업 활성화 목소리 내야

[아이티데일리] 정부가 앞장서 지원책을 펼치고,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혁신 기술 분야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협·단체들의 난립도 그 중 하나다. 10년 전 클라우드가 지금의 생성형 인공지능(AI)만큼 혁신으로 대우받던 시기, 클라우드와 관련된 많은 협·단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정부에 전달해야 할 목소리는 분산됐고, 협·단체 가입 권유로 기업들의 피로도는 늘어났다. 혁신 기술의 바통이 클라우드에서 생성형 AI로 넘어온 지금,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가 ICT 혁신의 주역이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당시 클라우드와 연관된 기술을 앞세운 협·단체가 등장했다. 기업들끼리 만든 협의체를 포함해 다양한 조합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회장사와 임원사 등 기업 의견을 ‘산업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정부에 전하는 경우가 ᄃᆞᆫ사였다. 많은 협·단체들은 운영을 위해 부회장사, 임원사, 이사사, 회원사로 차등을 둬 회비를 받았고 기업들에 가입을 강권했다. 산업을 위한 목소리보다는 이해집단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결국 정부 정책에 혼선을 불러왔고, 기업의 피로도를 높였다.

ICT 혁신의 주인공은 이제 생성형 AI로 넘어왔지만,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0여년 전 클라우드 관련 협·단체들이 생겨난 것처럼 AI 관련 협·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기정통부나 지자체 유관 협·단체도 있지만, 무늬만 협회인 곳도 많았다. 한 협·단체는 비영리기관임을 내세우면서도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AI와 별로 관련이 없는 기업까지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 중소 클라우드 기업 대표에 따르면, 최근 한 AI 관련 조합이 가입 권유를 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폭언을 했다고 한다. 협회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없었고, 어떠한 가치와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한 소개도 없이 가입을 거부하니 무작정 폭언을 했다는 것.

이 같은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협·단체 수가 늘면 늘어날수록 산업 발전에는 ‘독’이 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AI 관련 협·단체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할 것이다. 이 경우 산업계의 목소리가 통합되지 않을 것이고 방향성을 잃게 만든다. 또 기업들은 불필요한 네트워킹 활동과 회의로 인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며 정작 기술 혁신에 집중할 여력을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협·단체의 목표가 각자의 이익을 넘어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AI 업계는 클라우드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무늬만 협회인 단체들이 난립하고, 각기 이해관계에 매달리면서 방향성을 잃고 있다.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AI가 나아가야 할 길마저 흔들릴 수 있다. 협·단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미래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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