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자율성 및 창의적 문제해결력 저해, 글로벌 협력 체인 약화 예상

(이미지=챗GPT 생성)
(이미지=챗GPT 생성)

[아이티데일리]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R&D 예산안을 발표했다. 방점은 우리나라 독자 AI 역량을 강화하고, 범용인공지능(AGI)이나 피지컬 AI 등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는 것에 찍혔다. 국가 차원의 기술 자립과 세계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책 방향이지만, 국내 AI 업계에서는 환영보다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먼저 정부는 AI를 통한 경제·사회 대전환을 목표로 2.3조 원(+106.1%)의 예산안을 수립했다. 국가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산발적인 기술 개발을 지양하고,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독자적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전방위적(풀스택) 연구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AI 업계에서는 정부의 AI R&D 정책이 정부 주도의 중앙집중형 전략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의 ‘독자적 AI’ 역량 강화와 AGI, 피지컬AI 등 지원 정책이 기존 글로벌 생태계와의 협력보다 ‘국산화’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중앙집중형 AI R&D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저해할 수 있다. 정부가 독자적 역량, 국산화, 풀스택 R&D 등 특정 프레임워크를 설정하게 될 경우 민간 기업·스타트업의 자율적 기술 선택·실험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AI는 관련 생태계가 단순히 AI만 있는 것이 아닌, SW와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등 각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만일 정부가 AI R&D 예산을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면 민간 기업들의 자율성은 저해된다. 정부의 특정 AI 사업·기술 중심 투자가 민간의 창의적 AI 모델·알고리즘 개발 지원을 분산시키고, 산업 시장의 실질 성장동력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더 나아가 AI 분야에서 기술 혁신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특히 서비스·제품화 현장과 정책기획 사이 간극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증·모형 개발 등이 중장기 R&D 사업 중심으로 짜이면, 실제 상용·서비스화에 몰두하는 민간 기업은 ‘직접적 지원 부족’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중앙집중형 AI R&D 정책 방향에는 기업 일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무엇보다 생태계적 관점에서 유연성이 저하될 수 있다. 급변하는 AI 산업 및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유연한 조직·협력·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중앙집중적 예산과 방향 설정은 시장의 다양성과 민첩성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상명하달식 예산 분배가 이뤄질 경우 현장의 수요와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AI 국산화 방향성에만 몰입할 경우 글로벌 오픈소스 및 생태계 협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가 특정 국산 AI 모델 및 반도체·클라우드 등에만 몰두하게 될 경우 글로벌과의 협력과 연계는 약해진다. 이는 곧 국내 AI 기업이 기술을 고도화하고 세계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한 SW 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AI R&D 정책 방향이 정부 주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클라우드가 지금의 AI와 같은 혁신으로 대우받던 시기, 우리 정부에서도 클라우드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모여 개발했고, 정부 기관에서 예산을 쏟았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의 클라우드 생태계는 정부로부터 외면받았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는 밀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름을 바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형이 성공했던 사례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AI는 앞으로 벌어질 국가 간 AI 헤게모니 쟁탈전의 열쇠다. 정부 주도도 좋지만, 민간 기업들의 AI 생태계를 고려해 다각적인 관점을 갖고 R&D 방향을 수립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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