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붐…필요 전력 기하급수 증가
2024년 세계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5.5% 불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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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에너지 생산을 점차 대체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해 있지만, 이는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지 않은 신흥국이나 에너지 집약형 산업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세계의 전력 수요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 에너지연구소(EI)가 발표한 ‘2025년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는 에너재 산업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EI 홈페이지에 실린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지난해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세계 화석연료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2023년의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합계 580엑사줄(EJ, 1엑사줄은 100경줄로 석유 1억 7,000만 배럴의 에너지량)이었지만,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불과 29.97EJ로 전체 소비량의 5.2%에 머물렀다. 2024년에는 32.74EJ까지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5.5%다.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23~24년에 걸쳐 11.9EJ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가 충당한 것은 불과 2.7EJ로 전체의 약 23%였다. 나머지 대부분은 화석연료가 담당했으며, 천연가스가 4.1EJ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소비량이 기록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4년이나 계속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AI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기술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열심이다. 이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막대하다. 새로운 변수다. AI 붐이 세계적으로 확산될수록 전력 수요는 비례해 커질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화석연료 대체의 꿈은 더 멀어질 수 있다.

물론 밝은 측면도 있다. 2024년에는 일본,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폴란드, 뉴질랜드, 체코, 영국 등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성장이 화석연료 증가를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같은 해, 재생에너지가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67%를 조달했다. 이는 세계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화석연료 추가 소비 없이 증가분을 메우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은 세계 석탄과 천연가스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함에도 불구하고) 높이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의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재생에너지는 단지 증대하는 전력 수요를 보충하고 있을 뿐, 탄소 배출량은 증가 일로를 걷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급성장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태양광 발전량은 2024년 세계적으로 전년 대비 27.5% 증가, 7.7EJ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태양광 발전량은 과거 10년에 걸쳐 연평균 25.8%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주요 에너지원 중에서 최고 속도다.

비 OECD 국가들은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발전의 57%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만 3.0EJ를 발전시켜 세계의 40% 비중이었다. 인도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4년에는 0.02EJ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0.5EJ로 25배 늘었다. 그 배경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태양광 패널의 옥상 설치 계획과 송전망의 확장이 있다.

미국의 2024년 태양광 발전량은 1.1EJ에 달해 세계 전체의 14.6%를 차지했다. 하지만 10년간 복합성장률은 24.4%로 세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

풍력 발전량도 2024년에 사상 최고를 기록해 세계적으로 9.0EJ에 이르렀다. 그러나 풍력 발전의 과거 10년 연평균 성장률 7.2%는, 태양광 발전에 비하면 뒤떨어진다. 풍력은 절대적인 발전량에서는 태양광을 상회하지만, 각각의 성장률을 추산하면 풍력 발전이 우세한 현상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2024년 풍력 발전량은 3.6EJ에 달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합계를 웃돌며 세계 선두에 올라섰다. 2위의 미국은 약 1.7EJ로, 전력의 약 10%를 풍력 발전이 차지했다. 한편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풍력 발전도 인허가 지연과 송전망 제약에 직면해 있다. 유럽은 특히 북해의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오랜 투자에 힘입어 풍력이 태양광을 항상 상회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 되었다.

한편 수력 발전은 2024년 약 16.0EJ로 여전히 세계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세는 시들고 있다. 수력 발전에는 지리적 조건에 의한 제약이나 환경 문제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과거 10년간의 성장률은 연평균 1.4%로 침체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브라질,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수력 발전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분산형 태양광 발전이 농업 부문에서 급속히 보급되고 있지만, 캐나다처럼 수력 발전에 의존해 태양광이나 풍력의 도입은 뒤지는 나라도 있다.

보고서에서 드러난 가장 중요한 추세는 OECD 가맹국과 비회원국 사이의 균형의 변화다. 2014년 시점에서는 OECD 국가가 재생에너지 기술 확산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형세는 역전되고 있다. 비 OECD 국가들은 현재 OECD 국가들보다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성장 속도도 빠르다.

이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경제적인 장점이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은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전원으로 간주되고 있다. 신흥국들은 연료 수입을 줄이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며 송전망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들 발전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는 이제 더 이상 틈새를 메우는 정도의 작은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변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미래를 낙관할 요소는 있다. 재생에너지에 드는 비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 기술 혁신도 계속되고 있다. 신흥국은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게 확대할 역량을 갖추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당분간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처하는 괴로운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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