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무역위원회 조사 결과 중국 투자 의사 절반 이하로 급감…신뢰 회복 관건
중국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낙관론도 갈수록 줄어
[아이티데일리]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기록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그 이유를 ‘관세와 무역 갈등’이 세계 두 최대 경제 대국 간의 관계를 계속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WEF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몇 가지 변화의 양상을 소개했다.
WEF는 기본 데이터로 최근 실시한 미중무역위원회(USCBC)의 회원사 설문조사 결과를 이용했다. 조사에 따르면, 위원회 회원사 중 올해 중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한 미국 기업은 48%로, 2024년의 80%에서 40% 가량 급감했다.
그런데 투자 의지를 꺾은 배경은 양국의 무역 갈등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중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낮은 수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USCBC는 270개 이상의 미국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초당적·비영리 단체로, 이번 설문 조사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됐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통상정책 개편의 일환으로 미중 무역 분쟁을 재점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보고서는 “지난 4월 2일 이후 급등한 관세율과 간헐적으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협상으로 인해 기업 신뢰가 흔들리고,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었으며,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상승과 변동을 거듭하는 관세에 대한 우려가 크게 늘었다.
조사에 따르면 관세는 미국 기업들이 직면한 두 번째 큰 도전 과제로 꼽혔다. 이는 2024년의 8위에서 대폭 상승한 것이다. 또한 기업의 70%가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88%는 미중 관계 전반이 악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보고서는 “양국 긴장이 기업들로 하여금 중국 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나타난 경제 구조적 문제와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단기적으로 중국 내 신규 투자를 축소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는 재정적 피해도 초래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미국의 관세로 인해 매출 손실을 입었고, 응답 기업의 절반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 고객들이 미국 외 공급업체로 전환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또한 27%의 기업이 중국의 대응 관세 인상으로 매출을 잃었는데, 이는 2024년보다 21%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공급업체와의 가격을 재협상하고, 공급망을 동남아시아, 인도, 멕시코 등 대체 시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들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3대 대체 시장으로 꼽혔다.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나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정부 지원 등 투자 환경이 대폭 호전되면서다.
글로벌 홍보컨설팅 회사 APCO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마저리 크라우스는 최근 중국 톈진에서 열린 WEF 신리더(New Champions) 연차총회에서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곳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며 “중국을 주요 거점으로 설정했던 공급망의 붕괴로 인해 이미 일부 기업들은 다른 지역에 투자하고, 공급망을 분산·탈동조화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조사에 응한 기업 대다수가 여전히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미래를 낙관한 응답자는 절반 미만에 머물렀다.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 때문이다.
또 미국의 수출 통제, 시장 접근을 저해하는 중국의 산업 정책 및 현지화 정책,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 다양한 요인도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 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이 미국의 이익에 반해 중국을 지원하는 것까지 막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인접한 한국이나 일본이 중국과의 교역을 늘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내수 수요의 변동성 역시 우려 대상이다. 중국은 최근 2년간 5%의 GDP 성장률을 목표로 했으나, WEF의 2025년 5월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망’ 보고서는 “최근 몇 달동안 글로벌 무역 환경의 혼란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해 미국 기업들은 핵심 시장에 집중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특히 소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 3차 도시 등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결국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지는 못하고, 일정한 한계 속에서도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이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의 사정을 설문 결과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경제적 역풍과 지속적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USCBC 설문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쉽게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USCBC의 숀 스타인 회장은 WEF 게시글에서 “치열한 경쟁 시장인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능력은 필수다. 방대한 중산층에 접근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기술과 경영 방식을 연마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응답 기업의 28%는 중국 사업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약 40%는 중국이 자사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관세 완화와 시장 접근성 개선 없이는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SCBC 대표단은 지난달 말 주요 미국 기업인들과 중국 무역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중국 상무부 장관을 만났다. 회동은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에 이어 이루어졌다. 이 협상은 양국의 무역 분쟁을 완화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