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소버린 AI로 한국형 AI 꿈 실현

[아이티데일리] 소버린(Soverign)은 ‘자주적인’, ‘주권이 있는’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이를 산업적인 맥락으로 확장하면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해외 빅테크 중심의 기술 분야에서 자국 기술 개발·운영에 대한 자주성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새정부 출범으로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AI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AI 분야에 총 1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데이터 활용 범위 기준, 인재 확보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클라우드 업계에는 2022년 즈음 ‘소버린 클라우드’란 개념이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소버린 AI 구현을 위한 기반 인프라로서 소버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과 투자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소버린 AI 정의 놓고 신경전

소버린 AI에 대한 정의는 처한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다. 인프라, 데이터, 모델 등 AI 전 과정을 자국에서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외산 기술이나 제품을 활용해도 통제권을 갖고 있다면 소버린 AI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 이러한 견해 차이는 특히 네이버클라우드와 KT클라우드의 신경전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4월 네이버클라우드 김유원 대표는 “외산 기술을 들여와 국산 상표를 붙인다고 소버린 AI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KT클라우드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소버린 클라우드, 소버린 AI라 한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KT클라우드 최지웅 대표는 “소버린 AI는 기술 국적이 아닌 데이터 주도권이 중요하다”며 “AI가 어떤 실질적 효과를 줄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들 역시 처한 입장에 따라 소버린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자체 기술을 개발해 사업 중인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외산 기업과 협업하고 있는 기업은 KT클라우드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AI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버린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소버린 AI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가 나서서 개념을 단정하는 행위가 자칫 특정 기업들의 편을 들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KOSA 안홍준 본부장은 “양측의 의견 모두 설득력 있어 정부가 너무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KOSA가 제시하고 싶은 개념은 하이브리드 소버린이다. 현재 기술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인프라 부문은 일단 외산을 활용하되 점진적으로 완벽한 소버린 AI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버린 AI에 대한 여러 우려 존재

현 정부가 AI 3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소버린 AI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러나 소버린 AI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엄청난 투자를 통해 선도하고 있는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어 경쟁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버린 AI를 강조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국가 주권 및 안보 강화 측면이다. AI 모델이 해외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운영될 경우 민감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가의 핵심 분야인 군사, 외교 관련 시스템에도 AI가 도입되고 있어 AI 주권 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이다.

경제적 주권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들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모델 사용료로 막대한 비용을 청구해도 해결책이 없게 된다.

문화적 독립성도 중요한 요인이다. 글로벌 AI 모델은 주로 영어권이나 서구권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돼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특정 편향을 내포할 수 있다. 반면 소버린 AI를 통해 개발된 모델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적 맥락을 이해해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AI가 우리 사회에 가치와 규범을 담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소버린 AI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국가 경쟁력 강화, 주권 확보 등을 이룰 수 있다.

크라우드웍스 김우승 대표는 “특히 공공, 교육, 금융, 제조분야에서는 현장에 맞는 로컬 특화 데이터와 AI 모델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소버린 AI는 ‘한국형 AI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소버린 AI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와 부작용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이 얘기하는 가장 큰 우려는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이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가 선점한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에서 경쟁이 되겠냐는 것이다.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는 “가슴으로는 하고 싶은데 머리로 계산해 보면 안 된다”고 밝혔다.

소버린 AI 모델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면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LLM 모델 개발에 집중할 경우 기존에 집중하던 분야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방면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기업들은 자사 인력과 리소스를 투자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LLM 외 다른 분야에서 생기는 비즈니스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정부 과제 중심의 개발 구조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드원 김계관 대표는 “지금 같은 구조로는 개발하는 기업이 고객보다 정부 과제 심사자의 의중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고 한국 공공기관에서만 사용하는 갈라파고스형 결과물이 완성돼 국내 정보화 수준 자체를 후퇴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소버린 AI 추진은 국내 IT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산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다양한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100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정부 사업들을 추진하는 점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이다. 국내 AI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제공해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다. 특히 공공, 금융, 교육 등 영역에서는 현장에 맞는 로컬 특화 데이터가 중요해 한국형 데이터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다.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 창출도 기대된다. 금융·법률 등 신뢰성이 중요한 산업에 국산 LLM을 중심으로 AI 도입이 확산되고 공공기관에서도 AI 도입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 소버린 AI 구축 경험 자체가 비즈니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AI 선두 국가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국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KOSA 안홍준 본부장은 “중동,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소버린 AI를 구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가 먼저 소버린 AI를 구축하며 확보한 기술력을 내세워 다른 국가들을 지원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소버린 AI를 통해 공공 인프라처럼 국민 누구나 AI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사회 전반의 AI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터뷰] “AI는 소프트웨어의 연장선…과거 실패 답습해선 안 돼”
그리드원 김계관 대표
그리드원 김계관 대표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소프트웨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중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몇몇 소프트웨어는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쓰이지 않고 국내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이는 곧 소프트웨어 산업의 갈라파고스화를 초래했다.

AI는 소프트웨어의 연장선이다. 소프트웨어는 시장,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개선되고 진화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정부 사업 구조로는 기업이 고객보다 정부 과제 심사자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고, 이런 구조로 만들어진 솔루션은 결국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특히 AI 분야는 특정 기업에 자원을 집중한다고 혁신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인력과 산업, 수많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실험하고 경쟁해야 혁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자본을 많이 투자한다고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그냥 GDP 순서대로 AI 강국 순위를 세우면 된다.

결국 정부는 소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많은 인재와 기업이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디어 발굴, LLM 학습 인프라 제공,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하는 ‘AI 서비스 상용화 밸류체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민간 솔루션이 스스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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