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스스로 이동 통제하고 보행 전환…실제 개 움직임에 접근
자신의 행동 기억하는 ‘딥 강화학습 아키텍처’도 적용

리즈 대학교 연구진이 선보인 AI 로봇개 클래런스. 사진=네이처
리즈 대학교 연구진이 선보인 AI 로봇개 클래런스. 사진=네이처

[아이티데일리] 영국의 연구 중심 공립 종합대인 리즈 대학교(University of Leeds)의 연구진이 동물의 움직임을 빠르게 모방해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반 로봇개를 공개하며 로봇공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기술이 지금까지 개발된 것과 차별화된 것은 로봇개가 실제 동물처럼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탐색하고 스스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 저널에 게재됐으며, 요약글이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이 로봇개는 수색 및 구조 작업부터 원자력과 같은 생체 위험 시설 해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인간에 의한 개입과 훈련 없이도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이 주변 환경 및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이번에 선보인 기술의 핵심에는 AI 시스템이 있다. 로봇개에 적용된 AI 시스템은 새로운 상황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하는 고유의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이 프로젝트는 개, 고양이, 말과 같은 동물들이 다양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를 관찰하면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동물들이 신체 균형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움직임과 이동을 스스로 통제하고 바꾸는 능력을 로봇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진은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컴퓨터공학과의 저우(Zhou) 교수가 이끌었다. 연구진은 동물들이 두뇌로 스스로의 움직임을 조절 및 제어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 목표는 특정 임무를 수행하도록 로봇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태생적으로 보유한 본능적인 균형감각과 에너지 효율성을 로봇에 부여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유연하고 탄력 있게 움직이는 '체화된 AI(Embodied AI)'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결과, “클래런스(Clarence)”라고 이름 붙여진 이 로봇개는 단 9시간 만에 보행 전환 기술을 스스로 습득하는 큰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대부분의 동물 새끼들이 걸음걸이를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짧은 것이었다.

리즈 대학교의 조셉 험프리스 연구원은 이 로봇개가 다양한 표면에서 보폭을 부드럽게 조정할 수 있는 ‘딥 강화학습 아키텍처’도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로봇개는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동작을 조정하며, 보행 형태를 기억하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기존의 AI 시스템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반면, 클래런스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곧바로 현실 세계에 적응할 수 있으며 별도의 미세 조정도 필요 없다.

이 기술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생체모방(biomimicry)이다. 연구진은 실제 동물의 움직임을 클래런스가 모사함으로써 행성 탐사, 농업, 인프라 점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한 이동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클래런스는 숲 속의 흩어진 나무 조각이나 바위, 무성한 뿌리 등 다양하고 험한 표면에서 반복적으로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위험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인간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번 성과는 로봇개 클래런스에 국한됐지만, 연구에서 제시된 핵심 원리는 대형 로봇이든 작은 로봇이든 신체 구조가 비슷한 4족 보행 로봇이라면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봇공학의 미래를 위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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