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지금까지 초신성은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두 번 폭발한 것으로 보이는 초신성이 사상 처음으로 발견됐다. 초신성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항성이 일으키는 폭발 현상을 말한다.
이 발견은 남미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유럽남천문대(ESO)의 초대형 망원경 VLT(Very Large Telescope, 초거대 망원경)를 이용한 관측에서 드러났다. VLT는 4개의 8m급 천체망원경 및 4대의 1.8m급 천체망원경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급 천체관측 망원경이다. 논문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연구진이 작성했으며, 네이처 천문학지에 실렸다. 논문 요약글은 네이처 온라인판과 포브스 등지에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 나사(NASA)에 따르면, 초신성은 매우 밝고 강력한 항성의 폭발로, 인류 관측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폭발 현상 중 하나다. 이번에 최초로 관측된 ‘이중 폭발 초신성’은 ‘우주의 거품’처럼 보이는 천체 잔해인 초신성 잔해 ‘SNR 0509-67.5’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SNR 0509-67.5’는 직경 약 23광년으로, 초속 약 5,000km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며, 과거 나사의 허블 우주망원경(HST)에 의해 촬영된 이미지도 존재한다.
이 초신성 잔해는 남쪽 하늘 ‘황새치자리’ 방향 약 16만 광년 거리에 있는 대마젤란은하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마젤란은하는 우리 은하(은하계, Milky Way)를 도는 왜소은하 중 하나다. SNR 0509-67.5는 Ia형 초신성의 잔해로, 이 유형의 초시넝은 혈액에 포함된 철 등 철족 원소의 주요 생성원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천문학에서 거리 측정을 위한 ‘표준광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발생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천문학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천문학계는 이번 발견을 통해 어떻게 초신성이 두 번 폭발했는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열쇠는 ‘Ia형 초신성(Type Ia Supernova)’에서 찾아진다. ‘Ia형 초신성’은 백색왜성(중·저질량 급의 항성이 수명을 다한 후 남는 고밀도의 중심핵)과 동반성(주로 주계열성 또는 적색거성)이 이루는 쌍성계(두 개의 별로 이루어진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백색왜성은 동반성에서 흡수한 물질이 표면에 축적되어 임계질량에 도달하게 될 때 결국 핵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전체 별이 폭발하며 초신성으로 변화하고 백색왜성 자체는 소멸하게 된다.
‘Ia형 초신성’은 밝기가 일정하개 때문에 관측되는 밝기를 통해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를 이용해 우주 거리를 측정하며 우주 팽창 속도 계산에도 사용된다. 1990년대 후반에는 ‘Ia형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이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 존재 가설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연구로 천문학자들이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아가 ‘Ia형 초신성’은 철, 니켈, 코발트 같은 중금속 원소의 우주 내 주요 공급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연구에서 일부 ‘Ia형 초신성’이 두 번의 폭발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론이었을 뿐 실제로 증명된 사례는 없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백색왜성이 동반성에서 흡수한 헬륨이 주변에 축적되면서 불안정해지고, 1차 폭발을 일으킨다. 이때 생긴 충격파가 백색왜성의 중심핵에 2차 폭발을 유도해 최종적으로 초신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이중 폭발 초신성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중 폭발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초신성 잔해 안에 칼슘으로 이루어진 독립된 두 개의 구체 껍질이 존재할 것이라고 천문학자들은 예측해 왔다. 이 두 개의 껍질이 이번에 발견된 것이다.
신성 발견이 잇따르고 있다. 나사는 지난 1월 쌍둥이자리 방향 약 6억 광년 거리 떨어진 초신성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의해 촬영됐다고 밝혔다. 이 초신성 ‘SN 2022aajn’은 중앙에 파란 점으로 나타나 있으며, 이 역시 Ia형 초신성이다. 이번 이중 폭발 초신성의 발견과 거의 동시에 보다 소규모의 폭발 현상인 ‘신성’도 남반구 밤하늘에서 2개가 잇따라 발견됐다. 이 두 신성은 수백만 배 밝아졌고, 현재는 육안으로도 관측 가능한 수준이다.
한편 포브스지에 따르면 올 연말경이나 내년 초 북반구의 왕관자리에 있는 ‘왕관자리 T성(T CrB)’이 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이는 며칠간 육안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T CrB는 약 3,000광년 거리에 위치하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폭발을 일으킨 적이 있어 ‘되풀이 신성’으로 분류되며, 다음 폭발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드문 사례다. 마지막 폭발은 약 80년 전인 1946년에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