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포사이트 로보틱스, 올해 중 로봇 백내장 수술 목표
돼지 눈 이용해 300회 이상 테스트 수술…결과는 성공적

백내장 수술 로봇의 작동 메커니즘. 이미지=포사이트 로보틱스
백내장 수술 로봇의 작동 메커니즘. 이미지=포사이트 로보틱스

[아이티데일리] 백내장 수술은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의료 시술 중 하나다. 미국에서만 매년 400만 건 이상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백내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의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안과로 유명한 강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백내장 진단과 수술을 받으려면 수 개월을 기댜러여 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포사이트 로보틱스(ForSight Robotics)는 복잡하지 않은 눈 수술을 로봇 기술로 해결하고자 설립됐다. 궁극적으로는 안과 전문의보다 더 정밀하게 수술을 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수술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사이트는 6월 말, 회사의 안과 수술 로봇 플랫폼 ‘오리옴(Oryom)’의 확장을 위해 이클립스 벤처스(Eclipse Ventures) 주도로 1억 2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포브스지가 전했다. 오리옴은 백내장을 비롯한 다양한 안과 질환을 시술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로봇 플랫폼이다. 이번 조달 금액은 수술용 로봇 스타트업의 시리즈 B 투자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한다. 포사이트의 총 누적 조달 금액은 1억 9500만 달러에 달한다.

피치북에 따르면 이번 조달을 통해 포사이트의 기업 가치 평가액은 5억 달러로 올라갔다. 이는 지난 2022년 시리즈 A 펀딩 당시 평가받았던 1억 6200만 달러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이번 투자에는 수술용 로봇의 선구자로 꼽히는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공동 창업자 프레드 몰(Fred Moll)도 참여했다. 그는 포사이트의 전략 자문 위원회에도 합류했다.

포사이트는 지금까지 돼지의 눈을 이용해 로봇 수술을 테스트해 왔다. 노하우를 축적해 올해 하반기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첫 완전 로봇 수술을 실시할 예정이다.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FDA(식품의약국)와도 초기 협의를 진행 중이다. 포사이트의 로봇은 백내장 수술용으로는 최초이지만, 로봇 수술 자체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Da Vinci) 시스템이 25년 전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포사이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장 겸 최고의료책임자인 조셉 네이선 박사는 “처음에는 로봇 기술의 발전을 위협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가장 뛰어난 결과를 가져다주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렌즈로 교체하는 시술로, 보통 15분 이내에 끝나는 짧은 수술이다. 좁은 공간에서 매우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지만, 반복적이며 출혈이 거의 없어 로봇이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네이선 박사는 “로보틱스를 통해 안과 의료의 새로운 수준을 실현하고 있다”며 “눈의 구조는 나이와 인종에 관계없이 일정하므로, 백내장 수술은 항상 동일한 절차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예방 가능한 시력 장애나 실명을 겪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이다. 그러나 인구 100만 명당 안과 의사는 32명, 백내장 수술 의사는 14명에 불과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격차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포사이트의 창업자들은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공과대학에서 만나 회사를 설립했다. 로보틱스 연구소 소장을 지낸 모셰 쇼함 교수는 과거 척추 수술용 로봇 기업 메이저(Mazor)를 공동 창업, 2018년 메드트로틱(Medtronic)에 16억 달러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외과의사인 조셉 네이선 박사는 테크니온의 헬스케어 기술 상업화를 담당하던 인물이다. 안과 수술용 로봇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쇼함 교수, 메드트로닉 산하 연구소 R&D 책임자였던 다니엘 그로즈만과 함께 2020년 포사이트를 설립했다.

백내장 수술은 의료용 수술 가운데 가장 많이 시행된다. 백내장 수술보다 많이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는 채혈밖에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로봇이 사용되지 않았다. 레이저 수술이 주목받으며 로봇 수술의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령화에 따른 백내장 수술 폭증으로 인해 수술용 로봇의 도입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매우 유망해졌다는 평가다. 백내장 수술은 로봇이 지원할 수 있는 수술 중에서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포사이트는 지난 4년간,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결합한 미세 수술용 로봇 개발에 집중해 왔다. 테스트에서는 실제 백내장 외과의들을 초대해, 돼지의 눈을 사람 얼굴 모형에 넣고 수술을 시연해 로봇의 성능을 검증했다. 돼지의 눈은 인간의 눈과 매우 유사하여 훈련용으로 널리 쓰인다. 현재 포사이트의 로봇은 3세대까지 발전했다. 돼지 눈을 활용한 테스트 수술은 300건에 달한다.

포사이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수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도처럼 인구가 많고 의료 격차가 큰 국가에 진출하는 한편, 망막 수술, 녹내장 치료, 숙련 의사만이 가능한 고난이도 수술에도 로봇을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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