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맥킨지 보고서: 석유부터 재생에너지까지 전 부문 피해 예상
전문가들 “모두가 손해 본다” 이구동성 우려
[아이티데일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중심 무역 정책이 미국 에너지 산업 전체에 불확실성과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관세 시나리오 보고서를 통해 석유, 천연가스, 태양광, 배터리 등 거의 모든 에너지 부문이 이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경쟁력과 산업 성장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 무역 정책 시나리오: 장기 갈등은 모두에게 손해
미 연방법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권한법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여전히 재판은 진행 중이다. 법원 판단과 관계없이 트럼프 정권의 관세를 통한 무역 분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예상 결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무역 휴전' 시나리오로 2024년 수준으로 관세가 환원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2030년까지 연평균 2.7%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는 '무역 긴장' 시나리오다. 품목별로 일부 관세가 인상되지만 글로벌 경제는 낮은 수준에서 성장세를 이어간다.
세 번째는 현재의 기조가 유지되는 '무역 전쟁' 시나리오다. 미국이 평균 30% 이상의 높은 관세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이 중 '무역 긴장'이 가장 현실적인 경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미국 에너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갈등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 재생에너지 산업: 수입 의존 높아 피해 가장 커
우드 맥킨지의 전력 및 재생에너지 담당 크리스 자이플 부회장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저장장치는 대부분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수입되며, 관세가 인상될 경우 프로젝트 전반의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이플은 “특히 유틸리티 기업들은 프로젝트 추진 전 복잡한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관세 변동성이 크면 정확한 비용 예측이 어려워 사업 진행이 지연된다”고 우려했다.
자이플에 따르면 배터리 저장장치의 경우, 현재 미국 내 생산 능력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대부분의 수요는 여전히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내 배터리 제조는 주로 전기차(EV)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력망용 저장장치 분야는 아직 본격적인 생산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은 필요한 장비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 제조 투자 불확실성으로 인한 산업 위축
재생에너지 제조업체들은 투자에 장기간이 소요되거나 관세 정책의 방향성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한국 등 해외 제조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으며, 미국은 정책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이플은 “무역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본다”면서 “에너지 분야의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도 피해
천연가스 산업은 수출 중심 구조로 인해 비교적 관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지만, 석유 및 가스 탐사, 생산(E&P) 부문은 철강 등 필수 자재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인해 상당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산업 전반이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는 어느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 기술 낙후 가능성: 미국만 뒤처질 우려
우드 맥킨지는 미국이 고율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기술 진보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유틸리티용 태양광 발전소 건설 비용은 미국에서는 와트당 1.15달러인 반면, 중국은 0.42달러, 유럽은 0.70달러 수준이다. 미국이 유럽보다도 50% 이상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관세 때문이며, 이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불어, 중국 제조업체들은 태양광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으나, 미국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기술의 도입을 경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을 키우고, 저비용 에너지 전환의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
◆ 정책의 불확실성은 산업의 최대 리스크
현재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은 일관성이 부족하며, 정책이 급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관세의 목적이 무역 적자 해소인지, 국내 제조업 보호인지조차 불분명한 가운데, 산업계는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드 맥킨지는 이러한 무역 정책의 혼란이 미국 에너지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술 도입의 지연, 비용 증가, 투자 위축 등 전방위적인 리스크를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결국, 무역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특히 에너지 전환과 기후 대응을 목표로 하는 미국에게는 치명적인 발목잡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