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글쓴이 약력>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 박사 학위
삼성전자공과대학교 반도체학과 교수 역임
SK이노베이션 데이터사이언스팀 과장
[아이티데일리] 물리적 공간과 규칙 하에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피지컬(Physical) AI 분야는 차세대 AI 개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감각, 언어, 추론 능력을 모사하는 AI 시스템은 이미 제조, 의료,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AI 개발의 다음 단계는 물리적 공간에서 동작하고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피지컬 AI 개발이다.
* 피지컬(Physical) AI 시대, 동적 시스템과 시스템 식별의 핵심 역할 (5월호)
* 피지컬(Physical) AI 시대의 디지털 트윈과 이상 탐지 기술 (이번호)
* 물리적 센서와 연동한 실시간 동역학 시뮬레이션 재구축 및 가상 센서 기술
* 동역학 시스템의 이상 감지를 위한 설명 가능한 딥러닝 기술 개발
* 딥러닝 기반 실시간 모델 예측 제어(Model Predictive Control) 기법
피지컬(Physical) AI 시대는 물리적 세계와 인공지능이 밀접하게 융합된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지능형 로봇 등 고도화된 물리 시스템이 일상화되면서, 이들의 동작 원리와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기술적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은 현실 시스템을 컴퓨터 기반의 가상 모델로 정밀하게 재현함으로써, 시스템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실제 물리 시스템의 상태와 동작을 동적으로 반영하고 예측하는 실시간 연동형 가상 복제체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트윈은 세 가지 핵심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1) 물리 시스템, (2) 해당 시스템의 동작과 상태를 센싱하고 전송하는 데이터 스트림, 그리고 (3)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리 현상을 예측하거나 재현하는 컴퓨터 기반의 물리 모델이다. 이때 모델은 유한요소해석(Finite Element Analysis), 다물체 동역학(Multibody Dynamics),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 등 다양한 물리 시뮬레이션 기법에 기반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반의 모델도 병행해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감시·모니터링을 넘어, 실제 시스템의 미래 상태를 예측하거나 고장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단순 센서 시스템과 구별된다. 특히 제조, 에너지, 모빌리티와 같은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성 향상, 유지보수 비용 절감, 안전성 강화 등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실험이 어려운 극한 환경이나 고비용 시스템에 대한 가상 시험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본 튜토리얼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트윈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가상 센서(Virtual Sensor)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 기법의 발전 흐름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이상 탐지 방식이 물리 센서의 국소 정보에 의존했던 반면, 가상 센서 기반 접근법은 전역적인 물리 시뮬레이션 결과를 실시간으로 추정해 보다 정밀하고 통합적인 이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의 설명 가능한 이상 탐지 기법이 디지털 트윈 프레임워크와 융합되며, 복잡한 시스템에서의 이상 징후 식별과 원인 분석까지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의 구성 원리와 역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실제 물리 시스템의 상태와 동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예측하는 가상 복제 시스템으로 정의된다. 단순한 시뮬레이션 모델과 달리,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을 센서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그 결과를 다시 물리 시스템에 피드백함으로써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특성은 디지털 트윈을 단순한 모니터링 도구가 아닌 예측(Prediction), 최적화(Optimization), 제어(Control)까지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기반 기술로 만든다.
디지털 트윈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뤄진다.
· 실제 물리 시스템(Physical System): 센서, 액추에이터, 제어기 등으로 구성된 현실의 시스템으로, 디지털 트윈이 모사하고자 하는 대상이다. 이는 제조 장비, 구조물, 차량, 로봇, 발전소 등 다양한 산업 시스템일 수 있다.
· 데이터 수집 및 통신 인프라(Sensing and Communication): 물리 시스템의 동작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디지털 공간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온도, 압력, 진동, 전류 등 다양한 물리량을 측정하는 센서와 이를 연결하는 산업용 사물 인터넷(IIoT), 5G 등의 네트워크 기술이 포함된다.
· 디지털 모델(Digital Model):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리 시스템을 수치적으로 재현하는 모델이다. 이는 유한요소해석(FEA), 전산유체역학(CFD), 다물체 동역학(MBD) 등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모델이 될 수도 있고, 최근에는 딥러닝이나 시계열 예측 모델 등 데이터 기반 학습 모델도 병합해 사용된다. 많은 경우 이 두 가지 접근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활용된다.
디지털 트윈의 핵심 가치는 단순한 상태 복제에 그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과 실측 데이터의 융합을 통해 시스템의 미래 상태를 예측하거나,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나아가 시스템의 운용 조건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제조 현장에서 특정 장비의 열 변형이나 진동 특성이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일 경우, 디지털 트윈은 이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하고 유지보수 시점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공정 조건을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트윈은 실제 시스템의 실험이 제한되거나 위험한 경우에 강력한 대안 방법론이 된다. 항공기 엔진, 원자로, 대형 인프라 구조물과 같이 실험 비용이 많이 들거나 위험 부담이 큰 시스템의 경우,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가상의 환경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험하고 최적의 운용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디지털 트윈은 현재 스마트 제조, 항공우주, 에너지 시스템, 건설,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의 시대에는 물리적 시스템을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기반 기술로서 디지털 트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물리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융합을 통한 가상 센서
디지털 트윈의 정밀도와 활용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가상 센서(Virtual Sensor) 기술이다. 가상 센서는 기존 물리 센서로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물리량(예: 내부 응력, 유체 속도, 열 분포 등)을 시뮬레이션과 제한된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기술이다. 이는 물리 센서의 설치 위치나 비용, 측정 한계로 인해 관측할 수 없는 공간적 또는 시간적 정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가상 센서의 핵심 개념은 물리 기반 모델(Physics-based Simulation)과 센서 데이터(Sensor Data)의 융합에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가상 센서를 구현한다.
· 물리 시뮬레이션 모델 구축: 먼저, 시스템의 물리적 특성을 반영한 수치 모델을 구성한다. 유한요소해석(FEA), 전산유체역학(CFD), 열전달 해석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 기법이 활용된다. 이 모델은 주어진 입력 조건에서 물리량의 공간적 분포를 계산한다.
· 측정 데이터 수집 및 모델 보정: 실제 시스템에서 제한된 위치의 센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시뮬레이션 모델의 경계조건 또는 파라미터 보정에 사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의 현실 적합성을 높인다.
· 관측 불가능한 변수 추정: 보정된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직접 측정되지 않은 물리량을 추정한다. 이는 시간적 예측뿐만 아니라, 공간 해상도의 보간에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물리 기반 모델만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비선형성이나 외란을 고려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PINNs) 방식을 통해 시뮬레이션 오차를 학습 기반으로 보정하거나 센서-시뮬레이션 간의 복잡한 관계를 모델링한다.
가상 센서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구조물 내부의 응력 분포는 외부에서 직접 측정이 어려우므로, 외부 변형률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전체 구조물의 응력장을 추정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전산유체역학(CFD) 기반의 가상 센서를 통해 유체 흐름의 속도장이나 난류 특성을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이를 시스템 제어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물리 센서 기반 시스템이 가진 한계(국소적 정보 수집, 설치 제약, 유지보수 부담)를 보완하며, 더 풍부하고 전역적인 물리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이상 탐지와 같은 데이터 해석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가상 센서를 통해 얻은 정량적 예측 결과가 단순한 센서 알람보다 훨씬 정교한 분석과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가상 센서 기술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트윈의 중심 기능 중 하나로 발전하고 있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가상 센서를 기반으로 한 이상 탐지 기법이 기존 접근 방식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장점을 가지는지를 살펴본다.
가상 센서 기반의 이상 탐지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는 시스템의 정상 동작 패턴에서 벗어난 이상 상태를 조기에 인식해 고장 예방, 품질 향상, 안전 확보 등에 기여하는 핵심 기술이다. 전통적으로 이상 탐지는 물리 센서로부터 얻은 국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임계값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통계적 분포를 벗어난 경우를 이상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수행돼 왔다. 예를 들어, 평균과 표준편차 기반의 관리도(Control Chart), 관측치 간 거리 기반의 이상치 탐지, 시계열 예측 오차 기반 기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구현이 간단하고 실시간 처리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특정 지점의 센서 값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물리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가진다.
이에 반해, 가상 센서 기반 이상 탐지는 전체 시스템의 상태를 물리적으로 추정하고, 이와 실제 센서 데이터 간의 불일치 또는 비정상적인 패턴을 통해 이상을 탐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이 접근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전역성이다. 물리 센서는 특정 지점의 값을 측정하는 데 반해, 가상 센서는 시스템 전체의 응력장, 온도장, 유동장과 같은 물리량 분포를 복원할 수 있으므로, 구조적 이상이나 비가시적 고장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 날개나 고층 건물의 구조물에서는 외부에 설치된 소수의 센서만으로는 내부 균열이나 국부 응력 집중을 감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상 센서와 시뮬레이션 모델을 결합하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이상 징후까지도 탐지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 사례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스템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은 운행 중 발열이 불균형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성능 저하나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모든 셀 내부에 온도 센서를 설치하는 것은 공간적 제약과 비용 문제로 인해 비현실적이다. 이때 가상 센서를 활용하면, 소수의 온도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함께 열전달 시뮬레이션 모델을 결합해 배터리 모듈 전체의 열분포를 실시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온도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사전에 식별하고, 이상 상태로 발전하기 전에 냉각 시스템을 조정하거나 경고를 보낼 수 있다.
더불어 이상 탐지의 결과를 시각화하고 해석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가상 센서로부터 얻은 물리량의 시공간 분포는 단순 수치가 아닌 물리 기반 설명성(physics-informed interpretability)을 제공하며, 이는 유지보수 인력이나 운영자에게 결과에 대한 강한 신뢰성을 제공한다.
결론 및 도전 과제
디지털 트윈, 가상 센서, 그리고 설명 가능한 이상 탐지 기술은 피지컬(Physical) AI 시대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 본 튜토리얼에서는 컴퓨터 기반 물리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의 구성 원리와 역할을 시작으로, 물리량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가상 센서 기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상 탐지 기법의 흐름을 단계적으로 살펴봤다. 특히 기존의 물리 센서 기반 이상 탐지 기법이 국소적인 관측에 제한되어 있었다면, 가상 센서를 활용한 접근은 전역적인 물리 현상을 반영해 더욱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이상 감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트윈과 가상 센서 기반 이상 탐지 기술이 실제 산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여러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고정밀 시뮬레이션을 실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 정밀도와 계산 비용 간의 균형을 고려한 경량화 모델(reduced-order model)이나 대체 모델(surrogate model)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센서의 측정 오차나 설치 위치의 불확실성, 데이터 수집의 지연 등은 시뮬레이션과 실측 간 불일치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보정하기 위한 확률적 모델링이나 베이지안 기반 업데이트 기법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향후 연구 방향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다양한 센서 모달리티(온도, 진동, 음향, 영상, 전류 등)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디지털 트윈(Multimodal Digital Twin) 기술은 복잡한 물리 시스템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고 이상 상황에 더욱 신뢰성 높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시스템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기 갱신이 가능한 Self-updating Digital Twin 개념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온라인 학습이나 전이 학습 기반으로 구현 가능하다. 이상 탐지의 신뢰성과 해석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리 법칙을 내재화한 Physics-informed 딥러닝 모델과 설명 가능한 AI 기법(XAI)의 통합이 요구되며, 이를 통해 판단의 정당성과 물리적 타당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이상 탐지 시스템이 단순 감지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제어 명령을 내리거나 운용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율형 시스템 통합으로 확장될 경우, 진정한 의미의 물리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