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공상과학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레이저 소총이 더 이상 공상과학 소품으로 머물지는 않게 됐다. 프랑스 방산업체 CILAS는 드론 전자장치를 교란할 수 있는 레이저 소총(모델 HELMA-P)을 지난해 선보인 데 이어, 이를 소형화하고 활용 범위를 넓힌 후속 모델 HELMA-LP를 개발했다고 엔지니어 커뮤니티인 원더풀엔지니어링이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개발된 HELMA-LP 레이저 소총은 실제로 작동하는 무기다. 다만 살상용이 아니라 제어용으로 설계됐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레이저가 발사되며 총알은 존재하지도 발사되지도 않는다. 레이저 빔을 쏘기 때문에 남기는 흔적이라곤 전자기기의 타버린 회로나 망가진 센서뿐이다.
HELMA-LP는 ‘전장 레이저 기술’을 소형화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다. 여러 국가의 군이 대형 레이저 시스템을 배에 장착하거나 트럭에 올려 드론이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로 시험해 왔지만, HELMA-LP는 이들과 달리 휴대가 가능하고 전술적이며, 의도적으로 절제된 무기다.
이 레이저 소총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 있는 15kg짜리 배낭과 연결되어 있다. 발사하면 집중된 에너지 빔이 쏘아지며, 300~500미터 거리의 적 센서나 드론의 광학 장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CILAS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장비의 회로만 태워버리는 것일 뿐’으로, 몇 초 만에 적 전자기기를 교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짧은 펄스로 드론 카메라의 플라스틱 외장을 녹이거나 통신 장비의 민감한 회로를 과열시킬 수 있다.
이 무기는 파괴를 위한 무기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무기다. HELMA-LP는 소총이나 로켓을 대체하는 것도 아니며 스타워즈에서처럼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광선 총도 아니다. 소총의 레이저 출력은 적절하게 조정돼 있으며 특정 목적만 위해 사용될 뿐이다.
전 모델인 구형 HELMA-P는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당시 도심 상공을 드론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플랫폼에 탑재된 대형 시스템이었다. 발전기를 통해 구동되며 효과는 있었지만, 기동성을 요구하는 부대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HELMA-LP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했다. 표준 대전차 무기보다 가볍고, 한 명의 훈련된 조작자만 있으면 운용할 수 있다. 특히 은밀성이 큰 장점인데, 발사음이 없고, 빔의 출처를 식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도심 작전처럼 정밀성과 은폐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매우 유용하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대기 조건에 따라 빔 강도가 약해질 수 있으며, 배터리 용량은 지속 사용을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은 이미 이 무기를 현장 시험 중이며, 나토(NATO) 동맹국들에게도 시연했다.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이 레이저 소총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감시 장비가 많은 적과의 비대칭 전투 상황에서이 무기가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무기가 살상용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레이저 출력을 대폭 높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빛이 강하게 직진하는 레이저의 위험성은 출력과 비례해 증가한다. 출력이 수십 킬로와트(KW) 급으로 증강되면 인체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규제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1995년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실명을 유발하는 레이저 무기의 사용을 금지한다. 또한 레이저 무기는 대기 중의 수분과 먼지, 안개 등 기상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악조건에서는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배터리 용량도 문제가 된다. 더욱이 레이저는 전파의 일종이기 때문에 직진성이고, 따라서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한다. 이런 기술적인 한계만 극복된다면 살상 버전의 레이저 소총 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