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영원한 '갑'은 아니다
IFRS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거머쥔 회계법인들은 IFRS 프로젝트가 최고 활황이었던 지난해 2000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했으며, 시장 초기 한꺼번에 100~2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된 IFRS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혜자로 회계법인들이 지목되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돈을 많이 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은 이 같은 시각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시대적으로 불가피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낮은 수익성을 감안하면서도 절반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기업들을 지원해왔을 뿐 수익성을 보고 참여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회계법인들은 "IFRS 회계컨설팅은 수익사업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 공공재 성격의 회계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며 기업들이 IFRS를 제대로 도입 못할 시에 향후 회계감사 본업이 깨지므로 IFRS 컨설팅을 지원해왔던 것일 뿐"이라며 그 동안 보다 높은 마진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는 곱지않은 시각에 대해 볼맨 변명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들은 엄연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임에 분명하다. 특히 회계 컨설팅 기업들은 고가의 전문인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프로젝트 비용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소 동떨어질 만큼 고가였음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물론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적 공공재 성격의 회계감사를 제공한 컨설팅 업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IFRS 컨설팅이 수익성이 낮은 서비스 상품이라는 회계 컨설팅 업체들의 주장의 근거는 공공재 성격의 컨설팅 때문이 아니라 회계법인들 간의 치열한 경쟁에 더 큰 원인이 있다. 그들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은 컨설팅은 물론 솔루션 개발, 구축에 대한 단가까지 덩달아 낮춰진 것도 업계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익성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회계법인도 엄연한 사기업인데, 수익성을 배제하고 기업 지원 차원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식으로 자신들을 포장하려는 회계법인의 태도는 지적받아 마땅한 것이다.
사실 회계 컨설팅 업체들은 회계감사 시 항상 '갑'의 입장이었다. 반면, IT 기업들은 '을'의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갑과 을의 차이는 천지 간 차이다. 성공적인 IFRS 프로젝트를 위해 IFRS 회계법인과 IT개발업체는 단일 목표를 갖고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 부분이 결코 쉽지 않다. IT 지식이 없는 회계컨설팅 업체와 회계용어가 생소한 IT 개발업체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을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울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실제 IT업체들은 "프로젝트 시 회계사는 IFRS 재무제표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리포팅을 해야 하는데 전산팀과 대화가 안 돼 힘들고, 또 평소 갑의 입장이었던 회계 컨설팅 업체들은 전산 팀과 상호 작용하며 함께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회계법인들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이끌기 위해서는 '갑'이라는 위치에서 내려와 헝그리 정신부터 배워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 회계법인들이 포스트 IFRS 시장을 염두하여 IT 역량 강화에 한창인 만큼, 회계법인도 IT 업체들처럼 고객이 만족할 그 순간까지 불굴의 의지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할 순간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IT 업체들은 회계법인에게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IT 사업이 밥숫가락만 얹는다고 될 게 아니니 헝그리정신 먼저 배우라고."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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