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에너지 혁신과 환경 지속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그런 가운데 인도 과학연구소(IISc)의 연구진이 ‘황금’을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황금이 아닌 ‘아연’이다.
기존의 아연-공기 배터리를 재구성한 연구진은 청정 에너지 저장, 친환경 화학 물질 생산, 폐수 처리라는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다목적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가 전했다. 관련 논문은 스몰메소드(Small Methods)에 실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오랫동안 휴대전화부터 전기차까지 다양한 기기의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특히 전력망 수준의 저장에는 확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체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아연-공기 배터리가 빛을 발한다.
아연은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배터리에서 양극(anode) 역할을 한다. 음극(cathode)은 주변 공기를 끌어들이는데, 배터리가 작동할 때 음극에서 산소가 환원되면서 이상적으로는 물 또는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인 과산화수소(H₂O₂)를 생성한다.
IISc의 이번 혁신은 산소 환원 반응을 조절해 의도적으로 물이 아닌 과산화수소를 생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르다. IISc 고체 및 구조 화학 연구소(SSCU)를 이끄는 아닌다 바타차리아(Aninda Bhattacharyya)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 전략은 산소 환원 반응의 범위를 제어하는 것”이라며 “이 반응을 제어하지 않으면 그냥 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금속이 없는 탄소 기반 촉매를 사용해 반응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기존 방식은 값비싼 금속과 에너지 집약적 공정에 의존하는 반면, 이 방식은 비용 효율적이다. 산소 친화적 작용기를 가진 탄소 촉매는 반응이 물(H₂O)이 아닌 과산화수소(H₂O₂) 생성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무색의 과산화수소를 검출하기 위해 연구진은 창의력을 발휘했다. 반응 혼합물에 섬유 염료를 첨가해 과산화수소 존재 시 색이 변하도록 한 것이다. 이 시각적 단서는 과산화수소가 생성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창의적인 방식이었다. 더 나아가 과산화수소는 분해되며 고활성 라디칼(하이드록시 라디칼, 슈퍼옥사이드 등)을 생성하고, 이는 염료 분자를 분해해 폐수를 정화한다.
연구진은 “생성된 과산화수소는 하이드록사이드(수산화물)이나 슈퍼옥사이드(초산화물)과 같은 라디칼로 분해되고, 이는 섬유 염료를 분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처럼 단순히 전력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염료로 오염된 폐수를 직접 정화하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특히 섬유 산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오염이 심한 산업 중 하나다. 게다가 이 배터리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아연과 공기뿐이다. 연구진은 “다른 복잡한 과정 없이 그냥 배터리를 작동시키면 된다”며 이 설계의 단순함과 탁월함을 강조했다.
아연-공기 배터리는 이미 입증된 기술이다. 기존 인프라와 재료 기반에 과산화수소 생산 기능을 더함으로써 기술적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었다는 평가다. 과산화수소는 염색공장이나 식수 소독 등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아연은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다만 IISc가 개발한 이 기술이 상업적으로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험실에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설비의 규모와 대량생산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염료 분해 반응이 모든 폐수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지도 증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