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지구로 가져올 샘플 연구에 AI 에이전트가 투입된다. 사진=나사
화성에서 지구로 가져올 샘플 연구에 AI 에이전트가 투입된다. 사진=나사

[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 연구진이 우주에서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분야인 우주생물학에서 자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네이처 온라인판이 전했다.

‘아스트로에이전트(AstroAgents)’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과학적 가설을 생성하는 8개의 ‘AI 에이전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과학 문헌 분석부터 가설 도출, 나아가 논문까지 작성하는 일련의 연구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러 AI 도구 중 하나다.

아스트로에이전트의 개발자들은 이 시스템을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화성에서 지구로 가져올 예정인 샘플을 연구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에이전트들은 해당 샘플에 과거 또는 현재 생명체의 존재를 시사하는 유기 분자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ICLR, 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에서 아스트로에이전트 발표와 함께 활용 계획을 밝혔다.

개발진의 일원이었던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우주생물학자 데니스 버크너는 “이 도구는 우주에서 분자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지구 생명체에서 분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존되는지, 그리고 어떤 특정한 징후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 AI 에이전트들

이 도구는 ‘에이전트 기반 AI(AI 에이전트)’ 시스템의 한 예다. 일반적으로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며, 기존의 AI 도구보다 더 능동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상황에 맞추어 적응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등장은 AI 에이전트가 진정한 과학적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활발한 논쟁을 촉발했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 중 하나는 구글이 지난 2월에 공개한 AI ‘공동 과학자’였다. 이 시스템은 간 질환의 잠재적인 치료법을 탐색하고, 항생제 내성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스스로 제안했다. 카네기과학연구소(Carnegie Science) 지구 및 행성 연구소의 우주생물학자 마이클 웡은 AI 에이전트를 우주생물학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각 AI 에이전트의 행동을 구체화하기 위해 LLM에 다양한 프롬프트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가’ 에이전트는 데이터에서 중요한 패턴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고, ‘기획가’는 다른 ‘과학자’ 에이전트들에게 위임할 작업과 가설 생성을 지시한다. ‘비평가’는 생성된 가설을 평가하고 개선을 제안하여 분석가에게 피드백을 준다. 분석가는 다른 프로세스를 시작하면서 이 과정을 반복한다.

아스트로에이전트 공동 개발자인 조지아공대 컴퓨터 공학자 아미랄리 아가자데 박사는 아스트로에이전트가 가설 생성을 여러 전문 에이전트로 분산시키는 방식이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데이터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여러 ‘과학자’에게 여러 작업을 할당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어떤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지는 전적으로 ‘기획가’가 스스로 결정한다.

◆ 수많은 가설들

연구진은 아스트로에이전트를 구동하기 위해 클로드 소넷 3.5와 제미나이 2.0 플래시 등 두 개의 LLM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남극 대륙과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을 포함해 지구 여러 지역에서 채취한 8개의 운석과 10개의 토양 샘플에 대한 질량분석 데이터를 각 시스템에 입력하고, 이를 10차례에 걸쳐 반복 분석해 정밀화했다.

그 결과 제미나이는 101개의 가설을, 클로드는 48개의 가설을 생성했다. 한 가설은 지구에서 발견된 특정 분자들이 생명체의 존재를 나타내는 ‘신뢰할 수 있는 생물표지자(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가설은 두 개의 운석에서 발견된 유기 분자들이 동일한 화학 반응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생성한 각 가설에 점수를 매겼다. 제미나이가 만든 가설 중 36개는 타당하다고 판단했으며, 24개는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클로드가 제시한 가설들은 독창적인 것은 없었지만, 제미나이 가설에 비해 오류는 적고 표현이 더 명확했다.

◆ AI 에이전트는 인간보다 뛰어날까

연구진은 아스트로에이전트가 생성하는 방대한 양의 가설과 수십만 개의 분자 특성이 포함된 복잡한 질량분석 그래프에서 패턴을 포착하는 능력이 연구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위를 한 단계 넘어선 것”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2030년대에 지구로 가져오게 될 화성 고대 호수 바닥 샘플 분석에도 이 시스템이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 샘플들을 분석하면 화성에서의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에 대한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우주에서의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AI 에이전트가 우주생물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연구를 가속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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