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지난달 29일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집권해 취임한 지 100일이 경과한 날이다. 취임 후 100일 동안, 미국은 기후 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 정책 전반에서 급속한 후퇴를 겪고 있다. 심지어 후퇴를 넘어 파괴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기후 관련 법과 규제, 국제 협약, 연방 기구의 기능까지 무차별적으로 해체하며 바이든 정부 시절의 정책을 일관되게 되돌리고 있다. 무리한 관세정책까지 맞물려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후와 환경에 대한 공격적인 정책 변화와도 연결되어 있다. 트럼프는 당연히 여론조사 결과를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부정한다.
그런 와중에 지구 환경 관련 소식을 알리는 어스닷컴은 최근 올 3월이 유럽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역대 두 번째였다고 한다.
유럽연합 기후관측 기관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섭씨 14.06도로 산업화 이전보다 1.60도 높았다. 지난 21개월 중 20개월이 파리협정이 정한 1.5도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이는 기후 위기가 점점 장기화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역행 정책은 지구의 위기를 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태를 보면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화석연료 회귀 및 환경 규제 철폐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미국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공식화했다. 그는 “미국을 다시 ‘부유한 제조업 국가’로 만들겠다”며, 미국 땅에 뭍혀 있는 석유가 그 열쇠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바이든 정부가 금지한 북극 내 1600만 에이커, 해안 해역 내 6억 2500만 에이커의 석유·가스 탐사 제한이 해제됐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가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잠정 중단 조치도 폐지됐다. LNG 수출 확대는 국내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을 상승시키고 기후 대응에 역행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를 무시했다. 나아가 석탄 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까지 발동돼 석탄 채굴 허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파리협정 이후 60여 개국이 석탄발전소 계획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기했고, 독일·영국·한국 등은 석탄 발전을 중단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퇴역 예정이던 오래된 석탄발전소의 운영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 재생에너지 산업과 친환경 투자 공격
트럼프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확산도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의 신규 임대와 허가, 융자 및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었고, 육상 풍력 프로젝트에도 심사 보류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급성장하던 청정에너지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해당 법은 3,690억 달러를 투입해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촉진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 법안의 미집행 예산을 전면 동결시키고, 일부 이미 배정된 자금조차 회수하려 했다. 이에 대해 연방법원은 "대통령의 정책 추진을 위해 입법부의 예산 집행을 영구적으로 방해할 권한은 없다"며 자금 복원을 명령했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 환경 규제 완화와 국민 건강 위협
환경보호청(EPA)은 온실가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2009년의 과학적 판단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수십 가지 환경 규제의 철폐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여기에 자동차와 발전소 배출가스, 공장 오염물, 미세먼지 기준, 폐수 방류 규제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 완화가 대기와 수질, 토양 오염을 심화시키고 국민 건강을 직접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폐협회는 국민의 약 46%가 이미 ‘불건강한 수준의 대기 오염’ 아래 살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과 폭염 탓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분석은 이 규제 철폐로 인해 매년 20만 명의 조기 사망과 하루 1만 건 이상의 천식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 생태계 파괴와 멸종위기종 보호 후퇴
트럼프 행정부는 멸종위기종 보호법의 핵심 개념인 ‘서식지 훼손’ 정의를 삭제함으로써 1700여 종의 보호 노력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태평양 해양 보호구역 일부를 상업 어업에 개방하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지역은 바다거북, 고래, 하와이 몽크물개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구역이다.
또한 캐나다산 목재에 대한 무역 갈등 속에서 미국 내 벌목을 촉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는 국립 보호림의 벌목 규제를 완화해 자연재해 위험과 생물다양성 손실, 토양 침식과 대기 오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 기후 과학 인력 대규모 해고
기후와 환경 관련 정부 기관에서도 대규모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보호청(EPA), 국립해양대기청(NOAA),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국립과학재단(NSF) 등에서 수만 명이 해고되었으며, NOAA는 전체 직원의 20%가량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NOAA는 날씨 예보, 해양 탐사, 지진 감시, 어업 규제, 해양 생태계 보호 등을 담당하며 미국 GDP의 3분의 1 이상에 영향을 미친다.
USAID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 적응·완화 프로그램에 연 5억 달러 가까이를 지원했지만, 현재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위성으로 기후 재해를 예측하는 SERVIR, 아프리카 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원한 파워 아프리카(Power Africa) 등이 피해를 입었다.
가장 최근에는 수백만 명의 수자원인 오대호의 수질을 관리하는 NOAA의 부서를 해체하고 소속원들을 대거 해고했다.
◆ 국제 기후 협약과 재정 지원 철회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키며, 기후 변화 대응의 국제 공조에서 발을 뺐다. 또한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중단했으며, COP27(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설립된 '손실과 피해 기금'에서도 철수했다. 이 기금은 기후 재난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며, 미국은 이미 1750만 달러를 출자한 바 있다.
여기에 ‘녹색기후기금’이나 미국의 국제기후금융계획 등도 모두 예산 집행이 중단됐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지지 결의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와 협력 의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미국의 기후 대응 정책은 극단적인 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환경 규제는 무력화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산업과 기후 과학은 침체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은 고립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기적으로는 특정 산업에 이득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민의 건강, 자연 생태계, 국제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향후 미국의 기후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국내외의 대응이 주목된다.
관세를 무기화한 정책은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국의 공동체였던 캐나다와 호주 총선에서 반 트럼프 진영이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 것. 트럼프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