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미국 연방정부 예산 지출 계획안에서 밝혀져
항공우주국·국립해양대기청 예산 대폭 삭감
[아이티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에도 기후 및 우주 과학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내년도 미국 정부의 예산 지출 계획에서 밝혀진 것으로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과 과학기술 전문 네이처지 온라인판이 전했다.
예산 삭감 계획에는 차세대 기후 모델 개발, 지구의 변화하는 해양 추적, 태양계 탐사 등의 연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2026 회계연도 과학 예산은 거의 절반인 39억 달러로 삭감될 예정이다. 지구 기후를 모니터링하고 기상 예보를 담당하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2026년 예산은 27% 삭감된 45억 달러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 계획은 백악관이 연방 기관에 제출했다.
이런 예산 삭감안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과학자들과 관계기관 모두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캘리포니아 소재 비영리 우주 단체인 행성 협회(Planetary Society)의 우주 정책 책임자인 케이시 드라이어는 포브스지에 "나사의 과학 연구팀과 미래 우주 임무 해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이 로프그렌은 "트럼프의 NOAA 예산 계획은 터무니없고 위험하며 NOAA를 공황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예산관리국(OMB)은 "예산안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예산 삭감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등 정부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정부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5개 프로그램이 가장 위협받고 있다.
◆ 핵심 기후 과학
기후 모델링, 구름 모니터링, 허리케인 예측 등 수많은 과학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NOAA 해양대기연구국(OAR) 예산이 74% 삭감돼 1억 7100만 달러로 줄었다. OAR은 11개의 실험실과 16개의 협력 연구소를 보유한 NOAA의 주요 연구 기관으로, 여러 대학과 협력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기후, 날씨 또는 해양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모든 기관의 예산 삭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예산안은 가뭄과 폭염 추적 등 기후 과학 분야에서 지역 사회를 지원하는 5000만 달러 규모의 ‘지역 기후 데이터 및 정보’ 프로그램 예산 지원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OAR은 독립적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남은 활동은 NOAA의 다른 부서로 분산될 전망이다.
◆ 차세대 우주 망원경
우주 관측의 상징인 허블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지속 가능성이 의심된다. 이들을 이을 차세대 우주 망원경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43억 달러 규모의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 망원경이 나사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에서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내년 예산 제안은 이 망원경을 비롯해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에 대한 모든 자금 지원을 취소하는 것이다.
고다드 센터가 포함돼 있는 메릴랜드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밴 홀렌은 "예산 삭감에 맞서 결사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나사를 감독하는 의회 지출 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 지구 관측 위성
트럼프의 제안은 나사와 NOAA 모두의 차세대 지구 관측 위성 사업을 취소하자는 것이다. 나사의 지구 과학 예산은 10억 덜러 남짓으로 절반이나 삭감된다. 이는 에어로졸, 구름, 해수면 상승 등 기상 및 기후 예측에 중요한 변수들을 감시하는 새로운 위성 발사를 좌절시키는 것이다. 지구 정지궤도에 새로운 기상 위성을 발사하는 프로그램을 취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 금성 탐사 계획
나사의 예산 삭감안에는 1989년 나사 우주선이 마지막으로 찾았던 금성 탐사 계획 두 가지가 포함돼 있다. 다빈치(DAVINCI)는 금성의 대기에 탐사선을 보내고, 베리타스(VERITAS)는 레이더 및 기타 기술을 이용해 금성의 표면과 내부 지도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금성은 태양계 초기 진화에 대한 단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성의 구름에는 생명체에 친화적인 화학 물질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두 탐사 계획 모두 2031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우주 교통관제 시스템
천문학자들은 저궤도 위성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위성의 위치 정보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우주 교통관제를 위한 민간 사무소를 설립하면서 군에서 담당하던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이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업무를 정부 외부의 특정 기관으로 넘기고, 이를 운영하는 사무소의 예산을 6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삭감할 예정이다.
제안된 문서만으로 예산 삭감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의회는 대통령이 제안한 예산안을 선호도에 따라 조정한 후 최종 지출 법안을 통과시킨다. 트럼프 1기 임기 동안 의회는 과학 예산을 대폭 삭감해 달라는 그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통령 측이 의회의 예산 권한을 무시하고 수십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기존의 관행이 뒤집히고 있다. 학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연구 및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