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기술기업들, UAM(도심항공교통) 시제품 선보여 주목
자율주행기술 개발, 상용화까지 갈 길은 멀지만 관 주도의 성과는 높은 평가

[아이티데일리]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서울 모빌리티쇼는 한국이 제조와 유통 부문 모두에서 자동차 강국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글로벌 톱 기업으로 평가받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중국 BYD 등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시장을 운영했다.

서울 모빌리티쇼 전시장 전경. 사진=조민수 기자(이하 같음)
서울 모빌리티쇼 전시장 전경. 사진=조민수 기자(이하 같음)

여느 모빌리티쇼에서 보이는 주력 차량 전시와 신차 발표가 이어졌고, 최근의 추세를 반영해 전기차 신제품과 수소차 등 차세대 플랫폼도 대거 선보였다. 다만 한두 가지 새로운 발표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만한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전시장을 찾은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대기업의 화려한 승용차의 그늘에 가려진 조연급들의 전시 제품이 반짝였다. 자율주행과 UAM(도심항공교통) 솔루션들이다. 자율주행차와 수직이착륙기, 유인 이동 드론 등을 선보인 전시장과 함께 별도 공간으로 마련된 자율주행 테마관의 성과 공유 전시회가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V-스페이스가 전시한 2인승 전기 수직이착륙기.
V-스페이스가 전시한 2인승 전기 수직이착륙기.

주최측은 이번 전시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12개국 450개 기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쉽게도 메이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들은 소규모의 부스를 운영하는 데 그쳐 참관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물론 반응은 괜찮았다. 13일까지 열린 열흘간의 전시회 기간 동안 50만 명 이상이 관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완성차에 주목했겠지만, ICT를 다루는 기자의 눈은 차세대 기술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곳은 한국자동차연구원이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한자연은 전시회에 자율주행 버스 두 대와 관련 기술을 들고 나왔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관한 한 한자연이 가장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부터 올 초까지 한자연을 이끌었던 나승식 원장의 기여가 컸다. 나 원장은 불모지였던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4(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단계)까지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개발된 자율주행 셔틀 한 대는 이미 광주시에서 실제 운영 중이며 다른 한 대는 세종시와 아산시에서 시범 운행 중에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발해 세종시와 아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 셔틀.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발해 세종시와 아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 셔틀.

중견 트리즈(Treeze)도 자율주행 셔틀과 함께 통합 플랫폼으로 다목적 소형 로봇 플랫폼, 자율주행 테스트용 로봇 플랫폼을 같이 공개했다. 전시 관계자는 트리즈 셔틀이 스마트시티, 캠퍼스, 테마파크 등지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 보인 자율주행 차량은 에어택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등 외국과는 달리 거의 셔틀버스 등 대형 차량 위주라는 게 특이하다. 시범 운행도 시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차량에 집중돼 있다. 이는 한국의 사회적, 산업적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한국 경제는 대그룹 위주로 편성돼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 특히 그렇다. 사회적으로는 일반 택시와 택시 기사들의 의사에 따라 정책이 거의 결정되는 구조다. 택시 기사들은 자신들의 일거리가 줄어들기를 원치 않는다. 에어택시가 설 자리가 좁다.

트리즈가 선보인 자율주행 셔틀.
트리즈가 선보인 자율주행 셔틀.

모빌리티쇼에 처음 참가한 롯데는 2차 전지를 비롯한 모빌리티 기술, 전기차 충전 플랫폼, 미래 물류 혁신 기술, 자율주행 셔틀 체험,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 경제의 밸류체인 등을 선보였다. 자율주행차 셔틀을 전시해 관람객들이 탑승할 수 있도록 하고 안에 내장된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가상 자율주행을 체험하는 구성이다. 킨텍스 전시장을 왕복하는 자율주행 셔틀 시승 체험도 제공했다.

롯데가 선보인 차세대 전기 및 수소경제 인프라 모형도.
롯데가 선보인 차세대 전기 및 수소경제 인프라 모형도.

전시장 외곽에서는 3일 동안의 일정으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의 1단계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장이 마련됐다. 바로 '자율주행 테마관'이다. 이 사업단은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출범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LG전자, SK텔레콤, 카카오모빌리티 등 600여 개 민관 연구기관도 같이하고 있으며, 1단계 사업은 3년 동안 이루어졌다. 2단계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의 완성과 상용화 연구 프로젝트는 2027년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다.

1단계 성과 공유의 장은 실제 도시의 교통망을 모방한 콘셉트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도로를 따라 ‘자율주행 플랫폼’, ‘컴퓨팅, 센서, 부품’, ‘클라우드 센터’ ‘자율주행 시범 트랙’ 등의 공간이 이어졌다. 시범 트랙은 참관인들이 자율주행 셔틀을 타고 트랙을 돌 수 있는 체험의 장이다.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율주행 AI 학습용 데이터 학습 인프라 및 기술 개발 성과를 공개했으며, 현대 아이오닉 모델을 활용한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도 공개됐다. 이 차량은 미국에서 실제 운행되고 있기도 하다.

자율주행 플랫폼 실증 과제였던 '티카(T-car)‘에서는 센서 및 부품 일체를 탑재한 테스트가 진행됐다. 사업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율주행 플랫폼과 센서, 관제 기술 전반을 통합하는 대규모 실증 장소를 화성시에 구축하고 있다. 차량부터 관제센터, 인프라까지 자율주행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

스티어링 휠이 없는 자율주행차의 운전 상황을 보여주는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이 없는 자율주행차의 운전 상황을 보여주는 대시보드

서울시가 선보인 자율주행 시연 차량은 8인승 승합차다. 운전자 없이 신호등 변화를 인식하고 보행자 여부를 탐지하는 등 도로에서의 자율운전에 필요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보행자가 탐지되면 셔틀은 거의 조건 없이 정지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한국의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과 관련 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미국은 이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몇몇 도시, 텍사스주 등지에서 사실상 상용화된 자율주행 로보택시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글 산하 웨이모가 기술의 선두에 서 있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에서의 투자로 일궈낸 결과다.

자율주행 시범 트랙.
자율주행 시범 트랙.

한국은 중국과 유사하게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다. 그러나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민간이 막대한 자금을 추가로 태운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소수의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기타 전시장에서 눈에 띄였던 기술은 현대의 차세대 차량 플랫폼이었다. 굴착기 조종을 사전에 학습하고 교정할 수 있는 VR 시뮬레이터, 헤드셋을 장착하고 즐기는 건설기계 등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삼보모터스그룹이 전시한 에어택시. 수소연료전지를 겸한 하이브리드 형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삼보모터스그룹이 전시한 에어택시. 수소연료전지를 겸한 하이브리드 형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UAM 부문은 참가 기업은 적었지만 가능성은 보여 주었다. 삼보모터스그룹은 수소와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배터리 에어택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전시된 바 있다. 수소 배터리를 에어택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수직 이착륙 때는 배터리 전력만 사용해 소음과 탄소 배출을 줄이고, 이륙 후 수평 비행에서는 수소연료전지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는 무거운 내장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게 삼보 측의 주장이다.

청주대학교 등 4개 기관이 참여한 충북 드론-UAM 연구센터가 선보인 2인승 드론 5분의 1 크기 모형.
청주대학교 등 4개 기관이 참여한 충북 드론-UAM 연구센터가 선보인 2인승 드론 5분의 1 크기 모형.

청주대학교와 충북과학기술혁신원, 충북경제자유구역청, 한국교통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충북 드론-UAM 연구센터에서도 2인승 드론을 선보였다. 5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드론은 완전 충전 상티에서 수직 이륙 후 최고 시속 140km의 속력으로 95~120km를 운항한다. V-스페이스도 2인승 소형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전시했다. 23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상용화가 완성된 제품으로 가격은 8만 달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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