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그린란드 빙하 녹아내림은 기후 변화에 대한 경종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일이다. 기후 변화와 과학의 관점에서 이는 인류의 불행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류학이나 고고학 측면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행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상의 생명을 기록한 긴 테이프가 온난화로 인해 되감겨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고 포브스지가 전했다. 버몬트 대학교 지구과학자 폴 비어만 박사가 제시한 가능성이다. 발표에 따르면 37억 년 전이라는 현재까지 확인된 지구 생명체 기원의 연대기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고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그린란드의 빙하는 줄어들고, 이로 인해 암석 노출이 많아지고 있다. 그린란드 최대의 도시 누크(Nuuk) 주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 중 하나가 존재한다. 이 바위는 37억~38억 년 전, 즉 지구가 형성된 지 약 7억 년 후에 형성된 것이라고 비어만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 썼다.
지구의 대륙이 충돌하면서 암석은 변성 작용에 의해 가열되어 이스아 표성암대(Isua Epitectonic Rock Belt)를 형성했다. 비어만은 빙상 코어를 통해 추정한 지구사 저서에서 지각의 이동을 통해 산맥을 형성하는 지구의 판 운동은 이스아 지역의 암석을 변성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암석들을 형성 장소로부터 극 방향으로 수천 마일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그 암석에 지구 최초의 생명체의 증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을까.
그린란드의 태고 생물에 관한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덴마크 지질학자 미닉 로싱 등이 1990년대 기록한 흑연화된 유기탄소다. 이 탄소는 아득한 옛 생물권의 자취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이 탄소가 현재의 생물체와 동일한 탄소 동위원소 구성을 갖고 있으며, 초기 생명체의 바이오매스로부터 유래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분자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동안 그린란드에서는 다양한 미화석들이 발견됐지만, 특히 오래된 대다수는 화석이 아니거나 나중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얼음의 용융으로 지구 최초의 생물권의 흔적이 드러날 것이라는 희망은 있다. 탐구가 불가능했던 영원했던 동토가 드러났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스아에서 2016년에 발견된 37억 년 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도 얼음이 녹아 근접하기 쉬워진 노출 지역에서 발견됐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미생물의 점액에 의해 탄산염이나 퇴적물이 고정돼 돔 모양으로 쌓인 줄무늬 구조물이다.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가장 초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더 이상 설득력 있는 생명체의 증거로 인정받지는 않지만, 이스아의 퇴적암층이 형성되었을 무렵에는 생물권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생물체의 직접적인 증거가 암석 내부에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은 있다.
30억 년 전보다 훨씬 더 오래된 미화석의 경우 판별이 어렵다. 고온고압에서의 변성 작용은 유기물을 구조적 또는 화학적으로 분해한다. 즉, 그린란드 생물의 흔적을 검출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검출해도 입증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 해도 그린란드와 남극의 얼음은 녹아내릴 것이다. 해수면이 수천 년 동안 무한정 상승할 것임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빙상은 그린란드의 80%가량을 덮고 있으며 170만 평방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이는 텍사스주의 3배 정도 되는 면적이다.
얼음이 녹으면 퇴적암이 노출된다. 여기에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의 증거가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그린란드의 빙상이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은 7.4m 상승해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가옥이 물에 잠긴다. 생명체의 기원을 끌어올리는 발견이 귀할까, 기후 변화의 재앙을 막는 것이 급선무일까. 양자 택일의 명쾌한 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