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국(EPA) 빌딩에 걸려 있는 현판. 사진=EPA
미국 환경보호국(EPA) 빌딩에 걸려 있는 현판. 사진=EPA

[아이티데일리]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전국 수천 개의 산업 시설, 폐기물 및 재활용 시설의 허가 및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규제를 완화하거나 제한하는 31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EPA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 조치로 수조 달러에 달하는 규제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들 조치 중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미국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 행정명령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리 젤딘 EPA 국장은 자료에서 “연방 정부의 권한을 각 주에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많은 조치들이 1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EPA의 기후 변화 해결 노력을 후퇴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규제 완화는 전 세계적인 현안으로 부상한 기후 변화 대응 노력에 찬 물을 끼얹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온실가스 규제 완화: 2009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도입된 ‘위험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 철회를 추진한다. 철회는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판정은 온실가스 배출이 공중 보건이나 복지에 위협을 가하므로 청정 공기법에 따라 규제되어야 한다는 EPA의 결정으로, 이후 기후변화 대응 규제의 기반이 됐다.

◆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청회 계획: 오바마 행정부는 탄소 배출 비용을 1톤당 42달러로 책정했으나,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를 5달러 미만으로 낮췄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다시 190달러로 인상했다. EPA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를 다시 대폭 인하할 계획이다. 1기 때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Greenhouse Gas Reporting Program) 완화: 발전소, 매립지, 소각로, 정유소 등 8000개 이상의 대형 탄소 배출 시설에 대한 배출량 보고 의무를 완화할 방침이다.

◆ 유해 대기 오염물질 배출 기준 완화: 차량 배출 기준 및 석탄재(coal ash) 규제, 위험물질 배출 기준 등 다양한 오염물질에 대한 제한을 철회한다.

◆ 환경 정의 및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 부서 폐지: EPA 내 환경 정의 및 DEI(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관련 부서를 즉시 폐지한다.

◆ ‘미국의 수질 보호(WOTUS)’ 규정 재검토: 습지 및 비 항해 수로 보호 규제를 완화하여 허가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다.

젤딘은 일련의 조치와 관련,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제 완화의 날"이라며, "기후변화라는 종교에 비수를 꽂고, 미국의 에너지를 해방시키며,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PA는 향후 4년 동안의 환경 정책 집행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며, 기후변화 완화 및 화학물질 사고 위험 감소 등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폐기하고, ‘인종 또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 없는’ 환경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EPA는 조치의 일환으로 폐기물 회사가 시설 근처에서 건강 및 사회경제적 데이터 등 환경 정의를 추적하는 데 사용하는 오픈 소스 매핑 및 스크리닝 도구 EJ스크린(EJScreen) 접속도 차단했다. EJ스크린은 사회경제, 기후,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지도를 만들며, 불균형적으로 더 높은 부담에 직면한 특정 지역의 기후, 빈곤, 오염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다. 실제로 EJ스크린의 리스트를 접속한 결과 “(콘텐츠를) 발견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표시됐다.

젤딘 국장은 그러나 이와 관련해 "실제로 '환경 정의'는 주로 좌파 활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명분이었을 뿐 실제로 그 돈을 지역 사회의 환경 문제 개선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환경 및 기후 활동 단체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CNN, 로이터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가자원보호위원회의 환경 건강 담당 매튜 테하다 수석 부사장은 "트럼프 통치하의 EPA는 미국을 전국적으로 규제 없는 오염 시대로 되돌리고 있으며, 모든 미국인을 독성 화학 물질, 더러운 공기, 오염된 물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 보호 네트워크는 EPA의 발표를 "환경 정의 노력의 심각한 좌절이며, EPA가 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불균형적으로 부담을 받는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빼앗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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