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주축으로 빠른 제품 확대 추이…대다수 기관 해외 있어 접근성 한계

[아이티데일리] 다른 공급업체 간 사물인터넷(IoT) 호환성 문제는 완전한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가 속한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는 스마트홈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통합 연결 표준 ‘매터(Matter)’를 개발하고 관련 인증제를 내놓았다. IoT 제품의 호환성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고, 민감 정보를 탈취하는 불법적 접근을 차단하는 보안성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해외에서는 여러 제품이 매터 표준을 채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인증을 위해 해외 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애로사항으로 확산이 어려웠다. 지난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매터 국제 공인시험인증소를 개소하고, 보안 전문기업 드림시큐리티가 매터 기기 증명 최상위 인증기관 자격을 취득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간편히 매터 제품을 출시하는 길이 열렸다. 매터 인증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국내외 시장 상황은 어떠한지 들여다본다.

구글 이미지FX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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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절차로 안전한 스마트홈 환경 보장

매터는 안전하고 편리한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통합 연결 표준이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을 준수해 제품을 개발하는 일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매터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임을 검증받고 CSA로부터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특히 허브가 아닌 기기(디바이스) 제품군은 인증서를 탑재하는 과정까지 마무리돼야 매터 ‘인증’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매터 인증을 취득하는 절차는 대개 △CSA 회원 가입 △공인 시험기관(Authorized Testing Lab, ATL)을 통한 시험 인증 순으로 이뤄진다. 기기 제품군의 경우 △최고 제품 증명기관(Product Attestation Authority, PAA) 인증서 발급까지 끝마쳐야 한다.

모든 인증 절차에 앞서 매터 표준에 맞는 제품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CSA는 원활한 개발을 돕고자 오픈소스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제공하며 규격, 기능 정의 등 상세한 내용을 담은 기술 문서도 공개하고 있다.

매터 인증을 위한 첫걸음은 CSA 회원 가입이다. 매터 프로토콜을 준수한 결과물에는 CSA의 서명이 기재된 ‘CD(Certification Declaration, 인증 선언)’가 부착된다. 여기에 포함된 제조사 아이디(Vendor ID, VID), 제품 아이디(Product ID, PID) 그리고 인증 아이디가 시험 인증을 통과한 기기임을 증명한다. 이 중 VID는 CSA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발급되며, PID는 인증 신청이 접수된 후에 얻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 업체는 매터 표준 준수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는 CSA가 승인한 ATL에서 맡는다. 업체가 시험 인증을 신청하면 애플리케이션 ID가 할당되며, 그 후 담당할 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ATL은 해당 제품을 시험하고 그 결과를 CSA로 보낸다. 본격적인 시험에 앞서 기관과 업체는 컨설팅과 사전 시험 등을 거친다. 진행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 중 기기 제품군은 추가로 PAA로부터 DAC 인증서를 발급받는다. DAC는 매터 인증 제품을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인 만큼, 다른 과정보다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PAA가 인증을 승인하면 CSA가 루트 인증서를 분산 컴플라이언스 원장(Distributed Compliance Ledger, DCL)에 검증을 위한 공개 키 인프라(PKI)를 등록한다. 이후 PAA가 업체에 매터 정품 인증서를 발급함으로써 인증 취득 절차는 마무리된다.


2년 만에 인증 제품 3천 개…글로벌 시장서 빠른 확산

매터는 2022년 10월 1.0 버전을 처음 선보인 이래 2년여간 네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 범위와 인증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1.2 버전에서 냉장고, 세탁기, 로봇청소기 등 대형 가전제품이 인증 대상으로 추가됐고 1.3 버전에서는 전자레인지, 오븐, 조리대로 그 범위를 넓혔다. 1.4 버전에 이르러 가정용 라우터나 모뎀을 매터 기반 스마트홈 환경에 연계할 수 있게 됐으며, 에너지 절약 기능도 더해졌다.

정식 공개된 지 2년이 조금 지났음에도 매터는 상호운용성과 보안을 강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매터 DCL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CSA는 기기 정보 및 인증 상태를 공개 검증할 수 있도록 외부에 게시하고 있다. CSA의 DCL 페이지에 따르면, 3월 기준 공급업체(Vendor)는 363개 사가 참여 중이며 출시 모델(Compliance Devices)은 2,532개에 이른다.

매터 디바이스용 컨트롤 패널로 만들어진 아카라(Aqara)의 ‘패널 허브 S1 플러스(Panel Hub S1 Plus)’ (사진=아카라)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25’에서도 매터는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했다. CSA 회원사인 삼성전자, LG전자는 자사 제품에 매터 연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모니터에 스마트싱스(SmartThings) 허브를 탑재해 컴퓨터 연결 없이 매터 기기 제어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LG전자도 매터 및 스레드(Thread) 제품과 호환되는 스마트 전자레인지를 공개했다.

CSA 회원사 외 다양한 업체가 매터 지원 제품을 여럿 선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스마트홈 전문기업 아카라(Aqara)는 터치스크린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홈 허브를 소개했고, 조명 제조업체 고비(Govee)는 자사 제품에 대한 매터 지원 확대를 발표했다. 잠금장치 제조업체 슈라지(Schlage)는 스레드 기반 매터를 적용한 도어록 제품을 공개했다. 이는 초광대역(UWB)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소지한 채 문에 접근하기만 해도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기능을 갖췄으며, 매터를 활용해 기존 블루투스 방식보다 정확도를 높였다.


美·中 강세 두드러져…국내 시장은 이제 첫발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에서 매터는 핵심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매터 개발을 주도한 시장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플랫폼 기업은 수년간 정체된 스마트홈 시장을 재편하고자 매터를 선보였다. 그만큼 이들 기업은 자사 플랫폼과 연계하는 스마트홈 생태계 구성을 위해 매터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투야(Tuya), 에스프레시프(Espressif) 등 글로벌 IoT 시장을 참여하는 중국 기업들은 2023년부터 신제품에 매터를 탑재해 왔다. 샤오미(Xiaomi)는 스마트홈 허브 제품과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 ‘미홈(Mi Home)’으로 매터 인증을 취득하며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이처럼 발 빠르게 매터 인증에 대응한 결과, 지난 2023년 기준 중국 기업 제품은 전체 매터 인증에서 80%를 차지했다. 큰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매터 인증 기기와 샤오미 등 현지 플랫폼 업체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글로벌 영향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반면 미국, 중국과 경쟁 관계인 우리나라에서는 매터 인증이 현재까지는 확산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술, 비용으로 인한 어려움은 차치하고 인증 자체를 알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그 배경에는 떨어지는 접근성이 주된 원인으로 자리한다.

앞서 설명했듯 매터 인증을 취득하려면 기업은 공인된 시험이 가능한 ATL과 DAC를 발급하는 PAA가 필요하다.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ATL과 PAA는 각각 30개, 14개이며 현지 지사를 제외하면 각각 13개 정도다. 10여 개 공인 기관 중 국내 소재 기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ATL), 드림시큐리티(PAA) 단 두 곳에 그친다.

이들 두 국내 기관이 매터 인증 업무를 시작하기 전인 2023년에는 해외 기관을 통해 인증 절차를 밟아야 했다. 비록 일부 기관이 지사를 두고 인증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나 때에 따라 시험 샘플을 해외로 보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 경우 더 복잡한 인증 과정을 거치고 더 큰 비용 소모를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빚어졌다. 

다행히 2024년부터 국내 스마트홈 시장에서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CSA로부터 자격을 부여받아 매터 공인인증시험소를 개소하고, 드림시큐리티가 정품 인증서 발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매터 인증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매터 인증이 우리나라에서 확산할 수 있는 밑거름이 갖춰진 것이다.

[인터뷰] “매터 인증 스마트 도어락으로 해외 시장 개척 나선다”
(왼쪽부터) 솔리티 회로개발팀 문환진 팀장, 전략기획팀 오주영 과장
(왼쪽부터) 솔리티 회로개발팀 문환진 팀장, 전략기획팀 오주영 과장

Q. 솔리티는 어떤 회사인가.

오주영 과장: 솔리티는 1980년 설립된 기업으로 1997년부터 열쇠 제조업으로 업종을 바꾸고 물리보안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8년경 혜강씨큐리티 법인을 설립해 물리 열쇠에서 디지털 도어록으로 사업을 전환했고, 2019년 ‘솔리티’로 사명을 변경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2020년부터는 디지털 도어록을 넘어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도어록’을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 도어록은 스마트홈 플랫폼 및 기기와 연계할 수 있는 제품이다. 원격으로 문을 열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에게 특수 비밀번호를 부여하는 등 기존 대비 고도화된 기능을 지원한다. 도어록 기능을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솔리티(Smart Solity)’도 자체 개발해 iOS, 안드로이드에서 제공 중이다.


Q. 매터 인증을 취득하게 된 계기는.

문환진 팀장: 스마트 도어록은 다른 IoT 기기와 접목돼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성함으로써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끌어낸다. 가령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집안에 들어왔을 때 커튼이 젖히고 조명이 들어오는 등 일련의 작업을 한 번에 실행하는 체계는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홈 환경에서 스마트 도어록은 전체 루틴을 시작하고 마치는 관문 역할을 맡는다. 솔리티는 스마트 도어록이 품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해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회사 제품이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선 글로벌 플랫폼과 호환성을 갖춰야 했고 그 해법으로 매터 인증을 선택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매터 인증이 활성화돼 있다. 11개 기업이 매터 인증을 취득했으며, 솔리티는 세계에서 열두 번째, 국내에서 첫 번째로 매터 인증을 취득한 도어록 업체다.

국내 업계는 아직 매터에 소극적이다. 아예 매터 표준을 알지 못하는 곳도 있었고, 도어록에 도입할 필요 없다는 업체들도 많았다. 솔리티는 매터가 제시하는 보안, 성능, 표준화 등 방향성이 미래에 전 세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리라 판단했다.


Q. 인증 취득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문환진 팀장: 2023년부터 매터 도입을 내부 검토 후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매터 인증을 위한 제품 개발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우선 개발하는 과정에서 표준이 계속 변경돼 힘들었다. 버전 업데이트 후 규격, 개발 사양이 달라지면 그간 준비했던 소프트웨어를 변경 사항에 맞춰 또다시 제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부족한 업계 사례·레퍼런스도 문제였다. 개발을 시작할 당시 매터 인증을 취득한 도어록 업체가 국내엔 전혀 없었고 해외에서도 1~2곳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댈 곳은 CSA가 공개한 기술 문서뿐이었다. 이마저도 모두 영문인 데다 각 세부 기능에 대한 기능 표현이 모호한 부분도 있었다. 결국 ‘일단 부딪혀 보자’는 심정으로 제품 개발을 내부적으로 완료 후 시험소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인증을 통과했다.

도움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도 힘들었다. 개발 단계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문의하거나, 세부 사항을 확인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검토하는 단계에서야 매터 정품 인증서 삽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다행히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PAA로 선정된 드림시큐리티가 많은 도움을 제공했다. 드림시큐리티에서는 매터 인증에 관해 방향성을 조언하거나 구체적 적용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비용 측면에서도 해외 기관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안해 준 덕분에 인증 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Q. 인증 취득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문환진 팀장: 매터 인증으로 크게 기대하는 점은 해외 시장 확대다. 현재 솔리티는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며, 인천·베트남 소재 생산 공장을 통해 연간 5백만 대를 생산해 25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해외 고객사에서는 매터를 탑재한 도어록을 요청하고 있으며, 회사 차원에서 판매도 시작하는 단계다.

스마트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효과도 기대한다. 국내 대기업은 TV, 냉장고 같은 생활 가전에 매터를 적용하고 있다. 추후에 시장이 활발해지면 스마트홈 허브와 통해 조명, 스위치, 커튼, 홈캠 등 여러 기기와 스마트 도어록을 연계함으로써 편리한 자동화 루틴을 만들 수 있다. 아직 매터 인증 제품을 찾기 어려운 만큼 대기업에서도 자사 제품을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오주영 과장: 최근 신규 사업으로 ‘솔리티 커넥트(Solity Connect)’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지식산업센터, 호텔, 캠핑장 등 공유 비즈니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관리자 모두가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회사는 솔리티 도어락으로 비밀번호 관리, 도어락 상태 모니터링 등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매터 생태계가 정착하고 기존 기술과 결합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사업 확대와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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