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미국 인텔·글로벌파운드리 사이에서 고군분투
[아이티데일리] 그래픽 및 AI 칩 분야 글로벌 선두 엔비디아(Nvidia)와 통신업계의 거두 브로드컴(Broadcom)이 자체 칩 생산 위탁 가능성을 놓고 인텔(Intel)과 제조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가 단독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가뭄에 단비’를 맞이하게 되고, 삼성전자는 고급 기술 쪽에서는 대만 TSMC, 그 이하 기술은 인텔 사이에 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로 알려진 두 빅테크와 인텔의 칩 생산 테스트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인텔과 수억 달러 상당의 제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진일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일거에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테스트 공정은 인텔이 사활을 걸고 있는 18A(옴스트롱: 1옴스트롱은 0.1나노미터) 프로세스다. 이 공정은 수년에 걸쳐 개발된 일련의 기술로, 고급 AI 프로세서 및 복잡한 칩을 만들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TSMC의 최고 공정에 버금간다. 그러나 현재까지 18A 프로세스는 수율(칩 생산 성공률)이 매우 낮아 상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트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생산주의’ 정책이다. TSMC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투자,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한화로 무려 145조 원을 넘는 거액이다. 메모리 위주의 한국 반도체 산업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대미 수출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터에, 파운드리마저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분야는 삼성이 유일하다. 그런 삼성이 첩첩산중에 가두어지는 모양새다.
인텔 대변인은 "특정 고객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인텔 18A 공정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참여가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이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테스트는 완전한 칩 설계 생산이 아니라 인텔 18A 공정의 동작과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칩 설계자는 웨이퍼를 구매해 칩의 특정 구성 요소를 테스트하며 온전한 칩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전까지 여러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한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역시 현재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그 과정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제조 테스트는 인텔이 새로운 계약을 확보한다는 보장은 아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에도 인텔과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당시 브로드컴은 인텔 파운드리 위탁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인텔의 어려움은 중국과 맞서 싸우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인텔은 글로벌파운드리와 함께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희망이다.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 및 아마존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18A 프로세스의 상용화는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시기는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수율을 높이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인텔은 여전히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잠재 고객들로부터 수주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주가 늦어지면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고전이 불가피하다. 인텔은 2025년에 파운드리 사업에서 164억 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매출의 거의 대부분이 인텔 CPU 자체 생산에서 나온다. 파운드리 부문의 매출은 작년에 60% 감소했고, 회사는 적어도 2027년까지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고전하더라도 미국의 반도체 산업 구조 측면에서 보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인텔은 규모가 축소되겠지만, 공장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계속 가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경우, 이미 보도된 대로 TSMC가 유력한 매수 후보자로 등장할 수 있다. 인텔의 미래가 어떻게 바뀌든 삼성전자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보탬이 되는 방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