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공학계열 뿐 아니라 사회과학 계열까지 영향 미쳐
비자 발급까지 줄어 미국 유학 희망 한국 학생들 타격 불가피
[아이티데일리] 미국 전역의 상당수 대학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연방 연구 자금 감축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박사 과정 입학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대학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거의 내놓지 않아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어떤 대학이 입학을 축소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네이처가 혼란에 빠진 여러 학생 및 젊은 과학자들의 반응을 들어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 측으로부터 “자금 문제가 없었다면 입학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이메일을 받았고, 또 다른 학생들은 “대학원 특정 분야 입학 프로그램 자체가 중단됐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는 일부 지원자들이 대학원 입학을 제안받았으나, 이후 철회되었다고 대학 신문 더 데일리 펜실베이니언(The Daily Pennsylvanian)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교수는 “이 모든 상황이 끔찍하다”라며 “이는 대학의 학문적 사명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연간 예산이 470억 달러(약 69조 원)에 달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있다. NIH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공 생의학 연구 지원 기관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예산 삭감 조치로 인해 지난 한 달 동안 연구 보조금 지원이 대부분 동결되었다. 연방 판사가 연구 자금을 풀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동결은 지속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연구 기관이 연구 공간 유지비와 전기료 등의 간접비용으로 받는 보조금 비율을 40~70%에서 15%로 대폭 삭감하겠다고 했다. 이는 대학들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조치였다. 이에 대학 연합과 22개 주 법무장관들은 이 정책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판사는 이를 일시적으로 막는 결정을 내렸다.
박사 과정 입학을 축소하는 대학들이 명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연구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향을 받은 대학들의 정보를 직접 공유하고 있다. 네이처는 블루스카이(Bluesky)에 올라온 관련 대학 목록에서 약 30개 대학을 선정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대학교는 입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대학교 측은 현재의 연방 자금 상황과 무관하게 입학 규모를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60% 이상의 대학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생의학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연방 연구 자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애리조나주 투산의 애리조나 대학교의 물리학 박사 과정에 지원했던 한 학생은 임시 거절 통보 이메일을 받았다. 해당 이메일에는 “귀하의 뛰어난 학업 성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 연구 자금 정책의 불확실성이 입학 심사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로서는 귀하에게 입학을 제안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 대학교의 한 사회과학 박사 과정 지원자는 1월에 비공식적인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3주 후 입학이 올해 중단되었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 이 지원자는 “현재 받은 입학 제안이 전혀 없어서 연구를 계속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들은 입학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하는 등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NIH에서 학사 후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한 학생은 피츠버그 대학교의 대학원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나, 2월 24일 대학으로부터 모든 대학원생 입학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단 하루 후, 피츠버그 대학교는 네이처에 입학 중단 조치를 철회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박사 과정 지원자들과 학계 전반이 큰 혼란을 겪고 있으며, 연구 자금 문제는 미국 대학들의 연구 및 교육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대변인은 연구 기관들이 연방 연구 자금 삭감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NIH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대학들, 예를 들어 피츠버그 대학교는 간접비 비율이 삭감될 경우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미시간 대학교의 과학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팝 버만 교수는 막대한 기부금을 보유한 대학들조차도 이번 삭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기부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지정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운영비로 자유롭게 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정부의 예산과 인력을 축소하려 하면서, NIH의 교육 프로그램들까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한 연방 고용 동결 행정명령으로 인해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이 취소되었고, 이에 따라 선발된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기회를 잃었다고 메릴랜드 대학교 학생 신문이 보도했다.
NIH가 운영하는 학사 후 과정도 중단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 졸업 후 1~2년 동안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약 1600명의 연구자들에게 펠로우십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역시 NIH를 감독하는 미국 보건복지부의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 상태다.
NIH 국립정신건강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에서 근무하는 박사후 연구원이자 NIH 연구원 노조 대표인 로사 라퍼-수사는 “고용 동결이 풀리지 않는다면 모든 연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연구 지연의 피해가 결국 암,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 개발 지연으로 이어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