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트럼프 미 대통령은 수입품 품목을 줄이고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관세 정책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발동했다. 정치 매체 더힐은 앞으로 반도체를 필두로 한 핵심 산업군에 관세가 추가될 것임을 전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보호 무역으로 활용하는 데 1기 때보다 더 적극적이다. 그리고 이 정책은 매우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트럼프의 폭주에 이의를 달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는데 관세가 CHIPS 및 과학법에 따른 보조금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일본-한국-대만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벨트가 최고의 생산기지이자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변수가 있지만 동아시아 벨트에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세부 내용은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4월 2일 자동차 및 의약품에 대한 조치와 함께 발표될 가능성도 있고, 이보다 빠른 3월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무역확장법 232조 또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라 관세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반도체 관세율을 25%에서 시작해 1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적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외국 기업들에게 미국에서의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유예 기간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율 목표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1월에는 최대 100%가 될 가능성마저 있음을 시사했다.
관세에 대한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는 면제 또는 제외 사항이 적용되는지의 여부다. 트럼프는 현행 관세에 대해 한정적으로 적용 제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새로운 관세에서는 이전에 적용됐던 예외 규정을 폐지했다. 그러나 AP통신은 호주에 대해서는 미국의 무역수지가 흑자라는 이유로 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서는 발등의 불이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에 대해 한국이 가장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일본은 30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최강국이었지만 지금은 뒤처져 반도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졌다. 대만은 누구도 대적하기 어려운 TSMC가 버티고 있다. 기술력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메모리 산업 중심인 한국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는 메모리 대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존재한다.
한편, 대만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반도체에 대한 관세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대만 라이칭더 총통은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해 미국에의 투자를 확대할 방침을 시사했다고 한다.
대만의 버팀목은 앞서도 밝힌 것과 같이 파운드리 부문 세계 최대 기업인 TSMC다. TSMC의 미국 투자 여부가 성패의 열쇠가 된다. TSMC는 현재 인텔의 반도체 공장 인수 후보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에 인텔 생산 공장을 매각하자는 아이디어는 미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인텔의 분할 매각안에는 브로드컴도 포함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로드컴이 인텔의 설계 부문과 마케팅 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 비해 대만의 대처 폭은 비교적 넓다는 평가다.
추가 관세의 잠재적인 영향을 평가할 때, 그것이 외교적 의제를 유리하게 진전시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항구적인 조치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의 경우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가 항구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다른 부문의 관세에 비하면 면제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구제 조치가 폭넓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어떤 국가 또는 기업에게 구제조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유착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이나 TSMC를 앞세운 대만에 비해 상대적인 열세에 처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