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을 진행하고 있는 NOAA 연구원. 사진=NOAA
기상 관측을 진행하고 있는 NOAA 연구원. 사진=NOAA

[아이티데일리] 트럼프 행정부와 일론 머스크가 국가 기상청을 비롯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인 NOAA(미 국립해양대기청)를 겨냥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네이처를 비롯한 과학기술 매체와 CNN 등 대중 매체들이 이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일론 머스크는 취임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방 정부와 기관을 대상으로 옥죄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USAID(미국 국제개발처)를 통한 외국 원조 활동 대부분을 파괴한 후, 이들의 시선은 NOAA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들 매체는 머스크 팀이 NOAA 사무실에 본격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NOAA 직원에 대해 외국 또는 외국인과의 모든 접촉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는 기관의 본질적인 업무를 위협하는 조치다. 지구 대기나 바다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국제 협력은 따라서 날씨와 어업 활동 모두에 필수다. NOAA 직원들은 상당수 직원과 예산 삭감을 예상하고 있다.

패스트컴퍼니는 ‘프로젝트 2025’가 NOAA를 타깃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900페이지 분량의 우익 플레이북은 NOAA를 "기후 변화를 경고하는 제반 산업들의 주요 원동력 중 하나"라며 "해체하거나 많은 기능을 없애고, 대신 민영화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민영화할 경우, 민간 기상 회사들은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NOAA가 예산을 들여 그 비용을 부담했고, 데이터 역시 무료로 제공했다. 심지어는 민간 기상 회사들조차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NOAA의 기후 및 기상 관련 서비스는 광범위하다. 대표적으로 NOAA 산하에는 국가 기상청이 있다. 국가 기상청은 일기 및 기상 예보를 제공한다. 또 산하의 국가 허리케인 센터는 열대성 저기압 전반에 대한 경고와 예보를 내린다. 나아가 해양 어업과 우주 기상 예측까지 담당한다. 이는 모든 스마트폰이 의존하는 GPS에 영향을 미친다. 기상 위험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NOAA는 전 세계 주민들의 삶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날씨 예보, 해양 구조, 플라스틱 오염 및 석유 유출

각 지역 기상 예보나 날씨 ​​앱에 NOAA 로고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NOAA가 날씨 방송이나 지역 뉴스 채널의 일기예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NOAA의 기능이 파손되거나 저하되면 사람들은 곧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기상 관련 산업이 민영화되면 미국은 적절한 예보 없이 사실상 어둠 속에 놓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NOAA의 데이터를 활용하던 전 세계 기상 관련 기관도 상당 부분 기후 예측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민간 기업이 소수의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후 인프라에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 전역의 쓰나미 경보 시스템은 NOAA에 있다. NOAA에 대한 머스크의 위협에 대응하는 기후 과학계는 ”정확하고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날씨 예보가 생명을 구한다“며 비판했다.

날씨 예보 외에도 NOAA는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나 재활이 필요한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에 대응하는 네트워크도 관리한다. 즉, 고래와 물개에서 바다사자에 이르기까지 병들거나 다치거나 고통받는 해양 동물에 대한 ‘응급 대응자’인 것이다. 또 해양 보호 구역과 산호초 관리, 플라스틱 오염 등 해양 쓰레기 모니터링 등 바다의 거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책임자이기도 하다.

바다에서의 석유 유출에 대한 관리 역시 NOAA의 관할 범위에 속한다. NOAA에는 석유의 이동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팀이 있다. 이를 통해 석유 유출이 발생할 때마다 석유가 어떻게 퍼질지 설명하고 바다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잔존할 지를 계산한다. NOAA는 또한 석유 유출 책임을 물어 가해자에게 회복 기금을 부과한다. 기금은 지난 30년 동안 총 100억 달러가 넘었다.

이런 일련의 작업에 등을 돌리면 해양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NOAA에 대한 정책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양당 모두의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2025 프로젝트’는 NOAA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변화의 위협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1기 집권 때와 마찬가지로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웹사이트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언급과 이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있다. NOAA에 대한 공격은 그 연장선에 있다.

NOAA는 정치적 편견이나 의제를 배제하며, 정보 그 자체와 데이터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순수하게 과학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CNN 등 언론은 트럼프와 머스크가 NOAA의 눈과 귀를 없애고 눈가리개를 한 채 세상을 마주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머스크의 정부효율성부(DOGE)가 NOAA를 건드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연방 의회가 NOAA의 활동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연방 행정부도 아닌 DOGE가 이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잘 못 됐다는 것이다.

NOAA에 대한 공격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변화 적대 정책의 방향성이 드러날 전망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계선을 유지할 것인가, 막무가내로 반 기후 변화 정책을 밀어붙일 것인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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