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설계한 단백질이 코브라, 살모사 등 치명적인 독사의 독을 해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AI가 설계한 단백질은 매년 10만 명 이상 사망하는 뱀물림에 대한 차세대 치료법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도 온전한 뱀 항독제는 선보이지 않았다.
네이처에 최근 발표된 연구는 또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이 계산 단백질 설계 분야를 크게 강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단백질을 차단하는 새 단백질을 설계하는 것’과 같이, 이전에는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리거나 심지어 불가능했던 과제를 이제 몇 초 만에 완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라호야에 있는 스크립스연구소(Scripps Research)의 면역학자인 조셉 자딘은 네이처 온라인에서 "AI의 힘은 놀랍다. '특정 단백질은 설계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현실은 이를 설계하는 개념 증명 작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뱀물림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주요 사망 원인이자 영구 장애의 원인이다. 독사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도 뱀물림에 의한 중독, 특히 살모사 피해가 자주 일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뱀물림을 뎅기열, 광견병 등 다른 치명적 질병과 함께 최우선 순위의 열대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독사 물림 치료법은 그러나 1세기 이상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뱀독에 면역이 된 말과 양의 혈청에 있는 항체에 의존한다. 이들 항독제는 안전성과 효능이 다양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의료인이 진료소에서 투여해야 한다. 그 때문에 유용성이 제한된다.
시애틀 소재 워싱턴 대학교의 생물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22년, RF디퓨전(RFdiffusion)이라는 획기적인 단백질 설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독사 물림 치료법 개발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픈AI가 개발한 달리(DALL-E) 및 미드저니(Midjourney)와 같은 이미지 생성형 AI 도구에서 영감을 얻은 RF디퓨전은 암 및 자가면역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을 포함, 표적 단백질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작은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입증됐다.
베이커 연구진은 RF디퓨전 프로그램이 뱀물림 치료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를 실험했다. 뱀 독은 신체 마비와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다양한 단백질 독소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진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코브라가 속한 독사 종이 만드는 세 가지 독소의 핵심 영역의 ‘미니 결합체(바인더)’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각 디자인에 대해 수십 개의 단백질을 선별한 후 뱀독에 매우 강하게 부착하는 미니 결합체를 식별했다. 실험실에서의 추가 실험 결과, 미니 결합체가 뱀독을 중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독에 중독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쥐가 살아난 것.
독사에 물린 상황을 재현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쥐에게 두 가지 미니 결합체를 투여했고, 쥐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물론 AI가 설계한 단백질이 독사 독 치료제로 출시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항독성 단백질이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니 결합제가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치료제와 달리 냉장 보관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산업용 발효조에서 박테리아를 사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독사의 종류에 따라 독소가 다르기 때문에 항독제 미니 결합체의 추가 개발도 필요하다. 결합체의 구성은 사용되는 지역에서 발견되는 독사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베이커 연구진은 AI가 설계한 항독제를 임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베이커 박사가 실험을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은 지난해 10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