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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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파리 협정에서 공식 탈퇴했다. 두 번째 탈퇴다. 앞으로 세계적인 기후 행동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와 소비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고다.

파리 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낮추자는 국제적인 약속이다. 물론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지구 온난화를 막고 지구를 살리자는 취지에 동참하는 어느 국가든 참여할 수 있다. 협정이 발효됐던 2015년 대부분의 국가들이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은 앞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른 세계 기후 정책 수립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는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지 모른다.

트럼프는 행정 명령에서 "유엔의 국제 기후 협약은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으며, 국민이 납부한 세금을 여기에 투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의 국제 기후 금융 계획을 취소 및 폐지하며, UNFCCC에 따라 만들어진 모든 협정 및 유사한 합의에서 탈퇴한다고 못박았다. 향후 UNFCCC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은 더 이상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엇나가는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2001년에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인 교토 의정서 서명국에서 탈퇴했다. 그 후 미국은 진정한 기후 행동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잃었다.

물론 기후 행동은 미국과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된다. 유럽 기후 재단의 로렌스 투비아나 CEO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ICN에 게시한 글에서 "미국이 파리 협정에서 탈퇴한 것은 유감이지만 다자간 기후 조치는 회복력이 있으며 단일 국가의 정치 또는 정책보다 강력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라고 강조했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람들을 보호하고, 경제를 강화하며, 회복력을 구축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화석 연료 개발 정책을 강화하게 되면 그 여파는 세계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게 된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기후변화 금융 그룹에서 탈퇴한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기후 과학자 마이클 맨은 과학자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부유층과 화석 연료 옹호자들이 통치하는 권위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중동 지역의 산유국들로부터는 호응을 받을 수 있지만, 기후 행동을 제약하는 그룹의 강력한 일원이 된다는 의미다.

미국이 파리 협정에서 탈퇴한 것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지난 1992년 미국 상원이 UNFCCC 프레임워크 조약 비준에 동의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입법 조치 없이 UNFCCC에서 탈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트럼프가 취할 다수의 기후 관련 정책들이 법원에 제소될 것으로 보인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많은 소송이 벌어졌으며 정부가 패한 케이스가 많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기후 고문을 지낸 존 모튼은 ICN에서 "트럼프의 파리 협정 탈퇴는 개발도상국의 상당 부분을 소외시킬 것이며, 무역과 기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역할을 가로채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으로 경쟁하는 중국이 오히려 미국의 정책 실패로 인해 어부지리를 얻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높은 전망이다.

사실 기후 변화는 이미 정치적 이슈를 벗어났다. 인류는 기후 변화가 가족, 생계,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체험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미국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낼 것임은 분명하다. 이 시선을 외면하면 미국의 리더십은 상처를 받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전 세계 취약한 지역과 국가,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기후 변화 역행 행위들은 비슷한 반환경 단체와 행동을 강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적인 기후 행동을 더욱 훼손된다. 앞장서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탄소 제로를 강하게 추진하는 유럽연합 등 여러 국가들의 동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언제든지 휘두르며 훼방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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