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화웨이에 완패
아이폰 생태계만으로는 성장 한계 봉착…‘애플 인텔리전스’도 기대 이하
[아이티데일리] 중국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18.2%나 줄었다. 애플에게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 큰 시장이다. 팁랭크는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애플 주가가 4.4% 하락했고, 이번 주에는 두 명의 애널리스트가 주가 전망을 끌어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애플 퇴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2023회계연도 4분기 중국 아이폰 판매량이 11% 감소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따라 애플은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 가격을 최대 70달러 인하했다.
그러나 가격 인하가 중국에서의 아이폰 부진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애플의 아이폰 판매 전략이 기본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아이폰 생태계에 충실하며, 저가의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모든 경쟁사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애플의 전략이 중국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컨설팅 및 기술주 분석 전문가인 피터 코핸은 포브스지 기고에서 애플이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에서의 고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핸이 쓴 ‘중국과 인도에서의 애플(Apple In China and India)’에서는 “중국에서의 스마트폰 구매자 대부분이 현지의 요구에 맞는 기능을 갖춘, 보다 싼 가격의 현지 제조업체 제품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핸은 애플이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주식 6억 500만 주를 매각한 워런 버핏에게서 힌트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국 아이폰 매출 감소 이유
카운터포인트의 조사에 따르면 4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18.2% 감소함에 따라 전 세계 아이폰 판매량도 5% 감소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은 3위로 떨어졌다. 1위는 화웨이였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매출은 15.5% 늘었고, 결국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화웨이가 선보인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70은 미국으로부터 독립해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채택하고 있다. 성능은 크게 개선됐고 중국인의 요구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로컬라이제이션(지역화)’에 방점을 두었다. 중국 사용자들이 호응했음은 물론이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을 끌어올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외면받는 것도 중국 업체들의 전략과 소비자들의 국산 선택 때문이다.
아이폰 자체는 성능 면에서 뛰어나다. 아이폰 최신 모델은 AI 기능도 탑재하고 있고, 반응은 좋았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애플이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현지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중국 소비자들은 아이폰의 AI 기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애플의 미래
애플은 앞으로도 ‘대장 주식’의 위치를 사수할 수 있을까. 코핸의 조사 결과, 애플의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29명의 애널리스트는 애플 주식은 약 11%의 상승 여지가 있다고 밝혔고, 팁랭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목표주가의 평균은 244.36달러다.
제프리스는 아이폰 판매의 약세를 반영해 애플에 대한 신용등급을 ‘보유’에서 ‘저조’로 내렸다. 제프리스는 애플의 중국 시장 포지셔닝이 특히 약하다고 보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가격을 내렸지만, 아이폰 판매 가격은 다른 고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여전히 비싸고 중국 시장에서의 아이폰 판매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의 AI인 ‘애플 인텔리전스’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리가 발표한 제3자 연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조차 스마트폰에 탑재된 AI에 편리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애플이 제공하는 다중 칩 모듈에 높은 비용을 지불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루프캐피탈은 애플의 공급망을 조사한 결과, 3월로 끝나는 애플 회계연도 기준 4분기에 아이폰 수요가 상당히 감소할 것을 시사했으며, 그 다음 두 분기에는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애플주에 대한 등급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루프캐피탈 또한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해서는 당분간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코핸은 포브스지에서 “아이폰이 등장한 지 18년이 지난 상황에서 애플은 아이폰의 뒤를 이을 신제품이 절실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애플이 당분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애플 주식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이제는 금물이라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