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정됐던 스테이지엑스 후보 자격 철회, “희망 사업자 나오면 추진”
정부 주도 이동통신 시장 경쟁 한계 드러내…요금 결정권 등 통신사 자율에 맡겨야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정부가 주도하는 제4이동통신 선정 작업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차례에 걸친 실패 끝에 내린 결론이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업계 자율에 맡길 방침임을 천명했다. 사업자가 주파수 할당을 제안하면 검토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제4이통 사업자로 선정됐던 스테이지엑스가 사업을 포기한 만큼, 당분간 제4이통에 도전할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정부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실패가 예견된 정책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28㎓ 주파수 대역 상용화를 제4이통을 통해 실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28㎓ 주파수 대역은 SK텔레콤 등 통신 3사에 배정됐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고 전국 대상 서비스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에 반환한 영역이다.

통신 3사와 전문가들은 “28㎓ 대역은 주파수의 직진성이 강하고 손실률이 높아 5G 범용 서비스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경기장 등 통신이 집중되는 특정 장소나 자율주행차량을 위한 고속도로 네트워크 등 특화망에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통신 3사는 스테이지엑스의 출범 이후에도 경쟁 도입으로 긴장하기보다는 느긋한 태도였다. 막대한 투자 자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음은 물론, 설혹 자금이 동원되더라도 그 주파수 대역으로는 상용화가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통신 3사의 예측은 맞았다. 그리고 재무 상태를 점검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였던 정부는 다시 제4이통 선정 실패 이력을 추가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실장은 제4의 통신사를 선정하는 대신 알뜰폰을 육성해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통신 설비와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풀MVNO를 육성해 이들이 자연스럽게 제4이동통신으로 진입하도록 여건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시장의 현황과 업계 자율성 존중의 측면에서는 적절한 발언이다.

이로써 통신 3사의 고민 한 가지는 해결됐다. 스테이지엑스가 상용화에 실패했지만, 정부가 통신 3사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정책적인 무리수가 이어졌다면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만으로 비용의 낭비는 막을 수 있게 됐다.

숙제는 통신 3사와 알뜰폰 업계가 안게 됐다. 정부는 알뜰폰을 통신시장의 경쟁 주체로 적극 육성한다면서 주파수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알뜰폰 업계가 1만 원대의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3사의 주파수 도매 할인율을 더 높이자는 것이다.

할인율을 높이려면 통신 3사의 양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통신사로서는 내키지 않는 옵션이 된다. 수익성에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에 순응해 왔던 통신 3사가 반발할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통신 3사 계열 알뜰폰의 점유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통신 그룹 내부적으로 크게 손해날 일은 없다.

알뜰폰 경쟁력이 과연 살아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풀MVNO라고 인정할 만한 알뜰폰 사업자는 극소수다. 영세한 경영 상태를 감안할 때 제4이통과 유사한 규모로 진입할 사업자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없다.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네 번째 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앞으로 수 년 내 거의 없을 것이다. 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가 몸집을 키운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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