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고객에게는 개인정보보호 강조, 법 집행 기관에는 기술 제공 '양동 작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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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애플이 쿠퍼티노 본사에서 '글로벌 경찰 서밋(Global Police Summit)'이라는 콘퍼런스를 비밀리에 개최, 7개국 경찰 관계자를 초청해 아이폰, 애플 비전 프로, 카플레이 등의 제품을 수사 및 감시 활동에 사용하는 방법을 공유해 왔다고 포브스가 전했다. 이는 포브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 5년 동안 컨퍼런스를 두 번이나 비공개로 개최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10월에는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3일간 열렸다. 이 회의는 그해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 경찰서장 협회(IACP) 회의 직전에 진행했다. 포브스는 오렌지 카운티 보안관국에 보낸 정보 요청을 통해 이를 입수했다.

애플은 2015년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서 범인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도와달라는 FBI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애플이 경찰과 사법기관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이후 애플은 다양한 회의를 통해 경찰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던 것이다.

또 경찰은 아이폰, 맥, 애플 비전 프로 헤드셋, 카플레이 등을 활용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들 중 다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한다.

인권 단체인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의 정책 분석가 매튜 구아릴리아는 "애플이 경찰과의 관계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것은 경찰에 감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에 중점을 둔 애플 마케팅과 상충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미국 경찰 치안 예산 연간 1000억 달러

구아릴리아는 이어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고 개인정보보호에 중점을 둔다는 이미지를 중시하지만, 사법기관에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000억 달러의 자금이 치안 유지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8월까지 애플의 글로벌 경찰 서밋 운영에 참여했던 애플의 글로벌 전략 담당 게리 올드햄은 첫 번째 서밋은 2019년에 열렸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후속 행사가 취소됐고, 가장 최근 행사는 2023년에 열렸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호주와 스위스를 포함한 7개국의 법 집행 기관에서 최대 50명이 참석해 애플 엔지니어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애플 기술 사례를 소개했다. 애플은 2023년 행사 참석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올해의 주제에는 카플레이 기반 충돌 감지, 위성 기반 긴급 구조 요청, 비전 프로 등 법 집행에 도움이 될 새로운 제품 및 기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존 맥마흔 CIO는 "내가 참석한 경찰 회의 중 가장 도움이 되는 회의 중 하나였다"면서 "나는 36년 동안 경찰에 몸담았지만,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과 이렇게 협력적인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경찰용 앱

올드햄에 따르면 2023년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경찰 정보를 저장하고 접근하기 위한 iOS 앱인 온듀티(OnDuty)를 개발하기 위해 현지 개발자와 협력하는 과정을 선보인 뉴질랜드 경찰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이 앱은 국가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돼 지명, 차량 번호판, 개인 범죄 기록과 같은 데이터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또한 뉴질랜드 경찰이 수사를 위해 사용하는 iOS 앱은 특정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과 과거에 범죄가 발생한 위치를 경찰에 알릴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올드햄은 애플에서 근무하는 동안 공공 안전 분야에서 애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에서 70%로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링크드인에서 애플이 여러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을 80% 이상으로 성장시켰고 4개국 공공 안전시장에서 100%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오렌지 카운티 보안관국의 이메일에 따르면 애플은 사법기관과 특히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 이메일에서 올드햄은 오렌지 카운티 보안관 부서,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샌디에이고 카운티 보안관 부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안관 부서 모두 애플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은 비전 프로, 아이폰 및 맥을 사용해 감시 데이터에 접근하고 기본적인 통신을 수행하는 앱을 배포하고 테스트하고 있다. 애플은 주 전역의 경찰 단속에 애플의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남부 캘리포니아의 다른 기관들과 미팅도 가졌다고 한다. 오렌지 카운티 보안관국은 애플의 비전 프로 VR 헤드셋을 테스트하면서 '실시간 운영 센터'라는 감시 데이터 허브의 가상 버전을 만들고 있었다.

◆ 모든 경찰 차량을 위한 카플레이

경찰은 자동차 대시보드를 iOS 화면으로 바꾸는 애플의 카플레이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과 오렌지 카운티를 포함한 경찰서는 2023년 10월 IACP 행사에서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의 경영진과 만나 카플레이 사용에 대해 논의했다.

오렌지 카운티 경찰국은 모든 경찰 차량의 노트북을 애플의 카플레이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호주 경찰은 애플의 AI 어시스턴트 시리를 이용해 경찰 데이터에 접근하고 사건의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서밋을 담당했던 올드햄이 애플을 떠나면서 향후 서밋 개최는 불투명하다는 진단이지만, 경찰은 애플이 행사를 계속 개최하기를 원한다. 애플이 행사를 영구적으로 취소하더라도 경찰은 애플 하드웨어 사용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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