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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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지구 궤도에는 수없이 많은 위성이 떠돈다. 정지궤도 위성은 물론 기상 등 각종 관측 목적 위성, 군사 목적의 위성, 천문 관측 위성 등 용도도 다양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진행하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필두로 한 통신용 위성 수 만 대가 쏘아 올려져 하늘은 위성으로 뒤덮일 정도다.

그러다 보니 천문학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야간에 천체 망원경으로 촬영한 우주에 위성이 반사하거나 발광하는 빛이 스며들어 관측을 방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천문 데이터의 심각한 왜곡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계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운데 망원경의 이미지에서 위성이 만드는 빛줄기를 감지하고 이를 제거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고 네이처 온라인판이 전했다.

천문학자들이 밤하늘 이미지에서 위성이 반사하는 빛의 줄무늬를 높은 정확도로 감지할 수 있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개발된 모델은 우주 망원경의 천문 데이터를 해석하기 쉽게 해주고 천문학에서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위성 빛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개발된 기술은 인터넷 통신 위성이 관측 데이터를 망가뜨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부 망원경 이미지에 미치는 위성의 영향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개발팀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천문학연맹(IAU) 총회에서 이 연구를 발표했다. 현재 실증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천체물리학자 지그프리트 이글 박사는 "머신러닝과 AI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데이터만 충분하면 위성을 인식해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위성 발사와 개발 속도가 무모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 동안 캘리포니아의 스페이스X, 런던의 유텔샛 원웹, 워싱턴주의 아마존 프로젝트 카이퍼를 포함, 여러 회사들이 수천 개의 통신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발사했다. 중국의 상하이 스페이스콤 위성 테크는G60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무려 1만 200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쏘아 올려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IAU 총회에서 위성 간섭으로부터 우주를 보호하는 IAU 책임자 리처드 그린은 "현재까지 발사가 예정된 위성만 약 100만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통신 위성은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빠른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천문학자들에게는 큰 훼방꾼이다. 위성 이동을 따라 하늘 이미지에 밝은 줄무늬 빛으로 나타나고 천체의 관측에 영향을 미친다. 시야가 넓은 민감한 망원경은 이러한 위성 빛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는다. 예를 들어 칠레에서 곧 작동할 베라 루빈 망원경은 이미지의 3분의 1 이상이 손상될 수 있다.

칠레 아타카마 대학교의 데이터 과학자인 마리아 로메로-콜메나레스는 망원경 이미지에서 위성 흔적을 식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칠레, 스페인, 멕시코, 베트남, 한국의 망원경 네트워크에서 촬영한 수만 개의 이미지에 대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훈련했다. 이 모델을 WASP(Wide Angle Search for Planets) 및 헝가리 자동 망원경 네트워크에 적용한 결과, 이 알고리즘은 위성 흔적의 96%를 구별해냈다.

이로써 이미지와 데이터에서 위성 흔적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음 과제는 데이터를 보존하면서 위성 흔적을 실제로 제거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단계다. 위성 빛이 너무 밝아 주변에 퍼져 이미지에 스며들어 있고, 이미지 전체에서 위성 빛을 선별해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빛이 스며들면 기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내년 말까지 오염된 이미지와 데이터를 식별하고 정리할 수 있는 오픈소스 앱과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일단은 감도가 낮은 카메라가 장착된 소형 우주 망원경에서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다른 형태의 위성 오염은 처리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위성의 태양 전지판과 다른 평평한 표면이 빛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과도한 섬광이 발생하는데, 이는 에너지 폭발로서, 밀리초에서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위성 궤도와 위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 외에는 이러한 섬광을 감지하고 구별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 위성 내부의 전자 장비도 의도치 않은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다.

도구는 데이터가 손실될 경우 재생성할 수 없다. 더 많은 위성이 발사되면 ‘회복 불가능’이라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천문학계는 절제되지 않은 위성 발사가 학문의 진보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위성의 빛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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