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미국의 치즈업체 사르젠토(Sargento)는 3대째 이어 오는 비상장 가족기업이다. 연간 매출액이 18억 달러에 달하며, 현재도 체다, 모차렐라, 스트링치즈는 가장 잘 팔리는 상품으로 유명세를 떨친다. 3대 CEO인 루이 젠틴은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영자다.
가족기업으로 비상장을 고집하면서 유니콘 기업이 되기는 쉽지 않다. 대그룹을 중심 구조가 고착된 한국의 기업계에는 큰 울림을 안겨 준다. 오롯이 가족 중심의 경영자와 오랜 기간 회사에 몸담아 온 임직원들의 똘똘 뭉친 힘만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사르젠토의 기업사와 경영철학은 많은 중견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치즈 산업의 특징은 제품 개발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브랜드 가치만 시장에 정착하면 마케팅에 투입되는 자금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젠틴과 사르젠토는 신제품의 프로모션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며 가장 큰 공을 들인다.
젠틴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은 도박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투자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CEO로서는 다소 젊은 49세의 나이다. 그는 2013년 아버지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았다.
미국의 치즈 시장은 약 140억 달러 수준이다. 창업 71년인 사르젠토의 시장점유율은 젠틴이 경영을 이어받은 이후 10년간 20% 증가해 전체의 13%에 이른다. 내추럴 치즈 브랜드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한 셈이다.
사르젠토는 창업부터 지금까지 100% 가족 소유로 운영된다. 경쟁으로 인한 가격 경쟁과 업계 통합 속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젠틴을 포함한 60명의 주주는 모두 창업자 레너드 젠틴(1986년 사망)과 그의 부인 돌로레스(2012년 사망)의 후손이며 포브스는 이들의 지분 가치를 총 11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치즈 업계에서는 가족경영이 다른 식품 분야보다 더 일반적이며, 사르젠토는 다른 가족경영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기업은 연간 3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덴버의 모짜렐라 메이커 레프리노푸드(Leprino Foods), 126억 달러의 캐나다 상장 기업 사푸토(Saputo) 등이다.
치즈 업계의 선두는 마찬가지로 가족이 경영하는 프랑스 락탈리스(Lactalis)다. 락탈리스는 요구르트 브랜드인 스토니필드 오가닉(Stonyfield Organic), 2021년 크래프트 하인츠로부터 32억 달러에 매수한 치즈 사업을 소유하고 있다. 포브스는 이 회사를 이끄는 CEO 에마뉘엘 베스니에와 그의 두 형제의 합계 자산을 432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사르젠토는 거대 기업과 비교하면 중규모 수준의 기동력이 뛰어난 기업이다. 미국 중서부에 4개의 치즈 공장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제품의 25%를 자차로 직접 배송하며, 수십 년 전 식품 대기업 크래프트 하인츠가 치즈 부문에 주력하지 않던 시절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치즈 업계는 이익률이 낮다. 캐나다 사푸토의 경우 올해 순이익률은 1.5%, 지난 5년간 평균은 3.4%였다. 사르젠토는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젠틴이 CEO에 취임한 이후 이익이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광고와 슈퍼마켓 물류 지원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르젠토 창업자인 레너드 젠틴은 2차 대전 종전 뒤 위스콘신주의 플리머스에서 장례식장을 포함한 여러 사업을 하는 기업가였다. 1940년대 후반 장례식장 한 켠에 플리머스 치즈 카운터라는 가게를 열었다.
이후 1948년까지 미국 각지에 치즈를 우편으로 보내는 사업을 성공시킨 그는 다른 회사보다 먼저 치즈 진공포장 기술을 도입했고, 이를 발판으로 제조를 확대해 미국 전역의 식품슈퍼마켓에 보냈다.
레너드의 둘째 아들인 루(현 CEO 젠틴의 아버지) 밑에서 사르젠토는 성장을 거듭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젠틴은 아버지와 삼촌들이 가업을 계속 끌어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노트르담대를 졸업하고 일리노이주 로욜라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시카고 상업은행에서 3년간 일했다.
2000년 사르젠토에 입사한 그는 먼저 치즈 마케팅 매니저로 시작했다. 이후 제품, 조달, 소매 영업 등 주요 부문을 거쳐 2013년 부친의 퇴임과 함께 CEO에 취임했다.
그가 CEO에 취임한 후 첫 10년 동안 회사는 매년 4%의 성장을 이뤘다. 치즈업계 컨설턴트 기업 푸드커넥터의 창업자 에드 짐머만은 "사르젠토는 제조 프로세스와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가공제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치즈에 특화함으로써 오늘날의 위치를 구축했다"면서 "사르젠토는 일상적인 치즈 체험을 마치 샴페인 음용과 같은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락탈리스 산하 크래프트와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크래프트 치즈는 지난 3월 락탈리스의 인수 이후 첫 신상품인 시그니처 슈레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체다와 모짜렐라, 멕시칸 3종을 블렌딩한 것이다.
반면 사르젠토는 스낵용 치즈 분야에서 혁신을 이어가고 있으며, 젠틴은 향후 수년간 매년 5%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사르젠토는 또 2022년 미국의 주요 스트링치즈 브랜드 중 하나인 베이커치즈를 비공개 금액에 인수했다.
젠틴은 앞으로도 사르젠토를 가족경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600여 명의 직원들도 이를 원한다고. 이 회사에는 근속 30년 이상의 직원이 110여 명 있으며 그중에는 올해 근속 60년의 근로자도 있다고 한다.
젠틴은 「우리는 항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다. 그것이 우리가 투자를 계속하고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회사 구성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