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재생 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불안정하다. 겨울에 해가 비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스 발전이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전력망에서 재생 에너지 비중이 증가할수록 간헐적인 전력 부족의 문제는 커질 것이다. 게다가 화석 연료는 기후 보호를 위해 서서히 폐지해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화석 연료로 대안을 찾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성이다. 태양광 발전이 송전망에 대량의 전력을 공급함에 따라 전기의 시장 가치는 계속 낮아지고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하락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소위 ‘역마진’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태양광 발전은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이러한 저비용의 잉여 전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어젠다를 통해 ‘버추얼 파워 플랜트’ 솔루션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 에너지 '프로슈머'에서 '플렉슈머'로
오늘날 재생 에너지는 여전히 기존의 똑같은 환경에서 작동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을 갖춘 집 소유주는 일조량이 충분할 때, 또는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 상태일 때, 태양광 패널에서 발전한 전기를 송전망으로 공급한다. 그들은 에너지를 생산(프로듀스)하는 동시에 소비(컨슈머)하기 때문에 '프로슈머'라고 불린다.
이런 태양광 발전 구조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 음성 통화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옛날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미래의 태양광 발전은 스마트하고 거미줄과 같이 연결된 상태여야 한다. 프로슈머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즉, 프로슈머는 송전망과 통합돼 시장의 신호에 스마트하게 반응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플렉슈머'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게 된다.
자율주행차(AV)는 차체를 바꾸지 않고도 원격 조작으로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서도 하드웨어는 같도 소프트웨어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 태양광 에너지 미래의 열쇠가 되는 '섹터 커플링'
이를 실현하는 '마법의 지팡이'가 이른바 '섹터 커플링'이다. 섹터 커플링은 지금까지 별도로 움직였던 전기, 열, 연료 분야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의 전기는 히트펌프에 의한 열 생성과 가정에서의 전기자동차(EV) 충전에도 사용될 것이다.
EV는 바퀴가 달린 대형 배터리이기도 하다. 폭스바겐 ID3와 같은 중형 자동차용 배터리의 용량은 62kWh로, 단독주택이 6~7일간 소비하는 전력량(1일당 약 8~10 kWh)에 상당한다. 2030년까지 독일에서만 1500만 대의 EV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 자가용은 하루 중 20시간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EV를 모바일 스토리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능형 네트워크화와 스마트 에너지 관리를 통해 제어함으로써 이는 충분히 가능해진다. 송전망과 EV 사이에 전력을 융통하는 양방향 충전이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열펌프도 여유 에너지 저장의 일종이다. 열펌프는 물을 가열하여 난방과 뜨거운 물을 공급한다. 최저 한계치 이상이면 공급 온도에 섭씨 1~2도 온도차가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열펌프의 운전을 조정해 에너지가 비싼 시기에는 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가 저렴한 시기에 사용량을 최대로 할 수 있다. 재생 에너지 공급량의 변동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 분산형 전원 네트워크, 즉 ‘버추얼 파워 플랜트’ 구축
광대한 분산형 전원 네트워크에 수십만 대에 이르는 가정용 배터리, EV, 열펌프를 연결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뛰어난 유연성을 갖춘 여러 기의 원자력 발전소에 필적하는 전력 용량이 실현될 것이다.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독일의 재생 에너지 기업 엠팔은 2026년까지 1GW가 넘는 전력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트워크화된 전원은 ‘버추얼 파워 플랜트(VPP)’라고 불리며, 가정의 발전, 축전, 소비를 스마트하게 관리하고 집약한다. 예를 들면, 전력이 매우 쌀 때나 가정의 태양광 패널이 잉여 전기를 생산했을 때, 축전지나 EV에 충전해 일조량이나 풍력이 적거나 전기 시장가격이 높을 때 남는 전력을 송전망에 매전한다.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을 통해 집주인은 큰 폭의 비용 절감과 부수입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 시장으로의 스마트한 통합은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 등 정부 예산의 절감도 가져온다.
◆ 가상 파워 플랜트를 통해 에너지 운용을 최적화
VPP는 송전망의 전력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전력 활용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송전망에 전력이 너무 많이 모이면 잉여 전력을 분산하여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송전망에 전력을 되돌린다. 이를 통해 전력의 피크 부하를 줄이고, 수요에 따라 전력을 보다 균등하게 배분시켜 송전망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완전한 재생 에너지 시스템은 실현 가능하다. 다수의 연구가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은 실현 가능하며 비용 대비 효과도 높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수력 발전, 축전지는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화석 연료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재생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이를 송전 네트워크에 통합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