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지구 온난화 가속하면서 번식지 확산
올여름 들어 기록적으로 급증…모기 물림 '조심'

아시아호랑이 모기. 사진=CDC
아시아호랑이 모기. 사진=CDC

[아이티데일리] 기후 변화로 인해 유럽이 모기 매개 질병의 온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고 네이처 온라인판이 전했다. 더 길어진 여름, 역대급으로 높은 기온, 불특정한 폭우나 가뭄 등으로 인해 과거에는 서식하거나 번성할 수 없었던 지역들이 모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초까지 유럽 15개국에서 발생한 서나일 바이러스(WNV: West Nile Virus) 감염은 71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보고된 사례 및 유럽 전체의 10년 평균치를 넘어섰다. 9월 4일 기준 51명이 감염으로 사망했다.

ECDC의 신종 및 매개체 질병 전문가인 셀린 고스너는 "올해의 증가세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라며 “WNV 감염 건수가 9월과 10월 내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발병이 보고된 지역 주민들은 모기 물림을 피하기 위한 강력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텔렌보스 대학교의 유전체 역학자인 후리아 테갈리 교수는 "세계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가 모기 매개 질병의 온상이 될 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 치명적인 발열

WNV 감염의 약 20%는 서나일열병으로 이어지며, 이는 발열, 두통, 구토 및 피로를 유발한다. 1% 미만은 신경계 합병증을 유발하며, 그 속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뇌부종이 포함된다. 노인과 면역 체계가 손상된 사람들은 더 심각한 합병증에 취약하다. 유럽에서 보고된 심각한 병증 사례의 대부분은 65세 이상이었다.

감염된 새에서 사람과 다른 동물, 특히 말에게 WNV를 전파하는 빨간집모기(Culex pipiens)는 유럽이 원산지이며 1950년대부터 이곳에 존재해 왔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인해 전파 기간이 길어졌고, 과거 WNV 감염이 보고되지 않은 지역을 포함해 더 많은 지역에서 발병이 발생했다. 올초 발표된 연구도 기후 변화로 인해 유럽에서 WNV가 공간적으로 확산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운 기후로 인해 열대 질병인 뎅기열과 치쿤구니아열을 전파하는 아시아 호랑이모기(Asian tiger mosquito)도 개체 수와 분포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이 종은 현재 13개 유럽 국가에 정착했으며 다른 7개국에서도 발견됐다. 결과적으로 두 질병 모두 확산되고 있다. 올여름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22건의 전염성 뎅기열 발생을 보고했고, 프랑스에서 지역 전염성 치쿤구니아 사례도 나타났다. 치쿤구니아는 급성 발열, 관절통 외에 두통, 근육통, 관절부종, 발진도 수반한다.

따뜻하고 습한 날이 늘어나면서 아열대와 열대 환경에서 번성하던 모기 종이 ‘고위도와 고지대’까지 퍼지면서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후 변화가 질병 발병의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여행이 국경을 넘나드는 바이러스 전파를 돕고 있다. 유럽에서 뎅기열 사례가 증가한 것은 부분적으로 세계 다른 지역에서 기록적인 발병이 발생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남미와 중미는 현재 사상 최악의 뎅기열 발병과 싸우고 있으며, 2024년 발병은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이미 228% 증가했다.

한 연구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뎅기 바이러스 균주가 2023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균주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세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지역적 전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최선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

전문가들은 모기 퇴치제를 사용하고 긴팔의 밝은 색 옷을 입고 창문을 망충망으로 덮어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시 정원, 화분 또는 꽃병에 고인 물이 없도록 하면 모기의 번식을 줄이는 데 도임이 된다. 아시아 호랑이 모기는 흑백 줄무늬가 선명한 다리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무증상 보균자가 헌혈할 경우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미국 CDC는 올해 미국에서 190명의 헌혈자가 WNV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새로운 위험은 모기 매개 질병에 대한 주의 깊은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모기 매개 질병이 만연하지 않은 지역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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