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성장 단계, 현시점 가치평가는 ‘시기상조’

[아이티데일리] 지난 7월 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2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락했다. 구글은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5%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음에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 하락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잇따른 주가 하락, 그 배경에는 ‘AI 거품론’이 자리 잡고 있었다. AI 거품론은 인공지능(AI)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기대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 금융권의 비판에서 시작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의 파트너 데이비드 칸은 지난 6월 AI 프로젝트나 기술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연간 6천억 달러(약 797조 8,800억 원)가 필요한데 실제 매출은 1천억 달러(약 132조 9,8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 7월 “AI 붐에 힘입어 기술주가 고공행진을 보이지만, 높은 가치평가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지출에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구글의 2분기 자본 지출은 전문가 예상치보다 8% 높은 132억 달러(약 17조 5,500억 원)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이 지출을 통해 AI 프로그램과 컴퓨팅 수요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AI 거품론의 여파는 우리나라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5일 코스피 지수는 8.77%, 코스닥 지수는 11.30% 폭락했다. 코스피의 경우,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최대 하락 폭이었다. 이날 코스피 시가 총액은 하루 만에 약 192조 원이 사라졌고, 코스닥 역시 약 43조 원이 증발했다. AI 거품론이 한국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부정적인 시장 지표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AI에 대한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모델 개발 후 이제 막 본격적인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AI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웹서비스도 처음에는 기대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이 확대되자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지금 어렵다고 투자를 중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다행히 글로벌 빅테크들은 시장의 어려움에도 투자를 이어간다는 기조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현시점에서 너무 늦기보다 필요하기 전에 AI 역량을 구축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구글 선다 피차이 CEO도 “기술 분야에서 이런 전환기를 겪을 때 AI에 대한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세계적인 빅테크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동안 AI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일각에서는 AI 거품론으로 인한 투자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절대적인 투자 규모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크게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투자가 위축될 경우,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한번 뒤처지면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몇십 배, 몇백 배 더한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AI 거품론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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