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규제 완화해 다양한 민간기업 참여 이끌어야
[아이티데일리] 정부가 내년 3월 전국 초·중·고 대상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교육위원회를 비롯해 교육관련 기업과 IT업계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 중인 민간 기업들은 과도한 보안 규제가 사업 참여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교육업계와 달리 IT업계 의견은 충분히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화형 AI, 음성인식, 노코드(No-code) 플랫폼 등의 기술이 접목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발표하며 로드맵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디지털교과서가 책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 수업하는 방식에 그쳤다면,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 교육 지원을 목표로 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교과과목부터 우선 적용돼, 2028년까지 적용 학년과 과목이 순차 확대될 예정이다. 교과서 개발은 이달 완료된 후 11월 검증이 이뤄진다.
교육 혁신과 새로운 공공사업 기회 확보라는 측면에서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교과서 개발사와 에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IT업계에서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바라보는 AI 기술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사업 공고 이후 그간 제한된 일정 속에서 요건을 준수하기에도 부담이 컸던 것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요건으로 △클라우드(SaaS) 기반 웹 서비스 방식의 활용 환경 구축 △전자정부 UI/UX 원칙 준수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셋 개발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획득 등 엄격한 기술 규격이 요구된다.
이 중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사들이 겪고 있는 큰 어려움은 CSAP 취득이다. 학생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하에 참여 기업들은 CSAP 중 등급 이상의 보안인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일부 교직원들과 교육업계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드러낸다.
하지만 IT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CSAP 중 등급을 취득하려면 3~4천만의 심사 수수료와 5천만 원 이상의 컨설팅 비용이 발생한다. 또 6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 이는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또 과목별로 다른 SW와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인증을 추가 취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계의 우려만큼 AI 디지털교과서는 심각한 보안 유출 위험이 있을까. 많은 IT기업의 실무진들은 공공영역에서는 교육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민간영역에서는 정보를 익명화해 관리하는 구조이기에 AI 디지털교과서에 필요한 현행 보안 수준을 완화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한다.
AI의 핵심은 데이터다. 더군다나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개인 데이터는 물론, 또래 학생들의 데이터도 기반이 돼야 한다. 이에 교육부에서도 지난 5월 교육데이터 개방·활용 확대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에서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만한 높은 수준의 보안 요건을 교육부가 요구해 교육데이터 개방이라는 정책 기조와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민간 기업들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기회다. 향후 교육부가 현행 보안 요건을 완화한다면, 많은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맞춤형 교육을 더 높은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