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에너지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데이터센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들로 인해 전력 소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부호이자 친환경론자인 빌 게이츠는 이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 게시글에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공식 기관들이 유사한 경고를 내보내고 있지만 과도한 걱정이라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연간 소비전력은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단 4년간 2배로 증가해 2026년까지 1000TWh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인구 1억 2500만 명인 일본의 연간 소비전력량과 맞먹는다.
영국 송전기업 내셔널그리드의 존 페티그루 CEO는 지난 3월, AI와 양자컴퓨터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소비전력량이 앞으로 10년 안에 6배로 급증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지난주에는 노르웨이 에너지 분석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가 데이터센터와 전기자동차(EV) 이용 확대로 미국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약 300TWh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청정에너지 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행사에서 AI 시스템과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전력 공급 회사와의 장기적인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에 추진된다. 계약에 담기는 에너지원에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 가능 에너지가 대량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에 의해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모두 상쇄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게이츠는 데이터센터가 세계 전력 사용량을 26% 증가시키겠지만 AI는 오히려 6% 이상 감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빅테크는 비교적 비싼 요금을 지불해서라도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가 세계 전력망을 압박할 수는 있지만, 기후변화 목표 달성 쪽에서는 AI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게이츠는 AI와 청정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세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며, 목표 달성까지는 최대 15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게시글에서 게이츠는 “에너지 이행에 필요한 녹색 전력량은 생각만큼 빨리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하지만, 10년이나 15년 더 걸린다고 생각하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가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청정기술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10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역시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기업 테라파워는 차세대형 원자로의 기술 설계와 개발을 하고 있다.
한편 게이츠는 에너지 관련 기업이 모여 있는 텍사스주 휴스턴에 대해 "에너지 부문의 실리콘 밸리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선진적인 대응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며 넷제로에의 길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본인이 수행한 어떤 과제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