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원유 수급, 정유, 무역, 투자 등 글로벌 동향을 조사한 연례 보고서 '2024 석유' 보고서를 발표했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유 생산량은 전 세계 예상 수요를 하루 800만 배럴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유력 언론들이 크게 주목했음은 물론이다.
IEA 보고서가 공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예측대로 불과 6년 후 원유 공급 과잉 상태가 될지는 의문이다. 에너지 시장은 예상 외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IEA는 보고서에서 원유 공급 과잉의 주요 원인으로 전기차(EV) 확산,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중국의 석유 소비 증가율 둔화 등을 꼽았다. 다만 IEA는 석유 수요가 당분간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1억 320만 배럴에서 2029년 1억 560만 배럴로 늘어난 뒤 2030년에는 1억 550만 배럴로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같은 기간 원유 공급은 수요 증가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예상이다. 공급 증가는 주로 비 OPEC+ 국가, 특히 기록적인 수준의 생산량이 예상되는 미국, 브라질, 가이아나 및 캐나다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비 OPEC+ 공급량은 2030년까지 하루 6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OPEC+ 국가의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자발적인 감산은 원유 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정학적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석유 가격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IEA는 발표된 유전 개발 및 기타 프로젝트 등을 근거로 원유 공급 예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과잉을 예측하려면 기존 유전의 고갈, 향후 새로운 유전의 발견 및 수요 동향도 추정해야 한다.
대표적인 원유 수급 전망의 오류는 지난 2016년에도 있었다. 당시 유력 매체들은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원유 시장 붕괴가 다가오고 있으며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 보도를 내보냈다. EV 판매 동향에 초점을 맞춰, 200만 배럴 감소할 시점이 이르면 2023년에 도달해 유가 폭락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망은 틀렸다. 2023년 세계 원유 수요는 2016년 대비 하루 약 500만 배럴 증가했다. 2023년 유가는 공급 과잉을 나타내지 않았다.
원유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예측을 신뢰해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를 줄였다면 2023년 유가는 배럴당 평균 78달러가 아닌 130 달러 이상에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가격 변동성은 잘못된 예측의 결과이기도 하고 시장에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번 IEA 보고서가 800만 배럴 공급 초과를 예상했다면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그대로 될 지는 의문이다.
2005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향후 10년 동안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을 때 에너지 분석가들은 이를 무시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됐다.
IEA의 이번 예측은 미국의 원유 생산이 계속 늘어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10개월 동안 정체되고 있다. 미국의 좋은 유전은 이제 거의 고갈 상태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IEA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2030년까지 하루 2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EA의 800만 배럴 공급 초과 예측에는 많은 가정이 담겨 있다. 그중 한 두 가지만 틀려도 "엄청난 공급 과잉”이라는 IEA의 예측은 크게 빗나갈 수 있다.
한국 포항 인근에서 원유 개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IEA 보고서에 근거해 개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IEA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주장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리한 전략에 맞추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