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일반적인 사무 건물에는 공기를 순환시키는 팬과 함께, 최소 수백 미터에 달하는 통풍구가 설치된다. 그러나 노르웨이 오슬로에 세워진 새 복합 용도 건물에는 팬과 통풍구가 전혀 없다. 비용 측면에서 말하자면 HVAC(냉난방 공조시스템)에 따른 청구서가 없다.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이 건물은 스노헤타(Snøhetta)가 설계한 것으로, 탄소 발생을 줄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친환경 건축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어졌다. 회사는 “이 프로젝트에서 난방, 환기 또는 냉방을 위해 전력을 외부로부터 끌어들이고 에너지를 구매할 필요가 없도록 한다는 ‘트리플 제로’ 목표를 세웠다”라고 밝혔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회사는 "지금까지는 목표했던 수치가 우리 의도대로 되고 있다. 효과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 건물의 탄소 배출량은 유사한 규모의 기존 건물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새 건물은 오슬로 강변의 과거 주차장이었던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은 자동차 운행 금지 구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옆에는 새로운 공공 광장이 있다. 건물은 바람을 차단하면서 햇빛은 광장으로 비추게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또한 자연 환기를 극대화하도록 세심하게 설계됐다.
◆ 새로운 시스템에서 공기가 흐르는 방식
건물 내부의 센서는 온도, 이산화탄소 및 산소 수준을 추적 관찰한다. 외부에 설치된 센서는 날씨와 바람이 부는 방향을 모니터링한다. 사무실에 신선한 공기가 필요할 때는 건물 반대편의 해치가 자동으로 열린다. 이 공간에서 압력 차이가 발생해 외부 공기를 끌어들이게 된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으로는 직사각형 건물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엔지니어와 협력해 설계된 새 건물의 각진 외관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한다. 점점 가늘어지는 건물의 모양은 공기 흐름을 더 빠르게 돕는다.
냉난방을 위한 난로와 에어컨은 없다. 대신 지열 에너지로 건물을 난방 및 냉방한다. 우물과 열펌프가 연동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따뜻한 물이나 차가운 물이 콘크리트 바닥과 점토 벽에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 이동한다. 친환경 건자재에서 열이 방출돼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준다. 공기를 비효율적으로 가열하는 전통적인 강제 공기 순환 시스템은 해치가 열릴 때마다 외부로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구조였다.
◆전통 HVAC를 피할 때의 이점
퓨처빌트(FutureBuilt)라는 노르웨이 연구 프로그램의 일부인 이 프로젝트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건물이 지어진 후 기업들은 지난 겨울 사무실로 이전했고, 직원들은 외부의 매우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편안함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통계적으로, 일반 사무실에서는 최대 60%의 직원이 자신이 너무 덥거나 너무 춥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각 책상에 장치된 QR 코드를 통해 피드백을 받은 결과, 새 건물의 직원 중 온도에 대해 불평하는 직원은 7% 미만이었다. 복사난방 시스템은 방 전체를 고르게 가열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빌딩의 ‘통풍구 옆자리의 불편함’ 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통적인 환기 방식을 없앴다는 것은 ‘건물이 에너지 사용 및 탄소 배출을 최소화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다른 이점도 있다. 천장에 덕트가 없다. 이 때문에 사무실이 더 쾌적하고 넓어 보인다.
실외 공기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은 또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사무실 안에서도 외부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날이 추우면 옷을 더 입고, 찬 공기를 실내로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더운 날에는 옷을 덜 입으면 된다. 강 옆에 있어서, 해치를 열면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건물 1층에는 레스토랑 등 상업 시설이 있고, 그 위로는 5개 층에 기업을 위한 사무실이 있다. 그 위 10개 층은 아파트다. 한국의 주상복합 빌딩인 셈이다. 다만 아파트의 환기 시스템은 구식이다. 규정에 따라 사무실 공간은 엄격한 온도 및 공기 질 관리가 요구된다.
한편, 새로운 환기 시스템 등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건축 규정이 정비되어야 한다. 건축 시장에서 시도하는 방식은 현행 규정보다 3~5년 앞서 있다. 신 건축 환경이 확산 속도를 높이려면 규제 환경도 그만큼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