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이탈리아 로마에 본사를 둔 방위항공우주기업 레오나르도(Leonardo)가 이동 중인 차량에서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 개와 고양이 추적 칩, 도서관 책 등 신호를 내는 모든 기기를 스캔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포브스가 전했다. 미국 경찰이 솔루션 도입을 전제로 이 신기술을 시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엘사그 EOC 플러스(Elsag EOC Plus)로 불리는 이 신기술은 레오나르도가 제공하는 번호판 인식 시스템 엘사그에 내장돼 있지만, 단독의 감시 장치로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기술은 경찰이 이동 중인 용의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은 이 신기술 사용을 극력 반대하고 있다. 영장 없이 광범위하게 차량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작년 파리에서 개최된 안전보장 관련 행사 ‘밀리폴(Milipol)’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이 도구는 주행 중인 차내에 있는 아이폰이나 보스 헤드폰 등의 모델을 식별할 수 있다. 또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체내에 박힌 인식 칩이나 블루투스 장치, 건강 추적기, 차량탑재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센서 등이 내보내는 고유한 신호도 식별할 수 있으며 도서관 책에 달린 RFID 전파를 검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찰은 이들 데이터를 차량 번호판과 연결해 마치 사람의 지문과 같은 고유 정보로 취급할 수 있다. 한 인물이 운전하는 차량이 다른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통과할 때 운전자나 동승자가 차를 갈아탔다고 해도 추적이 가능하다.
레오나르도는 “100대 중 30대의 차에 아이폰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아이폰13 모델에 아우디 라디오, 보스 헤드폰, 가민 스마트 워치, 키 파인더를 조합하면 한 대로 좁혀진다. 이러한 데이터의 모임이 전자 서명의 역할을 한다”고 밝힌다.
레오나르도는 이 기술이 경찰뿐 아니라 기차역이나 쇼핑센터 등 도로 밖 장소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쇼핑몰은 도둑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레오나르도의 경쟁자인 플록 세이프티의 AI 탑재 차량 감시 기술이 도입돼 있고, 탐지시 경찰에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플록 세이프티의 AI 카메라는 차량 내부 장치를 스캔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색상과 제조사, 모델, 범퍼 스티커 등 번호판이 아닌 차량의 특징을 식별한다.
레오나르도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개발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고 전 세계적으로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유료 고객은 아직 없지만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사용하던 업체들이 시범 도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경찰청도 이 기술을 시험 중에 있다고 한다. 다만 현재는 일반 시민의 감시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회사는 번호판 인식 시스템인 엘사그 고객 수가 미국 전역에서 4000곳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경찰은 이미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 기술을 추가 도입할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사람을 추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기기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악용되기 쉽다. 경찰은 이 기술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 차량을 정차시키고 압수해야 할 장치를 특정할 수도 있다.
레오나르도 측은 경찰에서의 도입이 불법 행위를 방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차량 내부 장치를 식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감시 도구 기능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기의 콘텐츠 정보를 수집 기능도 없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아니라는 항변이다. 이것들은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신호일 뿐이라고.
한편 폴리티코 창업자 로버트 올브리튼이 설립한 언론인 양성기관 올브리튼저널리즘인스티튜트가 발행하는 잡지인 바이런 타우는 독일 기업 제놉틱이 개발한 유사한 기술이 텍사스주 2개 카운티 경찰에 시범 도입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