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인력 부족, 공공 수요 불분명…“SI 용역도 일부 탈피해야”

[아이티데일리] 정부가 올해 국내 클라우드·소프트웨어(SW) 산업 진흥을 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 생태계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전 세계적인 클라우드 대전환 트렌드에 발맞춰 우수한 SaaS의 개발·전환을 지원하는 한편, 공공에서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SaaS를 발굴, 적용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특히 아직까지 공공 SaaS 생태계 조성은 속도가 붙지 못한 상황으로, 공공부문 이용·지원 SaaS의 성장을 위한 정부 추진 사업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 SaaS 활성화 현황 및 전략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를 조명해 본다.

[공공 SaaS 활성화①] 정부, 국내 SaaS 생태계 활성화 ‘역점’
[공공 SaaS 활성화②] SaaS 전환에 고초 겪는 전통 SW 업계
[공공 SaaS 활성화③] 공공부문 SaaS 이용·지원 부진…사업 추진 개선점은?
[공공 SaaS 활성화④] 공공시장 진입하는 해외 사업자…“위기이자 기회”

SaaS 전환 망설이는 전통 SW 업계…자금과 전문 인력 부족

클라우드 대전환이라는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SW를 클라우드 기반 SaaS로 전환‧개발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중요한 과업이 됐다. 하지만 아직 국내 SW 기업들의 SaaS 전환은 미비한 수준이다. 특히 전문 인력과 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전통적인 SW 기업과 중소·중견 기업들은 SaaS로의 여정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aaS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고려할 때 SW 기업의 조직 및 자금 규모 자체가 열악한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기존에 판매하던 SW 수익과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며 초기 투입비용 대비 매출이 적은 기간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데스밸리(Death Vally)’ 현상을 겪기에,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SaaS 전환이 큰 부담이라는 점이 고충이다.

우선 전통 SW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클라우드와 SaaS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도 주된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SW 상품을 SaaS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멀티테넌트 모델을 적용하고, 구독 기반 청구를 위한 미터링·빌링 등을 추가 개발해야 한다. 이외에도 탄력적으로 리소스를 운영하는 방안과 고객 테넌트 간 보안·성능 간섭을 배재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SW 기업들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SaaS 개발 경험자와 클라우드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4개 신기술분야 인력수급 전망결과(2023~2027년)’에 따르면, 클라우드 분야에 18,800명에 달하는 신규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 및 지속적인 시장 성장으로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운영 인력과 시스템 개발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4개 신기술분야 인력수급 전망결과’ 중 클라우드 인력 조사 (출처: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 ‘4개 신기술분야 인력수급 전망결과’ 중 클라우드 인력 조사 (출처:고용노동부)

뿐만 아니라, 레거시 인프라와 전통 SW에 특화된 인력들이 클라우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아직까지는 어려운 실정으로 보인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KACI)의 ‘2023 국내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개발 인력의 단기간 이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기존 온프레미스 기반 환경 인력의 클라우드 인력으로의 전환 역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클라우드 네이티브 개발, 산업별 특화 서비스 개발, 고객의 다양한 요구 수용 등 클라우드 연구개발 인력에게 필요한 역량이 상향 평준화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SaaS는 상품보다는 서비스 개념에 더 가깝다는 것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업계에서는 개발 인력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운영 인력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차 SaaS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상품 판매 위주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비스 기업의 운영 문화를 이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SW 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신생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SaaS를 개발하는, 태생부터 SaaS 기업으로 출발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반면 기존의 전통적인 SW 기업들이 자사 SW를 SaaS로 전환해야 하는 작업은 새롭게 SaaS를 개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 조직이 보유한 인력들은 레거시 인프라와 구축형 SW에 익숙해 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지는 못한 게 현실이다”라며 “그렇다고 SaaS 전환을 위해 새로운 클라우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장에 클라우드 인력 자체가 적으며 전문가를 영입하더라도 얼마 안 가 대기업으로 이직하기에 중소기업이 SaaS 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서 유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서비스의 유연성과 장기적인 해외 진출의 가능성 등을 고려한 SaaS 개발·전환의 중요성은 전통 SW 기업들도 물론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클라우드와 SaaS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SaaS 전환을 추진하기에는 자본과 인력 확보 측면에서 선뜻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공공 수요 불분명, SI 용역도 여전”

공공사업을 핵심으로 몸집을 키워온 SW 업체들도 SaaS 전환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기술적 어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공시장에서의 수요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SW 기업은 SaaS 전환을 위해 상당한 시간·비용·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전환을 해도 공공기관들은 기존의 SW 구매 방식을 견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찬가지로 민간 시장에서도 이전보다는 SaaS가 활성화되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여전히 기업 고객이 SaaS보다는 구축형 SW를 유지하려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즉 SW 제공 기업들이 SaaS로의 여정을 거쳐 상품에서 서비스로, 소유에서 구독으로 기업 문화와 사업 형태를 변화시켜도 수요자들의 인식은 과거 레거시 인프라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국내 SaaS 생태계 활성화가 늦어지고 있는 주된 원인이다.

특히 공공시장은 SaaS 수요 예측·확보가 더욱 어렵다. 자발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사업을 발주하거나 선제적으로 SaaS를 업무에 도입하는 기관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보수적 성향이 짙어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가지 않는 기관들이 다수다. 공공이 도입할 만한 SaaS의 수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특히 업계에서는 기관들이 SaaS보다 설치형 제품과 기관들의 입맛에 맞는 최적화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공공 발주자들은 SaaS 서비스 수준에 대한 불안을 비롯해 보안 책임에 대한 부담과 우려를 지니고 있어 SaaS 도입을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전통 SW 기업들이 공공 SaaS 도입에 관해 역설하는 더 큰 문제는 SI(시스템통합) 용역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SaaS 이전 SW 공급 시장에서 팽배했던 수요자의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SaaS 도입 과정에서도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다.

또 SW의 공공 조달에 있어 직접 구매 제도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공공에서 이용할 수 있는 SaaS가 풍부해지더라도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SI 용역 사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SW 업계는 공공 SaaS 활성화에 있어 SW ‘제값 받기’부터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SaaS는 그 특성상 분리 발주가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상용 SW 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입장에서 IT시스템과 SW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SI 업체를 통해 통합 발주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통합 발주와 SI 용역으로 인해 공공사업을 영위하는 SW 기업들이 제값을 못 받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도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현실이다”라며 “특히 SaaS만큼은 정부가 분리 발주와 직접 구매를 적극적으로 북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라우드와 SaaS는 자기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기 때문이다. 즉 공공 SaaS 활성화를 위해서는 SaaS 관련 지원사업 대부분을 개발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먼저 수요자인 기관들의 인식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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