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평소 생활 속에서 미생물의 존재는 생각 밖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생물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몸 안에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이 서식하며 건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미생물은 사람의 몸 속뿐만 아니라 토양에서도 서식한다. 토양 미생물은 자연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겨울이 되어 떨어지는 낙엽, 죽은 동식물을 최종적으로 분해해 흙으로 되돌리는 존재가 미생물이다. 이는 다시 토양을 살지게 하고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며, 다시 곤충이나 새 등 동물을 번성시킨다.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생물이 줄어들면 토양이 황폐해지고 자연이 파괴되며 대지는 황량해지고 궁극적으로 사막화가 진행된다.
기후 변화에서도 토양 미생물은 큰 역할을 한다. 바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다. 탄소와 관련된 미생물은 식물 분해로 발생하는 탄소를 토양에 저장하는 것과 대기로 방출하는 것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토양이 윤택하다는 것은 탄소를 저장하는 미생물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땅이 마르고 생장 환경이 악화되면 탄소 방출 미생물이 늘어난다.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식물의 생육에도 토양 미생물은 필수적이다. 영국 생태학·수문학센터(홈페이지)에 따르면 1티스푼 정도의 표토(지표면 토양)에는 약 1만 종의 서로 다른 미생물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토양의 품질에 따라 미생물의 숫자는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도 상상 이상의 미생물이 활동한다. 이들 미생물은 작물이 잘 자라기 위한 토양 비옥도 향상, 오염물질 제거, 탄소 저장과 온실가스 조절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생활환경이 미생물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 상황은 미생물의 관점에서는 위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업, 공업, 도시화 목적으로 토양의 부적절한 사용과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지구상 토양의 33% 이상이 이미 파괴됐고, 2050년까지 90% 이상의 토양이 그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식물 및 미생물 생태학의 지식적인 영역이다.
그렇다면 그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문제 해결을 위해 토양을 원 상태로 복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자연 토양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리제너러티브(재생) 농업의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해결책의 하나가 될 가능성을 갖는 것이 소리라고 세계지식포럼(WEF)이 어젠다로 발표하고 요약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호주 애들레이드 플린더스대의 미생물생태학자 제이크 로빈슨 박사 등은 인간이 음악을 들으며 에너지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토양 속 미생물도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실험은 통상적인 티백을 퇴비가 든 방음 박스에 넣어 하루 최대 8시간, 14일 동안 80dB(데시벨) 정도의 단조 음파에 노출시키고, 30dB 미만의 주위음 수준의 자극에 노출된 것과 비교한 결과다. 둘 사이의 결과를 비교해 음향 자극이 미생물과 그 유기물의 분해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시험했다. 그 결과, 후자는 유기물량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 전자에서는 약 0.5g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 성장을 촉진하는 일반적인 균류를 페트리 접시 내에서 80dB 정도의 단조로운 음파에 5일간 노출한 실험에서도 30dB 미만의 주위음 수준의 자극을 준 대조 샘플과 비교해 균류가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향 자극이 토양 미생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어 그 기능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기후 변화나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토양이 손실되면 토양 미생물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토양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면, 식생의 회복 프로세스가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소리에 의해 미생물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식물을 보다 빨리 성장시켜, 보다 많은 탄소를 저장함으로써 지구 온난화의 억제에도 공헌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기후 변화나 토양 악화와 같은 전 지구적 과제의 해결을 위한 소리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환경에서 나오는 소음도 그런 점에서 연구 대상이다.
소음은 우리 인간에게도 난청, 스트레스, 고혈압 등의 악영향을 준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내는 소음의 야생동물에 대한 악영향도 문제다. 야생동물은 이동, 식량 찾기, 동료 호출, 포식자 회피 등 다양한 이유로 소리를 사용하는데, 소음이 방해가 돼 생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2021년 연구에서는 지난 50년간 해운을 통해 주요 수송로의 저주파 소음이 약 3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선박의 소음이 고래의 생태에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소리를 활용한 토양 생태계 회복 시도는 현시점에서는 연구 단계다. WEF는 그러나 소리의 효과가 입증되고 실용화가 진행되면 토양 품질 악화나 지구 온난화 등의 해결을 위한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