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사진=픽사베이
해파리.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해저 광물 탐사와 채취는 근래 논란의 중심에 들어온 뜨거운 주제다. 바다는 전기차 배터리나 각종 IT 제품의 소재로 쓰이는 리튬 등 희귀 광물 또는 희토류의 보고이다. AI, 바이오, 환경 등 다양한 차세대 기기에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해저 광물 탐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바닷속을 헤집는 광물 채굴은 해양 위기를 고조시키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대로 광물 자원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들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안겨주는 해저 광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노르웨이가 심해 탐사 채굴을 허용한 최초의 국가로 기록됐다고 네이처지 온라인판이 보도했다.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는 노르웨이의 결정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의 바다 보호 단체인 심해보존연합(Deep Sea Conservation Coalition) 창립자 매튜 지안니는 “해저 광물 채굴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탐욕일 뿐이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르웨이 의회는 지난 9일 노르웨이해 대륙붕에서 광물 탐사 채굴을 허용하는 안에 대해 80대 20으로 찬성 가결했다. 탐사의 목표는 노르웨이가 관할권을 갖는 해저 지도를 작성하고, 현재 육지에서 채굴되는 황화물과 망간이 해저 채굴에서도 수익성을 안겨줄 수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2020년부터 채굴을 추진해 온 노르웨이 정부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고 전기차 배터리와 기타 전자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망간, 코발트 등 금속을 확보하려면 해저 채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립 과학 아카데미 그룹인 유럽 아카데미 과학자문 위원회 등 많은 과학자와 단체들은 노르웨이 정부의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크며, 육상 광물 자원 채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심해 채굴이 생태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근래 해저 채굴 활동으로 인해 해저 생물종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기 시작했다. 해파리와 같은 종들도 위험에 처해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국가들은 심해 생태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 때까지 해저 채굴을 유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르웨이 의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는 기업 및 기타 단체가 28만㎢에 달하는 해저를 탐사할 수 있는 허가를 발급할 수 있다. 상업 활동을 위한 광물 채굴은 추가 의회 투표가 필요하지만, 과학자와 환경단체는 상용 채굴을 위한 첫 관문이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베르겐에 본부를 둔 독립 연구기관 NORCE의 해양 생태학자인 헬레나 하우스는 탐사 대상이 되는 대륙붕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생명체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의 결정이 노르웨이 국내법에 따르면 불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굴 활동의 영향을 평가할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 채굴을 중단하기 위해 환경단체들이 불법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상업적인 필요성과 채굴 요청을 우선시하는 정부가 ‘채굴을 보류해야 한다’는 과학적 조언을 무시할 가능성도 높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금부터 시작해도 실질적인 해저 광물 채굴은 20년 정도 후라고 설득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채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국제적으로는 광물이 풍부한 국가 관할권 밖의 공해상에서 해저 광물의 상업적 채굴을 허용할 지에 대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협상 지역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의 태평양 동부에 위치한 450만㎢ 면적의 클라리온-클리퍼튼 존(Clarion-Clipperton Zone)이다. 노르웨이는 국제 논의에서 심해 채굴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국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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