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어젠다…일본 AI 헬스케어 기술, 글로벌 선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일본 헬스케어 분야에서 특히 확대되고 있다고 세계경제포럼(WEF)이 지역 연구 어젠다로 발표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일본 야노(矢野)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AI를 탑재한 의료기기 수 증가와 AI 애플리케이션 다양화로 인해 2027년 일본 진단·진료 지원 AI 시스템 시장 규모는 165억 엔(150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을 이끄는 것은 의사들이 세운 스타트업들이라는 지적이다. 헬스케어 분야에 해박한 의사 기업가들이 풍부한 질병 데이터와 진료 노하우를 AI에게 학습시킴으로써 의료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 AI를 의사의 우수한 조력자로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사용되는 소화기 내시경은 일본 업체가 세계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다. 전문의라도 10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내시경으로 촬영한 이미지에서 암을 찾아내는 진단은 난이도가 높다. 이러한 고난도 기술을 AI가 담당하도록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AI메디컬서비스는 내시경으로 촬영한 위와 대장 이미지를 바탕으로 암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특정하고, 암으로 전환할 확률을 보여주는 화상 진단 지원 AI를 개발하고 있다. 정지화면과 동영상을 모두 즉시 해석하는 이 AI는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병변 부위를 확인하는 것을 돕는다.

의사들은 암을 진단하기 위해 매일 수천 장의 영상을 들여다본다. 그래도 조기 위암의 약 20%는 놓친다. 의사의 작업 부담 경감과 진단 정밀도의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이 회사의 내시경 AI는, 영상 1매를 불과 0.02초에 분석해 낸다. 4초 정도 걸리는 전문의에 의한 육안 영상 분석과는 압도적인 속도 차이가 있다.

내시경 AI는 전국 1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수집된 20만 개의 고해상도 동영상을 바탕으로 학습해 약 94%의 정확도로 암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물론 확진을 내리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회사의 창업자이자 위·항문과 의사인 타다 도모히로씨는 “사람과 AI가 함께 검사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WEF는 이 회사를 ‘테크놀로지 개척자 커뮤니티 2021’로 선정한 바 있다.

계절성 독감 진단을 지원하는 AI 의료기기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노도카는 인두 영상과 체온, 자각 증상을 AI가 해석하는 것으로, 독감에 특징적인 모습이나 증상 등에서 10여 초 내에 판정을 내린다.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이 없어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

독감에 감염되면 생기는 인두의 독특한 종기를 시진으로 판별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 이를 AI로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노도카’를 개발한 스타트업 아이리스는 50만 장이 넘는 인두 영상으로 AI를 학습시키고 문진 내용과 조합해 종합적으로 판정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AI를 탑재한 의료기기로 약사승인을 받은 노도카는 AI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에 공적 보험이 적용되는 일본 최초 사례다.

또 AMI가 개발한 '초청진기'는 가슴에 10초만 대면 심음센서에서 얻은 정보를 AI가 판단해 심질환 여부와 종류를 해석하고 의사의 진단을 지원한다. 심음·심전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초청진기는 의료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온라인 진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원격 청진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관민 제휴로 의료 최적화를 도모하는 정부

후생노동성은 2017년 게놈 의료, 영상 진단 지원, 의료품 개발 및 수술 지원 등 6개 영역을 의료 AI를 도입해야 할 중점 분야로 정했다. 그 이듬해 의료 분야의 AI 활용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AI 호스피탈'을 출범, 의료 최적화와 의료 종사자 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 일본 IBM, 소프트뱅크 등 5사가 참가하는 이 관민 프로젝트는, 보안성 높은 의료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AI 지원에 의한 시스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AI 의료기기 실용화를 위한 승인 심사 시간의 단축이 그 하나다. 일본에서 약사 승인·인증을 취득한 AI 의료기기는 약 30건이다. 필요한 심사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고, 승인 후 업그레이드 제품도 심사가 필요하다. 또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험 적용이 더디다는 점도 장벽이다. 정부는 의료기기 실용화를 촉진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 체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 AI를 미래의 헬스케어 변혁으로 연결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AI의 설계·보급·사용의 중심에 윤리와 인권을 세울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AI를 의료에 적용할 때 필요한 6가지 고려사항을 제시한 것. 비윤리적 데이터 수집이나 편향 조장 등의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부문에서의 AI 활용을 높이는 것은 의료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고령화, 지역간 의료 격차 등의 만성적 과제를 해소하고, 미래의 헬스케어를 변혁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어젠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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