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로보틱스 자율주행 트럭 장치들. 사진=토크로보틱스
토크로보틱스 자율주행 트럭 장치들. 사진=토크로보틱스

[아이티데일리] 대형 자율주행 트럭에 운전자를 태워야 한다는 법안이 올해 초 캘리포니아 주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개빈 뉴섬 주지사는 법안이 기술 혁신을 저해할 것이고, 팀스터(미국 최대의 트럭운전자 노조)의 반대 운동에 물러서지 않겠다며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18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대형 로보트럭의 상용화는 여전히 논란이다. 그런 가운데 로보트럭 운송 분야 기업들은 계속 기술을 시험해 왔으며 남서부, 특히 텍사스의 주요 대도시 사이에서 시범 운행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필요할 경우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운전자가 동승했다. 기업들은 이제 운전자를 탑승시키지 않은 완전 자율주행 단계에 왔다고 주장한다. 더버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텍사스트리뷴, CNBC 등 외신에서 보도된 로보택시 및 자율주행 트럭 업계의 동향을 묶어 요약한다.

우버, 테슬라, 웨이모 출신들이 2017년 설립한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은 내년에 완전자율주행 트럭 20대를 출시하고, 2025년에는 100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머스크, CR잉글랜드, 이케아와 파트너십을 맺은 코디악 로보틱스(Kodiak Robotics)도 2024년 로보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토크로보틱스(Torc Robotics)는 다임러 트럭과 협력해 개발 중인 무인 로보트럭 생산을 2027년으로 목표하고 있다.

반면 한때 기술을 주도했던 기존 자율주행 트럭 업체들은 최근 엄혹한 구조조정 과정에 있다.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Waymo)는 지난 7월 차량 공유 비즈니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심플(TuSimple)은 지난 여름 인력의 절반을 해고했으며, 중국 사업에 집중하고 미국 시장에서는 철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엠바크(Embark Technology)는 다른 자율주행 회사와 합병하기 전인 지난 3월 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했다.

이는 예상만큼 빠르게 성숙하지 못한 업계를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가 덜 복잡한 운영 환경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트럭 운행이 로보택시보다 더 빠를 것으로 예측했다. 로보택시의 경우 상용화는 빨랐지만 각종 사건사고로 현재는 위축된 상태.

미국 도로교통안전청의 예비 추산에 따르면 2022년 대형 트럭 사고로 5887명이 사망했다. 자율주행 업계는 인간 운전자의 실수 가능성을 제거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적 과실 사고의 대부분은 음주, 졸음 또는 산만함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자율주행 트럭은 그 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로봇럭은 센서 시스템과 프로그래밍된 방어 운전으로 더욱 안전하다고 말한다.

오로라는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댈러스에서 휴스턴까지의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트럭 대형 사고 32건을 조사한 결과, 이를 로보트럭으로 대체했다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을 선호하는 또 다른 장점은 장거리에서 화물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 지침에 따라 트럭 운전자는 하루 최대 11시간까지 운전할 수 있으며, 연속 8시간 운전한 후에는 30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자율주행 트럭에는 그러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코디악은 자율주행 트럭이 애틀랜타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주행하는 데 이틀도 걸리지 않는다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운전자는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 유권자의 거의 80%가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로보트럭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AAA 여론조사에서는 운전자의 68%가 완전 자율주행차를 두려워했다. 같은 전년도 조사 결과인 55%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트럭 운전자들은 자율주행이 인간 운전자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했다.

트럭 운전자들은 일자리를 특히 걱정한다. 미국 트럭협회는 2022년 트럭 운전자가 7만 8000명이나 부족했다고 한다. 부족분을 자율주행 트럭으로 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개된 수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반대다. 캘리포니아에는 2021년 트럭 운전 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60만 명이 넘었고 트럭 운송 일자리는 14만 개에 불과했다.

자율주행차산업협회(AVIA)에 따르면, 23개 주가 이미 무인 자동차의 시험이나 운행을 승인했지만, 캘리포니아주 이외의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트럭을 규제하려는 노력이 상당 부분 답보 상태다. 그러나 크루즈 로보택시의 사고와 운행 금지 조치가 로봇럭 업계로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율주행 트럭이 고속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설득 논리는 더 높은 장벽에 직면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운전자 의무 탑승 법안을 다시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조와의 협상 과정을 통해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 자율주행 트럭이 도시 내에서 이동할 때는 인간 운전자가 담당하고 도시와 도시간 고속도로 경로 운행을 자율주행 방식으로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형식이다. 그러나 절충안을 트럭 회사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자율주행차 운행이 차세대 교통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상용화 단계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해진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AI나 로봇과 달리 자동차를 대체하는 자율주행은 움직이는 로봇이다. 무수한 장애물이 앞을 가리고, 사람들의 돌발 행동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를 서둘렀던 캘리포니아가 사고 몇 번으로 운행 중단 조치를 취했다. 사고를 낸 크루즈는 존폐의 기로에 설 만큼 위기에 봉착했다. 로보트럭도 현재까지의 추이를 보면 로보택시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럭 부문의 더 큰 변수는 로봇럭을 결사 반대하는 팀스터의 존재다.

한국은 어떨까. 인구와 경제, 교통이 수도권에 밀집된 구조, 높은 인구밀도, 꽉 막히는 고속도로 등 제반 여건을 보면 한국에서의 자율주행차 서비스 가능성은 더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놀이동산이나 테마파크, 이벤트 등에서 정해진 경로만 도는 코끼리열차 정도에나 적용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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