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없는 ‘화폐 통일’ 이뤄 관광객 편의 및 업무 효율 확보
현대아산, 향후 개성공단 등 다른 대북사업에 확대 적용 목표

[아이티데일리] 2003년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5주년이 된 해였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 관계, 북-미 국제 관계 등에 따라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2003년 관광객 50만 명을 돌파하고 육로관광이 본격 시행되는 등 크게 활성화되고 있었다. 특히 당시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해 온 현대아산은 금강산 내 다양한 레저 및 편의시설 확대뿐 아니라, 전자결제시스템을 도입해 관광객의 편의와 사업소 직원들의 업무 혁신을 도모했다. 나아가 개성, 평양 등 다른 대북사업 지역에까지 확대해 전자결제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당시 금강산 관광사업을 담당한 현대아산은 금강산 국제관광특구 지정을 계기로 관광코스 다양화를 비롯해 해수욕장, 눈썰매장, 골프장, 스키장 등 레저 및 숙박, 편의시설 확대에 나섰었다. 특히 2003년 10월 27일, 금강산 관광특구에 현금 충전식 선불카드 결제 및 신원확인이 가능한 스마트카드 시스템과 신용카드, 현금 결제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POS(판매시점관리) 및 정산 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전자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식 가동했다.

해당 시스템 구축은 당시 시작 단계였던 전자화폐 및 스마트카드 시스템 분야에서 남북을 포괄한 대표적인 구축 사례였다. 더구나 화폐 수단으로 달러만을 사용해 왔던 금강산에서 전자카드를 활용해 환전 없는 ‘화폐 통일’을 이뤘다는 점은 IT 업계는 물론 국가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아산은 금강산의 전자결제시스템을 관광지에 설치된 숙박 및 편의시설 등 관광 관련 모든 시설에 일괄 적용한다는 방침이었다. 특히 그 당시 개발 중이던 개성공단에도 확대·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2003년 개통된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은 ‘금강산 관광카드’라 불리는 현금식 선불카드 및 ID체크 시스템을 중심으로 기존 신용카드, 현금 등 모든 결제 수단의 판매 정보를 관리하는 POS와 환불 및 충전 시스템 등으로 구성됐었다.

해당 시스템 구축에 따라 금강산에서는 관광객들이 원화로 충전한 카드 하나로 환전의 불편 없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으며, 사업소 직원들도 관광객들의 신원확인 및 인원 파악, 실시간 매출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은 나스텍에서 시스템 설계 및 개발, 구축을 담당했으며, 금융결제원과 조흥은행, 충전/환불 대행업체인 티앤비커머스가 공동으로 추진했다.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 개통식에서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은 “국내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해 금강산 지역에 최초로 종합관광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현대아산은 앞으로 금강산, 개성, 평양 등 한반도 전역뿐만 아니라 남과 북이 힘을 합해 시베리아, 유라시아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 허브 국가로 성장해 나아가는 데 앞장설 것이며, 이번에 구축한 전자결제시스템은 세계로, 미래로 뻗어나가는 데 필요한 북측 지역의 종합정보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전자카드와 POS 시스템

1998년 11월 현대 금강호의 출항으로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후 현대아산은 길을 닦는 것에서부터 숙박 및 휴게시설을 세우고 관광코스를 만드는 등 자연 그대로라고 할 수 있던 금강산 지역을 하나하나 개발했다.

이후 금강산이 위치한 고성 지역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었지만 ‘북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진행 과정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었다.

특히 금강산에 네트워크 통신 및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단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당시 금강산과 ‘남측’ 간 사용할 수 있는 전화는 008 한 라인만이 개설된 상태였고, 금강산사업소 내에는 총 3대의 전화 및 팩스만 설치돼 있어 직원들도 전화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없었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처음 관광이 시작됐을 때부터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는 최소한의 네트워크와 정보 시스템에 의존한 채 관광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온정각 휴게소 내 기념품 판매소, 식당, 온천장 등 관광지의 모든 시설 이용을 위한 결제와 재고 물품 관리 등의 업무도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2001년 현대아산은 판매 업무 전산처리의 필요성을 인지, 선불식 전자카드와 POS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유보됐다. 그러다 2003년 초 충전/환불 대행업체인 티앤비커머스와 구축업체인 나스텍이 금강산 관광카드 사업 및 시스템 모델을 현대아산에 제안했다. 이어 금융결제원과 조흥은행이 금강산 지역의 사업성을 평가해 시스템 구축에 대한 초기 투자를 담당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2003년 2월 전자결제시스템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서 4월에 현대아산과 금융결제원, 티앤비커머스 3사의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금융결제원, 조흥은행, 티앤비커머스, 나스텍이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세부 계약을 맺었다.

시스템 구축은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됐으며, 한 달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시스템이 정식 오픈됐다. 금강산 전자결제 시스템은 현금 충전식 전자카드 및 ID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관광카드와 현금, 신용카드 등 모든 결제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POS 시스템 등을 포괄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금강산사업소 양영민 재정팀장은 “이전부터 전자결제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금강산 지역의 특수성으로 원칙적으로 달러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에 환전 등의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판매 및 매출 관리 업무가 엑셀 등을 통한 수작업으로 처리돼 오류도 많았다”며 “금융결제원, 조흥은행, 나스텍, 티앤비커머스 등 구축업체들이 직접 투자를 통해 이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 현대아산은 시스템 활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이 시스템은 회사의 정책 사항으로 금강산 지역 내 모든 협력업체가 사용하도록 명시할 방침이다”라고 전자결제시스템 구축 배경을 밝혔다.

또한 나스텍 이성기 사장은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 구축에 대해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은 최초와 파격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북한에 남한의 기술로 전자결제시스템을 처음 설치하고 전자카드를 통해 화폐 통일을 이뤘다는 점도 의미 있지만, 금강산이라는 한 지역에 각종 유흥과 레저, 숙박, 편의시설, 교통 등 다양한 환경을 스마트카드 하나로 통합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카드 하나로 상거래 결제수단, 출입통제 및 인원체크, 교통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모두 구현했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카드는 금강산뿐 아니라 남측 환경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금융 IC카드 기반으로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카드 하나로 모든 시설 편리하게 이용

현대아산과 나스텍을 비롯한 구축 사업 참여 기업들은 금강산 및 속초 사무소 네트워크 설비에서부터 금강산 관광카드, POS 및 구매 단말기, 충전/환불 시스템, 버스단말기 및 버스관리시스템(BMS)인 교통시스템, 물품구매·결제·정산 시스템까지 금강산사업소 전반의 결제 및 관광객 관리시스템 등을 모두 구축했다.

당시 금강산 관광을 위해 배와 버스를 이용했던 속초항과 금강산콘도를 포함해 현대 설봉호, 호텔 해금강, 온천 빌리지, 금강 빌리지 등 숙소와 온천장 및 온정각 휴게소, 편의점, 교예단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회관과 관광객이 이용하는 버스 등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모든 남측 출발지 시설을 망라하며 전자결제시스템이 도입됐었다.

2003년 금강산 관광 매표소에서 관광카드의 편리한 원화 충전 및 환불을 지원했다.
2003년 금강산 관광 매표소에서 관광카드의 편리한 원화 충전 및 환불을 지원했다.

또한 구룡연 관광코스 내 북측이 운영하는 식당인 모란각에도 해당 시스템이 설치돼 사용됐으며, 북측에서 운영하는 금강원과 단풍관 그리고 당시 공사 중이던 금강산호텔 등에도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발급받은 관광카드로 환전의 불편함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이동이 많은 관광지에서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방북증과 함께 카드 하나만 갖고 다니면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해 편리했었다. 실제로 그 당시 관광카드는 사용 금액과 카드에 남은 금액을 모두 원화로 보여줬으며, 영수증 발급도 바로 할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을 보장했다.

나아가 단순 선불카드 기능을 넘어, 사진이 부착된 관광증과 관광카드를 통합해 남과 북의 출입국 심사를 하는 출입국관리소를 비롯한 모든 관광지에서 출입 통제 및 신원확인, 인원 파악 등에까지 사용이 확대될 방침이었다.

당시 시스템 운영관리를 총괄한 양영민 재정팀장은 “모든 관광객은 남측 출발지에서 금강산 관광카드를 발급받아 속초항과 금강산콘도, 설봉호 내, 온정각 휴게소 등에서 원화로 현금 충전해 금강산 내 시설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향후에는 사진이 인쇄된 ID카드와 통합해 현재의 종이 방북증을 대체, 신개념의 종합 관광카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생산성 및 투명성 높여

2003년 10월 말 첫선을 보인 후 사용돼 온 금강산 관광카드는 점차 사용 비중이 높아졌다. 도입 초기에는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의 연령대가 높아 선불카드 사용이 익숙하지 않고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당시 관광카드 충전율은 30%에 달했다. 또 관광카드가 도입 1달 만에 금강산 관광사업 전체 매출액의 18~23%가 관광카드에 의해 발생됐다.

이에 더해 금강산 관광객 대부분이 부부라는 점을 감안, 부부 중 한 사람만이 주로 돈을 지불한다고 가정할 때 실제 사용률은 그 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아울러 바코드 및 POS 등 상품 관리 및 전자결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판매 및 매출 관리 업무의 효율성도 확보됐었다.

POS를 통해 전자카드와 현금, 신용카드 등 모든 판매 및 매출액이 실시간 통합 관리되며 바코드를 통해 정확한 상품 판매 및 매출, 재고관리가 가능했다. 또한 여러 사업자가 들어와 운영되고 있는 금강산에서 서로 간의 매출 투명성도 보장됐다.

특히 사업 초기 여러 문제점이 야기됐던 신용카드 판매처리 부문은 시스템을 통해 신용조회나 한도체크, 승인 및 입금 과정에서 시간 단축, 자동 처리 등 상당 부분 개선 효과를 거뒀었다.

즉 기존에는 전표를 볼펜 등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발행한 영수증을 속초 은행으로 접수시킨 후 승인·입금 등을 기다리던 방식에서, 블랙리스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전표 처리 및 한도 체크와 승인 등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물품을 판매할 때 전자카드를 반드시 체크하는 이중 승인 방식이 적용됐었다. 설봉호 네트워크를 통해 속초로 보내지는 매출 및 관광객 관련 데이터를 통해 매일 자동으로 청구 및 입금 확인도 수행할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카드 및 전자결제시스템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모든 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카드 및 전자결제시스템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모든 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시스템 구축 효과에 대해 양영민 재정팀장은 “관광객들에게는 원화로 충전한 카드 하나로 금강산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한다. 또 실시간 판매 및 매출 관리가 가능해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보장돼 업무 처리 과정도 크게 개선됐다”며 “예전에는 상품이 떨어지면 주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며칠 동안 떨어진 상품을 판매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 이 시스템을 통한 재고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금강산사업소 내 임대사업자들의 매출에 대한 투명성도 보장된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장소별, 시간대별 관광객의 카드 사용 및 구매 현황, 이동 현황 등 관광객 관리 및 결제 시스템에서 산출된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대고객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개성공단, 평양 등 확대 적용 목표

금강산의 전자결제시스템은 한 지역을 통틀어 모든 시설에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카드를 적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당시 업계에 큰 의미가 있었다. 또 북한지역에 처음으로 전자결제와 스마트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은 더욱 뜻깊은 일로 평가됐었다.

현대아산은 공동 구축업체들과 함께 금강산뿐 아니라 앞으로 개성, 평양 등 다른 대북사업 지역에까지 확대해 전자결제시스템을 적용할 목표를 가졌었다. 우선적으로는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과 함께 금강산사업소 대리점과 관광객들에게 금강산 관광카드를 비롯한 시스템 홍보에 적극 나섰으며, 전자결제 위주의 금강산 관광카드 기능을 신분 확인으로 확대하고 관광객들에게 발급되는 방북증과 통합한 종합 관광카드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당시 진행되던 북측과의 협의가 완료되면 남북한 출입국관리소에 스마트카드가 이용되는 최첨단 출입국 절차가 도입될 전망이었다. 실제 나스텍 측에서는 선불카드 외에 출입 통제 및 ID카드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과 카드 발급 물량 확보 등 준비가 모두 완료돼 있었다. 그러나 북측과의 협의 문제 등 당시 금강산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과 나스텍 등 구축업체들은 POS 시스템의 완전한 정착과 관광객 데이터의 마케팅화, 스마트카드 시스템 도입을 통한 출입국 관리 프로세스의 선진화를 꿈꿨었다. 나아가 그 당시 기업들은 향후 개성공단 시스템 적용 사업에 큰 기대를 품었다.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 구성도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 구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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