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견 수렴하고 고부가가치화에 초점
과기부·산자부·정통부 3부처 분담

[아이티데일리] 2003년 당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이에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추진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할 10개 과제와 세부 항목을 선정해 부처별로 역할을 나누고 예산을 확보했다. 핵심 역할을 맡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는 기획단을 구성하고 기술개발의 세부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또한 10대 과제를 뒷받침할 원천기술과 주변 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위한 차세대 성장동력 창출

2003년 당시 정부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으나 그 이후 8년 넘게 2만 달러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 후 5~10년 뒤에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성장세가 매우 더딘 편이었다.

특히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중국 등 후발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왔다. 또한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데 반해, 대체 산업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성장시킬 새로운 산업의 발굴 및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2003년 8월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대통령보고대회’를 개최했다.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 및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5~10년 뒤를 대비한 성장동력 창출 및 신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에 따라 2003년 3월부터 7월까지 부처별로 미래유망기술·품목을 선정했고, 9개 부처 사이에 중복으로 추진되는 품목에 대해 역할 분담을 거쳤다. 그 결과 미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R&D 재원을 고려해 총 10개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선정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10개 산업에는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소프트웨어(SW) 솔루션 △차세대 전지 △바이오 신약/장기 등이 포함됐다. 이를 40개 세부 구성 품목 및 기술로 세분화해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3부처에 분담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개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개요

구체적 목표 선정은 긍정적

당시 10대 성장동력 선정과 역할 분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하는 과거 성장전략과 달리 R&D 투자, 인력 양성 등 생산 시스템 혁신으로 고부가가치를 꾀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의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산, 세제, 금융, 규제 완화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체계가 필요한데, 기술과 소관 부처 등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 원활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강원대 오해석 부총장은 “이전에 진행됐던 연구개발 사업을 보면 부처들 간에 힘겨루기로 시간을 소비하는 나쁜 전례도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시작부터 조정이 잘 돼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이석한 교수도 “이번 10대 과제는 이미 기술이나 소관 부처가 세부적으로 나뉘어 과거 사업에서 보였던 문제점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시작 단계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높게 평가한 또 다른 이유는 뚜렷한 목표 설정 때문이었다. 과거에도 기술개발 지원 사업이 있었으나, 대전제만 있었을 뿐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2만 달러 시대로 가자’는 확실한 목표가 서 있다는 점에서 이전 사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긍정적 요인은 40개 세부 항목이 잘 설정됐다는 점이다. 전자부품연구원 김춘호 원장은 “이번 10개 항목은 대부분이 산자부, 과기부, 정통부가 제출한 것 중에 공통 항목이 선정됐기에 누구나 수긍할 만한 분야라는 점에서 소모적인 분쟁을 없앨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부 항목까지 부서별로 역할 분담이 됐다는 점도 이전에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부처마다 세부 기획 수립 착수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정부에서 임의대로 결정하지 않고,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평가단을 구성해 선정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앞선 분야와 외국에 조금 못 미치거나 많이 뒤처져 있지만 놓쳐서는 안 될 분야 등을 고루 배치했다. 이러한 점에서도 과제 선정이 올바르게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산자부 황수성 서기관은 “원래 3개 부처가 제출한 제안 과제에 차세대 전지는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과기부와 산자부는 각각 2차전지와 연료전지를 제안했는데, 전문가들이 2가지를 다 포함해 ‘차세대 전지’라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TV/방송’도 원래는 정보통신부가 디지털 TV만을 제안했으나 전문가들이 논의한 끝에 영역을 확대했다.

성장동력 산업 선정이 마무리되고 부처 간 역할도 조정되며 과기·산자·정통 3개 부처는 모두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업 추진에 앞서 일단 모두 기획단 형태의 체계를 만들어 연구개발에 대한 세부 기획 수립에 들어갔다.

과학기술부는 11개 분과별로 기획단을 둬서 49개 기술에 대한 세부 기획을 세웠고, 20인 안팎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위원회에서 분과별 세부 기획 결과를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기획단과 자문단이라는 이원화된 체계를 택했다. 또한 차세대 동력 10개 분야 외에 당시 국내 산업의 중추가 되는 10개 분야에도 기획단과 자문단을 만듦으로써 성장동력산업과 주력 기간산업을 함께 지원하는 전략을 펼쳤다.

정보통신부는 10개 분야를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분야별 PM(통합사업관리) 제도를 도입,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술 이전까지 전 단계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부처별 역할분담 방안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부처별 역할분담 방안

부처별로 접근 방법, 목표치 조금씩 달라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진입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부처의 성격에 따라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추진 전략의 초점도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과기부는 세계 초일류 기술을 선점,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확보해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실현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2007년에 세계 8위, 2012년에 세계 5위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였다.

크게 세 줄기로 정리된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 전략 역시 연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뒀다. ‘선택과 집중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핵심기술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개발을 진행하고 국가 R&D 자원을 결집, 연구관리 혁신으로 성과를 극대화할 계획이었다. ‘창의적 고급인력양성’ 측면에서는 기술혁신을 주도할 창의적 연구인력과 지역 핵심연구인력을 양성하며, 기초과학진흥 및 혁신역량을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효율적인 혁신시스템’ 측면에서도 글로벌 R&D 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을 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반면, 산업자원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에 부품소재, 디자인, 기계, 철강, 조선, 섬유패션, 석유정밀화학, 전기·전자, 항공우주, 환경에너지 등 10개 주력기간산업을 추가해 향후 5년간 추진할 과제를 발굴하는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 기획단’을 구성했다.

산자부는 5개년 계획의 목적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조기 산업화’와 ‘연관 주력기간산업의 균형육성’으로 설정했다. 세부 추진과제 선정에서도 산업화 가능성 및 부가가치 규모 정도, 수출·수입 대체 효과, 세계시장 진입 또는 시장 선도 가능성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중요 검토 항목으로 상정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방송을 결합한 광대역 통합망을 구축해 새로운 IT산업의 기반을 만들고, 정보화를 통한 시장수요 창출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광대역 통합망(50~100Mbps)을 구축해 누구나 시공간, 기기, 콘텐츠에 구애받지 않고 통신, 방송, 인터넷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정통부가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정통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마스터 PM이었던 송정희 박사는 “음성 통신에서 데이터 통신으로 넘어가며 융합을 가장 먼저 경험했고, 그런 측면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로드맵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종합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통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정통부는 IT 분야의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협업 공간을 조성해 외국 R&D센터 유치 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었다.

일부에서는 세 부처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성장동력 육성 역량을 분산하고 중복 투자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약간의 중복은 경쟁을 유발하는 동기가 되며, 중간중간 점검을 통해 과제를 조정·통합하는 장치를 마련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은 다양한 성과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는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지만 철저히 민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각 부처 관계자 역시 매우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산자부 오영호 산업기술국장은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는 산학연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것이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10개 분야를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기부 김차동 연구개발국장 또한 “10대 산업을 정부에서 선정했다는 점이 많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성장산업이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정부가 왈가왈부한다고 해서 되거나, 되지 않은 것이 결정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간 주도 사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WTO가 언제 어느 시점에 불공정 거래 등을 이유로 딴죽을 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10대 산업이 정부 주도로 진행된 후 수출 단계에 이르렀을 때 WTO가 보조금 협정 등으로 꼬투리 잡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 WTO에서는 R&D, 낙후 지역 지원, 환경보호만을 정부 보조금이 가능한 분야로 허용하고 있었다. 또한 R&D를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산업 연구는 75%까지, 경쟁 직전 단계에서는 50% 등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산업’이라는 표현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다.


기술개발도 시장형성도 산·학·연이 주도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영역에서 이번 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처럼 국책 연구과제를 따내 논문을 발표하는 정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에도 “연구 기금을 집행하기 전에 부실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이미 진행 중인 과제를 이름만 바꿔서 연구비를 타내지는 않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업에서 산업계의 역할이 대기업에만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균관대 이석한 교수는 “시장이 막 열리기 시작한 분야는 대기업이 뛰어들기 힘들기에 벤처기업이 틈새시장 경쟁에 참여해 기술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산업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내버려 둘 수 없는 분야이기에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있던 디스플레이, 휴대폰 사업 등에서는 중소기업이 부품 산업 등을 뒷받침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몫 하는 상황이었다.

한편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전문가들은 기술개발 외에도 인력 양성, 표준화, 제도 개선, 국제협력 등을 꼽았다.

특히 인력 양성은 기술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로 인식됐다. 사업의 많은 부분에서 핵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를 해결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에는 핵심 인력과 실무 인력 모두 부족했다.

핵심 인력 양성과 관련해 정통부는 기술과 국제적 감각을 두루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유학 기회를 제공하거나 해외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하는 방법 등을 계획했다.

실무 인력과 관련, 대학 졸업생을 기업이 실무에 바로 투입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정통부 정책 총괄과 고낙준 사무관은 “기업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파악해 맞춤형 인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우수 인력을 국내로 끌어오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다. 기술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고급 인력을 데려올 수 있도록 국내 유학 유치, 해외 유명 IT 기업의 연구센터 유치 등의 방안을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전자부품연구원 김춘호 원장은 “연구기관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기관이 중소·벤처기업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김 원장은 “중소·벤처기업은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내용을 잘 몰라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토론회·설명회 같은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WTO가 여러 규정으로 지원을 가로막는 상황이라 해도 정부가 단순히 R&D 투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들로 하여금 산업화의 확신을 갖게 하는 일은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통부 송정희 IT정책자문관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되면 기업이 10개 분야에 진출하게 되겠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을 없앤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의지가 어떠한가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의 벨류체인(Value Chain)에 정부가 관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에 많은 힘이 된다는 이야기다.

성균관대 이석한 교수도 “기업은 산업과 연결돼야 하는데 기술개발과 비즈니스가 꼭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초창기 기술은 시장성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국가가 맡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IT 제품 세계시장 점유율 (2002년)
국내 IT 제품 세계시장 점유율 (2002년)

분야마다 서로 다른 환경, 명확한 전략 필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서로 다른 10개 분야를 한데 모은 만큼 분야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었다. 육성 과제를 추진해 이뤄내야 하는 기술 수준과 현재 수준의 격차 역시 저마다 달랐다.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는 당시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분야였다. 반면 미래형 자동차, 디지털 콘텐츠/SW 솔루션, 차세대 전지는 선진국의 70~80% 수준이었으며, 지능형 로봇이나 바이오 신약/장기는 많이 뒤처진 상황이었다.

따라서 각 분야의 상황, 성장 가능성 등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항목별로 세계시장에서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정통부 송정희 IT정책자문관은 “이번 10개 항목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기획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한 분야는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으며, 산업화에 어느 정도로 연결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했다. 또한 주변 여건으로 뜨지 못하는 분야가 향후 주력산업이 될 수 있어 미래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다.

차세대 반도체, 전지처럼 기술개발이 당장 시급했던 분야는 산·학·연이 밀접히 협력해야 하므로 전략 수립 차원에서 역할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원천기술 확보도 중요

10개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원천기술 개발도 중요한 문제로 거론됐다. 원천기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우리나라 전체 기술 무역 가운데 수출은 7%에 그쳤으나 수입은 93%나 차지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기존 10대 주력산업 중 반도체와 이동통신 분야는 원천기술이 부족해, 다른 산업이 그보다 큰 무역흑자를 거두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단순히 규모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전략을 답습해서는 안 됐다.

과기부 김차동 국장은 “10대 과제 육성에 있어 원천기술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똑같이 수입도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장 분석, 기술개발, 제품화를 통한 시장 창출, 그리고 수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만들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분야는 시장을 창출하고 확장하며, 아이디어를 얻어 기술을 혁신하는 과정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이런 주장을 했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시장에서 선두 업체를 따라잡은 경험은 많은 데 반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이석한 교수는 “기술 변화나 신기술 등장이 빨라질수록 뒤에서 쫓아가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며 “시장을 창출하는 경험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신기술 개발만큼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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