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영난 딛고 최우량 칩 메이커로 부활시킨 리사 수 AMD CEO, 최고 스타로 우뚝
[아이티데일리] 미국 반도체 대기업 AMD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경영면에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인텔과 엔비디아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수요의 급증, 미·중 대립 등 여건 변화와 함께 되살아나 반도체 산업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포브스 일본판이 AMD와 리사 수 최고경영자를 재조명하는 특집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AMD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으며, 2014년부터 리사 수가 CEO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숙적 인텔이 자리잡고 있다. AMD는 이제 시가총액 1535억 달러로 인텔의 시가총액 1203억 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53세인 수가 2014년 AMD CEO로 취임했을 때 회사는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종업원의 약 4분의 1을 해고했고 주가는 2달러 전후로 주저앉았다. 당시 임원은 AMD가 “완전히 끝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 후 수 년이 지나 이제는 인텔이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첨단 칩 제조는 늦어지고, 애플은 자체 칩으로 돌아섰다. 반면 수가 이끄는 AMD는 레노버 등 노트북 제조사와 게임 대기업 소니, 심지어 구글 및 아마존과 칩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구글과 아마존이 거느린 거대한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AMD에 60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줬다.
인텔의 연매출 630억 달러에 비하면 AMD의 236억 달러는 작아 보인다. 그러나 수가 CEO직을 인수한 지 9년 만에 서버용 칩 시장을 경쟁자들로부터 빼앗았고, 반도체 기업 자이링스를 인수하면서 AMD 주가는 30배 가까이 뛰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노드닷AI를 인수했다. 인텔에 이어 AI 칩의 맹주 엔비디아를 정조준했다. 수는 “5년 뒤면 AMD의 모든 제품이 AI에 대응할 것이고, AI는 가장 큰 성장 요인이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수는 9년 동안 AMD를 한계치를 벗어나는 성장으로 이끌었다. 수는 세계적인 연구자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뛰어난 기술적 재능, 인적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귀재라는 3박자를 겸비해 최근 몇 년간, S&P500 기업에서 가장 높은 급료를 받는 CEO가 되었다. 지난해 급여 총액은 3020만 달러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재산은 AMD 주식을 비롯해 총 7억 4000만 달러에 달한다.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기업가 랭킹에서 34위에 올랐다.
인텔의 매출은 3년 만에 12% 감소했고 그래픽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는 최고조의 성장세다. 엔비디아의 GPU는 게임 산업에서 맹위를 떨치며 최근에는 오픈AI 등 생성 AI 부문의 엔진으로도 꼽히고 있다. AI 모델의 동력원인 GPU 수요는 10년 안에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시점에서는 GPU 제조업체는 실질적으로 엔비디아 1곳뿐이다. 고착된 시장에서 AMD가 이를 타개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는 AMD의 미래가 AI에 있다고 본다.
2014년 수가 AMD 최고위 자리에 올랐을 때 애널리스트들은 22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은 AMD를 ‘투자 불가능’으로까지 평가했다. 가장 귀중한 자산 상당부분이 매물로 나왔고, 칩을 만들던 자체 공장도 2009년 분사됐다. 2013년에는 텍사스 오스틴의 자사 캠퍼스도 매각해 다시 임차해야 했다.
당시 AMD는 제품 개발 기한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침체됐었다. 노트북 시장은 저가 제품시장을 제외하고는 인텔에 지배됐고, 새로운 스마트폰용 칩 비즈니스는 엔비디아, 퀄컴, 삼성 등이 가져갔다. 당시 AMD는 기술 경쟁력이 없었다.
2014년 240억 달러 규모였던 서버용 칩 시장에서 AMD 점유율은 2%까지 떨어졌다. 한때 25%까지 차지했던 시장이었다. 수는 CEO 취임 이틀 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화상회의에서 재도약을 선언한다. 수가 내건 AMD 살리기 전략은 뛰어난 제품 개발, 고객 신뢰 강화, 회사 슬림화 등 세 가지였다.
Zen(젠)으로 불리는 새로운 칩 아키텍처 개발을 최우선으로 했던 수의 판단은 2017년 젠의 출시와 함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젠은 AMD의 기존 칩보다 50% 이상 고속 연산이 가능했다. 젠의 출시로 AMD는 경영 위기에서 벗어났음을 업계에 보여주었다. 2020년 3세대가 출시될 무렵, 젠은 연산 속도에서 시장 선두주자가 돼 있었다. 젠 아키텍처는 현재 AMD의 모든 프로세서 기반이다.
수의 경영 전략에서 특히 중요했던 것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대량의 CPU를 필요로 하는 테크 대기업과 신규 계약을 맺는 것이었다. 아마존과 구글을 잡으면서 이 전략은 인텔을 앞서는 계기가 됐다.
수는 1969년 대만 타이난 시에서 태어났다. 샌더스가 AMD를 창업한 것과 같은 해다. 일가는 수가 3살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수가 MIT에서 전기공학을 선택한 것은 가장 어려워 보이는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단기간 근무한 뒤 수는 95년 연구원으로 IBM에 고용됐다. 종래의 알루미늄 배선이 아닌 구리 배선으로 처리 속도를 20% 높인 칩의 설계에 진력했다. 경영자들은 그녀의 재능을 간파했다.
구리 배선 기술 채택 1년 뒤인 99년, 수는 IBM 당시 CEO 루 거스너로부터 테크니컬 어시스턴트(TA)로 지명됐다. 거스너는 처음에는 수의 경력 부족을 우려했지만, 걱정으로 끝났다. 거스너는 9년 가까운 재임 기간, 부진했던 IBM의 시가총액을 6배 가까이 늘렸다. 수는 IBM이 2001년 소니와 도시바를 상대로 체결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에 이 회사 칩을 탑재하는 공동계약 성사에 기여했다.
2011년 말 수는 AMD의 글로벌 사업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2년 뒤 반도체 대기업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무너지던 AMD는 극적으로 되살아났고 과거 까마득히 멀리 앞서 있었던 인텔은 더 이상 AMD를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
AMD를 회복시키고 안정시킨 지금 수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경쟁이 치열한 칩 시장에서 회사의 미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수가 AMD의 사업을 재구축하는 동안, 엔비디아의 공동창업자 젠슨 후안은 AMD가 AI용 연산 기술 제공 사업자가 되도록 지원했다.
수의 친척인 후안은 챗GPT와 같은 AI 도구를 뒷받침하는 칩 판매는 달러 박스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이고, 주가수익률(PER)은 64배다. 이는 AMD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AMD에 눈을 돌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수는 그런 엔비디아와의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수가 CEO 자리에 오른 후 AMD의 연구개발비는 4배 가까이 늘어 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수가 CEO가 됐을 당시 이 회사의 전체 매출과 맞먹는 액수다.
테네시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새 슈퍼컴퓨터는 수가 주력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2022년 완성되자,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이 됐다. 이 획기적인 슈퍼컴은 초당 100경 회 이상의 계산처리 능력을 갖도록 설계됐다. AMD의 AI용 칩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 또 엔비디아의 새로운 슈퍼칩에 대항하는 CPU와 GPU를 접목한 칩 MI300이 올해 말 출고될 예정이다.
엔비디아 이외에도 AMD를 위협하는 기업은 많다. AMD 고객 중 일부는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은 2018년 자사의 AWS 사업을 위한 서버용 칩을 설계했다. 구글도 10년 가까이 공들여 독자적인 AI용 칩을 개발해 텐서프로시싱유닛(TPU)이라고 이름 붙였다. 메타조차 자체 AI 하드웨어를 개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와 AMD는 고객이 언젠가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AMD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기술적인 전문 지식이나 기능 없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AMD는 가야 할 길을 고집함으로써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전통을 만들어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