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환경‧자금지원은 ‘A’였으나 “잘되는 분야만 지원” 비난도

[아이티데일리]

출범 초기부터 구체적인 IT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는 벤처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을 일반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했다. 이전까지는 정부 차원에서 벤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정책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 출범 첫 해부터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을 지정하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김대중 정부의 벤처 정책은 매우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특히 정보화추진 2차 계획인 ‘사이버코리아21’이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둥 여러 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IMF 외환 위기의 여파로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 열풍이 불면서 전통적인 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벤처들이 상당 부분 이 역할을 대신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은 단순히 고용 창출 효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 전략은 초고속 통신망 구축과 맞물려 짧은 기간에 IT 산업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거점으로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본 관념과 패러다임을 바꾸어놓는 엄청난 변화까지 이끌어냈다.

벤처 창업 및 운영 지원책 적극 펼쳐

벤처 육성에서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창업 지원 정책을 적극 펴나감으로써 기술력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집단들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2000년 2,115억 원, 2001년 2,200억 원 등 꾸준히 창업 자금을 지원했고 교수나 연구원의 실험실 창업이 가능하도록 실험실을 공장으로 등록하는 것을 허용했다. 또한 교수나 연구원이 벤처기업의 임직원을 겸직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창업보육센터의 수 역시 해마다 늘려 벤처 창업의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들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했다.

이미 설립된 벤처들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졌다. 벤처투자 재원 1조 원을 조성해 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과 지방 기업에 우선 투자했으며, 벤처기업의 코스닥 시장 등록 요건을 완화해 자본금, 경상이익, 부채비율 등의 등록 요건을 면제해줬다. 또한 코스닥 시장 운영을 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시행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첨단기술 벤처의 진입을 지원하고 지방 벤처기업을 우선 심사하는 한편, 일반 대기업의 시장진입요건을 강화한 것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벤처빌딩 건축주에게 각종 세금을 면제해줌으로써 도심의 빌딩을 벤처에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전국 20개의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를 지원한 입지이원 정책, 창업 후 2년 안에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기업에게 6년 간 소득세와 법인세 50%를 감면하고 엔진 및 엔젤조합에게 투자금액의 30%를 소득공제해준 조세지원 정책 등도 김대중 정부가 벤처 육성을 위해 시행한 눈에 띄던 정책들이었다.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은 기업 안에서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우수한 인력들이 사회 전반에 고루 투입되도록 하는가 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우리 사회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은 기업 안에서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우수한 인력들이 사회 전반에 고루 투입되도록 하는가 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우리 사회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우수 인력의 벤처 수혈에도 성공

김대중 정부 벤처 지원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것 중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력 지원 부분이었다. 스톡옵션제 실시 및 대상 확대, 병역 특례 전문연구요원 배정 우대,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 배정 우대 등의 정책을 펴 우수한 인력들이 벤처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톡옵션 부분에서는 스톡옵션 행사 및 스톡옵션 주식의 양도차익에 비과세를 적용하고 내부 임‧직원에 한정돼 있던 스톡옵션 대상을 외부 전문가와 대학, 연구기관까지 넓힘으로써 벤처기업에서의 성공 기회를 넓혀주었다.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관련해서는 일반기업은 연 1회 지정할 수 있는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지정을 벤처기업에는 연 2회로 확대했으며,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의 경우에도 3인 이상의 벤처에서 지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일반 기업은 종업원 5인 이상) 벤처가 우수 인력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인력 공급은 다른 측면에서도 평가를 해볼 수 있었는데 김대중 정부가 IT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 인프라가 좋아지자 다양한 직업이 생기면서 고급인력이 확충됐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들이 생기고 이러한 직업들을 통해 기회가 생기자 고급 인력들이 서슴없이 벤처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인프라의 중요성이 이런 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판로지원을 위해서는 벤처기업 제품 가운데 KT(국산신기술)외에도 NT(신기술인증제도) EM(우수품질인증제도) 제품인 경우에는 조달청과 계약할 때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으며 TV광고를 할 때도 규정 요금의 70%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밖에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이 물품 조달 및 기관 홍보를 할 때 인터넷 벤처기업을 통해서 진행하도록 한 것도 벤처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1년 말과 2002년 중순까지의 벤처기업 수 변화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2001년 말과 2002년 중순까지의 벤처기업 수 변화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벤처확인 제도 자체가 큰 힘으로 작용

넓게 보면 벤처기업으로 지정해준 것 자체가 벤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들 스스로 벤처 확인 후의 가장 큰 효과로 기업 홍보(50.1%), 세제 지원(22.4%), 자금 확보(11.5%)를 꼽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했다.

정보통신부 신동준 산업기술과 서기관은 “정부는 ‘너는 벤처고 너는 아니다’라고 지정해준다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해둠으로써 벤처 붐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을 만든 것과 투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벤처캐피탈을 육성한 것은 벤처에게 큰 힘을 준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지원 정책은 거의 모든 방면에서 나름대로의 방침들을 가지고 있을만큼 정부의 의지가 뚜렷하고 체계가 분명한 가운데 진행됐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몇몇 분야를 지원하는 데 그쳤거나 단순히 벤처의 성공 가능성에만 도취된 채 계획은 없고 비전만 난무한 정책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벤처 정책은 무수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벤처의 긍정적인 역할에 공감하고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고 벤처를 많이 만들어냈던 부분에서는 성공을 했지만 그 벤처들의 체질을 강하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돈을 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한 비판 중 가장 많이 거론됐던 것은 자금을 지원하는 쪽에만 너무 치우쳤다는 지적이었다. 한 전문가는 “벤처정책은 근본적으로 방향이 잘못됐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벤처 캐피탈에서 전문가 몇 명을 뽑아 돈을 대주는 것이 정책의 대부분이었다”며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 정태명 교수 역시 “벤처는 자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는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안전하게 배 두들기면서 벤처를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정보통신부 신동준 서기관은 좀 다른 입장이었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자본 없이는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누가 신생 기업이나 아이디어만 있는 사람에게 투자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열심히 기술을 개발한 벤처들이 최저가 입찰의 관행 속에서 병들지 않도록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열심히 기술을 개발한 벤처들이 최저가 입찰의 관행 속에서 병들지 않도록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당시 벤처에 투자된 자금 규모를 보면 2000년에 1조 441억 원, 2001년에 약 1조 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막대한 돈이 벤처에 투자되면서 생겨난 또 하나의 상황은 국내 벤처기업들의 퇴출 비율이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낮았다는 것이다.

마크애니 최종욱 사장은 “우리 벤처만큼 장수하는 벤처들도 없다. 벌써 망해야될 업체들인데도 학연, 지연을 이용해서 계속 자금을 지원받고 살아남는다”며 김대중 정부의 무분별한 투자를 꼬집기도 했다.

코스닥 퇴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 사장은 “경쟁력 없는 벤처는 퇴출시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여기에 따르는 실험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정태명 교수 역시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 가운데서 고민을 해야 되겠지만 선택의 대부분이 게임이나 보안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등의 논리가 있겠지만 시장이 열리고 있는 부분에 투자를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 진정한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벤처에겐 시장이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정부가 밴처 정책을 펼치면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부분은 벤처들에게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에 소홀했던 점이었다. 벤처기업의 창업과 운영을 돕는 각종 정책들을 만들어놓고도 정작 이들이 기술과 제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시장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좋은 자리가 있으면 터를 닦고, 도로를 내고, 치안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환경이 유지되면 당연히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장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처음부터 가게를 여는 돈과 각종 혜택만 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결국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은 없고, 질서도 잡히지 않다 보니 도둑만 들끓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벤처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장려하고, KT, MT, EM 제품인 경우 조달청과 수의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벤처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기업이나 정부할 것 없이 벤처의 제품을 사는 것을 지극히 꺼리는 상황이어서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너무나 어렵다고 언급했다. 보통 공공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은 벤처의 제품을 택하지 않는 이유로 ‘언제 망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최저가 입찰로 벤처 울리는 공공기관

당시에는 저가 입찰의 폐단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한 업체 사장은 “벤처 망할까봐 벤처 물건 안 쓴다고 하면서도 가격은 늘 덤핑”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벤처가 영업을 해서 살아남도록 제 값을 주고 사야지, 업체들 모아놓고 돈 나눠주면서 말 잘 듣기를 바라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이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수출해서 50만 원 정도 받는 제품을 국내에서는 13만원에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는 그 소프트웨어를 만원에 팔라고 했다. 자기들이 사용하면 국내에서 전부 다 쓰게 돼 파급효과가 크게 되니 손해는 아니라는 것이 그 사람들의 논리였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제품이 소문나면 여기저기에 제 값을 받고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논리였다는 것이다.

2000년 벤처기업 경영실적 현황 및 벤처캐피털 동향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2000년 벤처기업 경영실적 현황 및 벤처캐피털 동향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10월 호)

독자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벤처들은 SI와 업체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문제가 심각했다. SI의 경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가하고 벤처가 공급하는 제품에서도 이익을 남기려 하기 때문에 벤처로서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었다.

 

법‧제도 보완으로 기회 마련해야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벤처가 망할 위기가 늘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담당자에게 무조건 벤처 제품을 쓰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처음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업체가 망했을 경우 새로운 전문업체가 프로젝트를 맡아서 일을 계속하 나갈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져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굳이 전문성이 없는 SI 업체와 손을 잡음으로써 수익성만 나빠지는 폐단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국산 소프트웨어들을 많이 쓰도록 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라는 것도 업체들이 꾸준히 주장하는 바였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법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쓸 것을 권장하고는 있었으나 강제성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공공기관이 전체 구매 물량에서 반드시 중소기업 제품을 30% 이상 구매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한 전문가는 “국내 벤처 제품을 몇% 이상 쓰라는 식으로 하면 WTO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기술적으로 처리해서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국내 벤처들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보안 업체 관계자는 “보안 기술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면 시장을 키워서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되는데 우리는 정부가 최저가 입찰만 고집하다보니 살아남을 만한 업체들도 죽는 일이 생겨난다. 정부가 시장 만드는 일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벤처가 건강하게 경쟁할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정부가 기회만 있으면 강조하는 IT 강국, 소프트웨어 강국도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스로 무덤을 판 벤처의 도덕성

벤처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라도삼 박사는 “벤처에서는 여러 가지 나쁜 점들이 미화되는 일이 허다하다. 밤을 세워 일하는 것이 노동력 강제가 아니라 창의력 연마가 되고, 월급을 못 받더라도 무조건 참는 것을 미덕인 양 강요한다. 어떤 면에서는 대기업들이 하는 것보다 더 악행적인 부분이 많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명 교수 역시 “벤처 스스로에게 책임이 크다. 적어도 벤처라면 최선을 다 해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해야 되는데 목표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상장해서 회사를 팔거나 안 되면 자기만 빠져버리는 일이 부지기였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시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처럼 벤처에게 도덕성과 도전정신이 없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벤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정확히 통제해 제대로 된 벤처를 육성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고, 돈을 대 주기에 바빴다는 평을 받았다. 더구나 벤처의 각종 게이트 사건까지 사회적인 논란이 되면서 “국민의 정부의 벤처 정책은 한마디로 ‘벤처에게 당했다’는 비아냥까지 듣는 실정이다. 한 벤처기업 직원은 당하고 나서 더 늦게 ‘너희들이 잘못했잖아’ 하고 욕하는 것이 정부의 모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래도 벤처는 우리의 희망이다

2002 월드컵에서 우리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스무 명 남짓 되는 월드컵 영웅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혜택이 K리그를 통해 모든 축구선수들에게 돌아가고, 국민들에게도 희망과 기쁨을 줬다. IT벤처들이 이런 성공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것은 IT 업계 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벤처의 영웅을 만드는 데서 정부의 역할이 막중함은 누구나 강조하는 문제다. 그리고 많은 주문 또한 뒤따른다. 벤처의 경험(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을 체계화 하고 자료화해야 한다거나, 벤처 정책을 담당하는 자리는 담당자가 충분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가 그런 것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당시 전문가들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달라는 제안이기도 한데, 정보보호 분야가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 분야를 담당하던 책임자들이 2년 동안 자리를 옮기지 않고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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