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반도체 굴기(崛起)’를 선언한 중국이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2021년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을 시작으로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됐다.

미국은 화웨이 제제 등으로 중국을 직접 견제하는 한편 한국, 대만, 일본 등 나라에 반도체 동맹을 제안하며 사실상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세제 혜택 및 보조금 지원 등을 약속하며 대신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 국가에 투자를 제한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자택일 구도가 첨예해진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2030 반도체 지정학’의 저자이자 ‘닛케이신문’의 논설위원인 오타 야스히코는 “당장 눈앞의 경제적인 득실이 아닌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은 미국에 파운드리가 없어 TSMC와 삼성을 미국으로 초대했지만, 한편으로는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대한 지원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스가 TSMC와 삼성의 기술을 따라잡으면 어떻게 될까? 혹시 중국이 TSMC와 삼성을 넘어선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상황에 따라 어떠한 동맹이라고 해도 경쟁과 긴장 관계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30 반도체 지정학’은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패권 경쟁과 국제 정세를 지정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특히 기술이나 반도체 전문가가 아닌 언론인이 쓴 책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이슈와 현안을 쉽고 명쾌하게 다루고 있다. 뉴스 헤드라인 뒤에 숨은 의미를 기자 특유의 시각에서 통시적으로, 그리고 공시적으로 엮어냈기 때문에 반도체를 둘러싼 각국의 의도, 국가별 장단점과 전략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다 아는 내용’이라 치부될 부분도 하나하나 되짚기에 폭넓은 이해와 객관적 해석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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