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CRM 업체 다수 포진, 타 솔루션 연동으로 통합‧재편 가능

[아이티데일리] 2002년 상반기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시장은 244억 4,900만원 규모로 2001년 전체 매출액 332억 3,500만원의 73.6%에 해당하는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2002년 CRM 소프트웨어 시장은 2001년보다 가파른 성장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참여업체가 너무 많아 해당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반기에는 IT투자가 위축돼있어 금융·통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CRM 시장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관련업계에서는 통합과 재편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했다. 

2002년 당시 본지가 공영DBM, 네오캐스트, 디엠에스랩, 시벨코리아, 씨씨미디어, 아이마스 등 16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2002년 상반기 운영 및 통합 CRM 시장(하드웨어, 유지보수 교육, 컨설팅 등은 제외)은 244억 4,900만원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2001년 전체 매출액의 73.6%에 해당하는 규모로 월 평균 40억 7,48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과 같았다. 실제로 한국IDC는 ‘한국 CRM 소프트웨어 시장의 전망과 분석, 2000-2005’라는 보고서에서 2002년 국내 CRM시장 규모가 4,13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로 환산할 경우 495억 6,000만원 규모로 49%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수치였다.

 

외산 CRM 전체 시장의 57% 차지

그러나 CRM 공급업체들이 시장을 바라보던 시각은 상반기 실적이 뛰어난 몇몇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와 관련해 씨씨미디어 이영수 이사는 “경기 악화로 영업이 저조한 것도 문제지만 전체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경우라도 수익이 떨어지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외산업체들보다는 국산업체들에게 더욱 큰 어려움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디엠에스랩 김영두 전임은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시벨코리아 등 외산 벤더들에 의해 급격히 잠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상반기 국산 대 외산 비율(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8월호)
2002년 상반기 국산 대 외산 비율(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8월호)

본지 조사에서도 2002년 국산 대 외산 비율은 42.8:57.2였지만 2002년 상반기는 29.1:70.9의 비율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차이는 외산과 국산의 패키지 가격 차이에서 나타나기도 했지만 프로젝트 수주 규모에서 이미 큰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네트 김영수 팀장은 “CRM시장 규모도 작지만 발주된 프로젝트 규모도 1~2억 원 소규모 프로젝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1억 원 이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면 소프트웨어 비용은 많아도 5천만 원 안팎이며, 인건비와 컨설팅 비용이 나머지를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렇게 작은 규모의 CRM 프로젝트를 타깃으로 하는 업체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회사의 인지도와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벤처 CRM들은 대형 SI 업체나 CRM 벤더들과 연계해야만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했다.

 

시벨, 삼성 금융계열사 장악

업체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시벨코리아는 2002년 상반기 동안, 2001년 한 해 매출을 넘어선 75억 원을 달성,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면서 전체 시장의 30.7%를 점유, 1위를 차지했다. 2001년 LG캐피탈, 삼성생명, 알리안츠제일생명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시벨코리아는 2002년 상반기 삼성증권, 삼성카드, LG홈쇼핑 등을 신규 사이트로 확보했다. 이와 같은 시벨코리아의 독주는 산업별로 특화된 솔루션을 갖고 있었으며 국내 그룹사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 상반기 주요 업체별 매출 현황(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8월호)

시벨코리아의 뒤를 이어 한국오라클이 27억 원, 11%의 시장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오라클은 2002년 상반기 동부화재와 국민은행, 서울우유, LG전자 등의 CRM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동부화재의 경우 오라클 CRM 솔루션 대부분의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오라클은 금융권에서 자사 CRM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오라클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한 업체는 카나소프트웨어코리아였다. 2001년 2월 브로드베이스코리아로 출발해 본사 차원에서 카나와 합병되면서 재탄생했던 카나소프트웨어코리아는 2002년 상반기에 이미 2001년 매출액을 달성하고 8.2%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카나가 2001년 상반기 수주한 프로젝트는 국민은행의 통합 콜센터 프로젝트였다. 카나 소프트웨어의 이러한 성과는 콜센터를 업그레이드 또는 확장하면서 컨텍센터를 구축하려는 기업, 특히 금융권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영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2001년 12.6%의 시장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던 한국 NCR은 고객 접점 솔루션 등 포인트 솔루션들과 통합 솔루션이 국내 CRM시장의 주류를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영업이 부진, 4.9%의 시장을 점유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 매출, 금융권이 40%

업종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금융권이 40.1%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는 금융권이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성이 나은 만큼 투자 여력이 있고 다른 어느 업종보다 지속적인 고객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CTI, eCRM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채널 통합에 대한 관심도 확대됐다.

2002년 상반기 업종별 매출 비중(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8월호)
2002년 상반기 업종별 매출 비중(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8월호)

그렇다고 해서 금융권의 CRM 방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었다. CRM 업계의 종사자는 “금융권의 CRM 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폐단은 구축된 DW의 활용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초기 모델링 된 DW는 조직의 업무나 미션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지, 보수 등의 관리업무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 되지 못해 구축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e비즈니스의 고도화, 운영CRM 적용의 확대 및 발전 등 주변 환경 요소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만큼 데이터 센터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채널에서 통합채널로 이동

2002년 상반기 CRM시장의 첫 번째 특징은 웹, 콜센터, 이메일 등 개별 채널 구축에서 통합 채널 구축으로 경향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오라클 심동욱 CRM 마케팅 매니저는 “금융권 위주로 이메일, 전화, CTI 등 여러 종류의 고객관리 접점을 통합, 관리하는 인터랙션 센터가 급부상했다”면서 “인터랙션 센터는 채널을 통합하는 기반 기술 뿐만 아니라 CRM을 실천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고 있으며 CRM의 마케팅, 서비스 및 영업 애플리케이션 등과 연계돼 기업의 대고객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최선의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TI 업계는 CRM 솔루션을, CRM 업계는 CTI 솔루션을 파트너십 또는 자체적으로 솔루션에 대한 개발‧보완을 함으로써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오라클도 이를 위해 2002년 7월에 로커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특징은 ROI였다. CRM의 ROI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많은 기업들이 CRM 도입 여부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으며 선진화된 경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던 당시 국내 경영 여건상 진정한 의미의 CRM ROI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단지 부분적으로 도입되는 CRM 모듈에 대해서는 ROI 환산은 쉽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ROI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총체적 CRM ROI를 의미했다. 이렇게 ROI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SFA와 모바일이 상반기 CRM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이 됐다. 기업들은 빠른 투자 회수를 위해 SFA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구축환경의 하나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CRM 업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내놓았던 것이 SFA였다. 특히 향후 무선 CRM 공략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업체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캠페인 관리 분야에서 대형 고객사를 갖고 있는 운영 CRM 업체들 뿐만 아니라 분석 CRM 업체들도 SFA 제품을 내놓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 번째, 당시 국내 CRM 시장은 금융권과 통신을 중심으로 유통, 서비스 제조 부문 시장이 커지고 있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채, 다수의 솔루션 벤더간 과열경쟁으로 가격 체계에 혼란을 가져오면서 중소 솔루션 벤더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001년 7월에 지사를 설립한 ATG코리아가 설립 11개월 만에 철수한 모습은 국내 CRM 시장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줬다.

 

타 솔루션과 연동돼야 통합·재편 가능

2002년 CRM 시장은 2001년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 금융권의 고객 서비스 대응 강화 및 고객접점 채널 다각화 등으로 서비스 CRM 시장의 규모가 늘어나고, 대형 금융권과 통신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분석 중심의 DW/CRM 프로젝트가 2002년 하반기부터 중소형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미드마켓 프로젝트로 양분화 돼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둘째, 캠페인 관리 영역을 중심으로 운영CRM의 시장수준이 확대되고, 금융·통신에서 유통, 제조분야로 시장범위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셋째, 통합채널 및 통합 마케팅 전략 수립, 통합고객 자료 활용이 더욱 중심적인 경향으로 자리잡게 됨으로써 단위고객 당 가치가 높은 금융업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활성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중간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인다이렉트 채널 구조에 있어 인터넷을 통한 각 파트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공유 솔루션으로 상호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인 파트너관계관리(PRM)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맞춰 어느 정도의 CRM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제조업을 선두로 제휴 및 협업을 강조하는 PRM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하반기 CRM시장은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한 gCRM, 이동통신을 활용한 mCRM 등 고유의 CRM 영역에서 확장된 솔루션들이 등장, 상당수의 프론트 오피스 CRM 벤더들이 캠페인 관리나 분석 기능 및 기타 확장된 CRM 기능 등을 제공하기 위해 업체들과의 통합,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특화한 CRM 솔루션일수록 DBMS, ERP, SCM 등과 잘 연동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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